독수리 요새
일상 복귀 1개월 즈음 / About One Month After Returning 본문
https://www.youtube.com/watch?v=4V644AyWt3M
여행에서 돌아온 것은 7월 25일이었으니 한 달이 꼬박 갔다. 한 달은 참 짧고도 긴 것이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대부분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원래 귀국 당시만 해도 회사 생활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직전 회사를 워낙 갑자기 나왔기에 그 다음 할 일에 대한 대비가 불충분한 상태라는 것은 인정해야만 했다. 더하여, 돌아와 보니 내 집에 사는 것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이곳에서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환기를 시키고 재고를 관리하고 하는 내무부 장관직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그래서 여기 좀더 오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확실하다.
결국 이 다음에 할 일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며, 그것은 캐피탈과 경험을 쌓는 것을 포함하고, 또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려면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분간 회사에 돌아가서 안정적 현금흐름을 얻으면서 부업을 적극 개척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결국 난 한가롭게 누워 있을 수는 없는 팔자이다.) 우선 감사하게도 리크루터가 먼저 연락을 준 회사 몇 군데가 있어 이곳들부터 면접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 추이를 봐가며 적절한 타이밍에 지원하려고 봐둔 곳이 몇 군데 더 있다. 그리고 부업과 관련된 교육을 받는다.
이렇게 구직을 하다 보니 확연히 마음 상태가 바뀐 걸 느낀다. 여행 중 멀찍이 사라져 있었던 마음의 부담감이 되살아난다. 구직은 어쨌든 외부의 기준에 나를 적절히 맞춰서 남의 선택을 받아내야 하는 과정이다. 계속 구직 노력을 하는 것은 내가 이 회사와 이 일을 원한다고 자꾸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여기 들어가야겠고 그러려면 내가 잘해서 선택을 받아야 한다'라는 프레임으로 자꾸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하면서 놀 때는 그냥 벌어지는 일에 스스로를 맡겨두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다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다. 물건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방에 벌레가 있으면 대충 있는 대로 지내고, 빨래를 할 수 없으면 적당히 입고 다니고,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계획에 없었지만 마음에 드는 데가 있으면 가보고, 아쉽게 못 가게 되는 곳이 있으면 다음에 간다고 생각하고, 주식이 내려꽂는 와중에 지출도 크게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쓰고, 뭐 그냥 모든 벌어지는 우연한 상황 앞에 스스로를 개방해 두었다. 심지어 여기서 죽어야만 한다면 기꺼이 죽겠다고도 각오했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관계없다' 하면서 지난 5개월을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구직을 하려니 '이걸 성공시켜야 해' 라는 식으로 일순간에 싹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근데 무언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만 한다, 내가 원하거나 믿는 대로 되어 가야만 한다는 바로 이런 마음이야말로 내 고집과 스트레스의 근본이었다.
난 회사가 잘려서 소득이 끊기거나 은행 잔고를 꺼내 쓰기만 해서 자산이 줄면 아주 큰일이 나는 줄 알았었다. 월급과 체면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 두려움에 얽매여 회사 생활을 억지로 하느라 그렇게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아등바등 지키려 애쓰던 월급과 체면이 정리해고로 모두 날아간 상황에 좀더 오래 머물러 있어 보기로 일부러 선택한 결과가 장기 여행이다. 그렇게 되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스스로에게 확실히 가르쳐 주기 위해서.
실제로 그 경험은 괜찮았으며 내게 거의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은행 잔고가 줄어들어도 생존에 문제가 없었으며 당장 직업이나 직장이 없어도 사람들을 만나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못 잃던 월급과 체면을 잃은 덕분에 신나게 놀고, 그동안 가고 싶었던 곳들을 가고, 상상이나 계획 밖에 존재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 최고의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이 해방된 느낌을 알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명백한 퇴보다. 그렇다면 구직을 할 때도 비슷한 마음을 갖는 게 훨씬 도움될 것이다.
