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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탄 여행 확정

bravebird 2024. 2. 14. 01:36

지금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약간 술기운이 돌고 있으나 여러 모로 매우 진척이 많은 날이었으므로 글을 남겨 놓는다. 
 
설 연휴 마지막날 난생 처음으로 소프트 렌즈를 구입하였다. 

아무래도 추운 지방 여행 중에는 김이 서리는 안경보다는 렌즈가 편리하다. 6개월 정도 사용 가능한 소프트 렌즈를 10만원 돈에 구입하였다. 일회용이 아닌 렌즈는 생전 처음으로 구입한 것이다. 내게 시각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눈에 하등의 부담을 주지 않고자 그간 시력교정술도, 렌즈도 하지 않고 외모 다운그레이드를 감수하며 안경만 고집해 왔다. 가끔 원데이 렌즈를 착용했을 뿐이다. 특히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에 낭비할 렌즈 따위는 없다'라고 하면서 안경만 끼고 다녔다. 근데 안 버리고 계속 착용할 수 있는 렌즈가 이렇게 편한 거였으면 그냥 진작 낄 걸 그랬다. 나중에 하드렌즈 사용도 고려해 봐야겠다. 
 
또한 여행에는 맥북 대신 갤럭시탭을 들고 가기로 결정하였다. 

내가 맥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주변 모든 사람에게 의외의 사실인 듯 하다. 당연 내돈내산은 아니고 코로나 시기에 회사에서 재택근무용 노트북을 고르라고 해서 고른 것이다. 새로운 운영체제를 써보면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거였다. 애플 제품을 도무지 한 번도 써본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회사를 나오면서 포맷한 후 내 소유가 되었는데 이것 말고는 노트북을 가진 게 없다. 기존에 애플 계정이 없어서 어제 한참 끙끙거렸지만 계정 생성에 실패하였다. 미친... 몇 번이나 했는데 알 수 없는 오류로 계정이 안 만들어져서 MS Office 다운로드가 불가능함. 엑셀 없는 컴퓨터는 씨 없는 수박 같은 것 아니냔 말이야. 이 비싸고 무겁고 쓸모없는 걸 들고 감히 인도를 가??? 맥북 같은 예쁜 쓰레기는 도저히 나 따위가 사용할 수 없다. 나는 그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범용적이고 호환성 좋은 윈도우랑 안드로이드가 좋다. 삼성페이 + 통화녹음 + 당일수리를 대체 어케 포기함? 맥북 필요 없으니 LG 그램을 달라고 했어야 했다. 후회한다. 중고 거래 하기도 너무 귀찮다.

이번 여행은 길어질 것 같아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다. 그리하여 집에 놀고 있는 갤럭시탭 A7을 대신 갖고 간다. 그러기 위해 블루투스 키보드 커버와 멀티 USB/SD카드 포트를 새로 구입했다. 지도 검색, 웹 검색, 사진 정리, 간단한 문서 작업 정도만 되면 되는데 갤럭시탭 A7로도 충분할 것이다. 공인인증서 설치를 포함한 최적화도 해놓았다. 갤럭시탭 A7도 사실 내가 산 것이 아니고 동생이 회사에서 받은 것을 내 닌텐도 스위치와 맞바꾼 것인데 내게는 충분할 것이다. 
 
인테리어 사장님께도 연락을 드렸다. 

잔금 정산이 아직 남아 있다. 출국하기 전에 드릴 돈을 빨리 다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전화를 드렸다. 우리 집 사진도 찍어서 포트폴리오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이번 주중 방문 약속을 잡았다. 후기도 작성하고자 한다. 사장님이 애써주신 덕분에 집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완성되었고 공사 기간 약 3~4주 동안 나는 거의 방문할 필요도 없어서 너무 수월했으며 사후에 미세하게 손볼 곳이 있었는데 A/S도 확실하였다. 120% 만족스러운 공사였다. 또 사장님의 헌신적인 태도를 통해 나 역시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정말 많이 배우고 느꼈다. 사업이 더욱 번창하는 데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도록 후기를 잘 써볼 것이다. 
 
화요일엔 부탄 여행을 픽스하였다. 

모 여행사의 사장님이 설 연휴 중에도 매우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상담해 주셨다. 2월 25일부터 7박 8일을 부탄에서 보낸 다음 네팔 카트만두로 항공 이동하여 며칠 후 포카라쯤에서 친구 ㅍㄱㅌ를 만날 듯 하다. 부탄 직항편은 없기 때문에 방콕 경유 예정인데 사장님의 권유대로 방콕에서 몇 박 