1. 이번에 이 회사에 들어가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
2. 만일 구직이 순조롭지 않아서 실업급여가 다 끊겨 버려도 사실 괜찮다.
3. 심지어 조금 더 놀거나 아예 딴짓을 해도 사실 전부 괜찮다.
저런 일들 덕분에 내가 생각할 수도 없었던 더 의외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경험을 그냥 하면 된다. 어차피 삶은 계속될 것이다.
"나는 이미 충분하니까 차분히 노력하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어."라는 생각은 구직에 임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도 '이 기회를 잡는 쪽이 더 잘 풀리는 것이다'라는 관념을 전제한 것이다. 반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난 결국 무슨 일이든 받아들이고 생활해 나간다."라는 생각은 아예 그 틀 자체를 깨버린다. 나는 후자 쪽으로 믿고 살면 정해진 답이 없어 삶이 더 풍부해질 것 같다. 그쪽이 더 마음에 든다.
오늘 면접을 하나 봤다. 나는 기준이 높은 편이라 "아 이건 합격이다" 하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다음 번에는 이렇게 더 잘해보면 더 좋겠다" 하고 부족함을 보완하려는 쪽으로 항상 생각을 하고 만다. 그래서 이번 면접도 왠지 마음이 개운하지는 못했다. 녹음해둔 걸 다시 들으며 답변을 보강해서 다음 면접을 대비하려다가 그냥 과감히 미뤘다. 저녁을 해먹고 천천히 과일을 먹고 보고 싶은 책을 펼쳐서 다 읽었다. 어차피 어떻게 되어도 인생 전체 차원에서 큰 상관이 없다고 믿기로 했기 때문에 그냥 오늘의 확실한 행복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책에서도 신기하게 그런 내용이 나왔다.
"당신은 넘어가고 싶은가? 경계 없는 느낌을 느끼고 싶은가? 너무나 광활해서 하루 종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괜찮은 그런 안전지대를 상상해 보라. 나날의 경험이 펼쳐지지만 마음은 아무 말 없다. 당신은 그저 평안하고 영감에 찬 가슴으로 하루를 맞는다. 가장자리에 부딪혀도 마음은 불평하지 않는다. 그저 그 모두를 통과해서 지나간다. 이것이 위대한 존재들이 사는 방식이다."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으면 일상의 일들이 불가피하게 그것을 건드린다. 물에다 돌을 던지는 것처럼, 세상은 그 끊임없는 변화로써 당신의 마음에 걸려 있는 것들 속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삶은 당신을 가장자리로 밀어붙이는 상황들을 일으킨다. 그것은 모두가 당신 속에 걸려 있는 것들을 제거해 주기 위한 것이다. 두려움의 뿌리는, 당신 안에 걸려서 쌓여 있는 그것들이다."
하여튼 여러 생각에 고통받을 뻔 했지만 잘 빠져나왔고 돌이켜보면 참 잘 보낸 하루이다. 나중에 이 시절이 어떻게 기억에 남을까 궁금해서 글로 남겨 놓는다.
I returned from my trip on July 25th and it has been a full month since then. A month can feel both long and short, with many events occurring within that time. Most of these events, to be precise, happened within my own mind.
Initially, I had no intention of returning to corporate world after my trip. However, I had to acknowledge that I left my previous job rather abruptly, which left me unprepared for what was next. Moreover, being back in my own home was more enjoyable than I expected. I found great satisfaction in being a home minister—cooking, cleaning, ventilating the space, and managing inventory. I realized that I wanted to live here longer.
Therefore, I decided to prepare for my next steps, which include accumulating capital and experience, and maintaining a stable cash flow to pay off my mortgage. I concluded that I should return to corporate job at least temporarily to secure a stable income while actively developing side businesses. (It seems I am not destined to lie around idly.) Fortunately, some companies have already reached out to me through recruiters, and I am currently interviewing with them. Additionally, I have identified a few other opportunities that I plan to apply for at the right time. I am also receiving education related to my side business.
As I search for jobs, I’ve noticed a shift in my mindset. The sense of burden that had disappeared during my travels has resurfaced. Job hunting, after all, involves adjusting myself to external standards and seeking someone else's approval. Continually putting effort into finding a job feels like a sort of self-hypnosis, convincing myself that I want this job and that I need to succeed in getting it.
While traveling, I simply let things unfold as they came. I accepted whatever happened—living without certain items, tolerating insects in the room, wearing clothes without washing them when there wasn't any washing machine available, mingling with people I met by chance, visiting places that weren’t on my itinerary, and if I couldn’t visit a place I wanted, I told myself I’d go next time. Even when my expenses grew significantly while the stock market plummeted, I just spent what was needed, accepting every random situation that came my way. I was even prepared to face death if it had to happen there.
After living with the mindset of "it doesn't matter what happens" for the past five months, I returned to Korea and started job hunting with the sudden thought of "I must succeed" resurfacing. But this belief that things must go in a certain direction, that they must turn out as I want or believe, was the root of my stubbornness and stress.
I used to think it would be a disaster if I lost my job, if my regular income stopped, or if my assets decreased, or I had to dip into my savings. I had a fear of losing my salary and my face, which probably made my work life unenjoyable. The long-term travel I had after being laid off and losing both my salary and face was a deliberate choice to teach myself that it was okay, even in such circumstances.
In reality, the experience was fine, and it had almost no negative impact on me. Even though my savings decreased, it wasn’t a threat to my survival, and getting to know others was not hindered by my lack of a job. Losing the salary and face I had clung to only allowed me to travel joyfully. I visited places I had long wanted to see, met people who existed beyond the realms of my imagination or plans, and had the best experiences of my life overall. Returning to the previous state before this feeling of liberation would be a clear regression. Thus, maintaining a similar mindset during job hunting seems much more beneficial.
1. It doesn’t matter if I don’t get into this company.
2. Even if my job search doesn’t go smoothly and I exhaust my unemployment benefits, it’s still alright.
3. In fact, it’s perfectly fine if I decide to play around a bit longer or pursue something entirely different.
These kinds of thoughts allow unexpected things to happen, things I never even considered or imagined. And when they do, I can simply experience them. Life will continue regardless.
The thought, "I am already enough, so if I make an effort, I can seize this opportunity," is certainly helpful when job hunting. However, this mindset still assumes that "seizing this opportunity is the better outcome." On the other hand, the belief that "it’s okay if things don’t go as planned; I can ultimately accept and live with whatever happens" breaks free from that framework itself. I feel that living with the latter belief would make life richer without a fixed answer, which is why it appeals to me more.
Today, I had an interview. I’m a person with high standards, so I’ve never once thought, "This is a sure pass." Instead, I always end up thinking about how I can improve and do better next time. For this reason, I didn’t feel entirely satisfied with today’s interview. I recorded it, intending to review it and improve my answers for the next interview, but I decided to postpone that. I cooked dinner, enjoyed some fruit, and then opened the book I wanted to read and finished it. I chose to embrace today’s simple joys since I’ve decided to believe that, whatever happens, it won’t make much difference in the grand scheme of life. Interestingly, the book I read today also touched on this theme.
"Do you want to transcend? Imagine a state so vast that it can hold any experience that unfolds throughout the day, and yet your mind remains still. Imagine a place so safe that, no matter what happens, it doesn’t matter. Life’s daily experiences unfold, but your mind remains quiet. You greet the day with a heart full of peace and inspiration. Even if you hit the edges, your mind does not complain; it simply passes through them. This is how great beings live."
"When there is fear in your heart, the events of daily life will inevitably trigger it. Like throwing a stone into water, the ever-changing world sends ripples through the things your mind is clinging to. This in itself is not a problem. Life creates situations that push you to the edge. All of this happens to help you remove the things that are stuck inside of you. The root of fear is the very things that are caught and accumulated within you."
Anyway, I almost got caught up in various thoughts, but I managed to pull through, and looking back, it was a day well lived. I’m curious how I’ll remember this time in the future, so I’m writing it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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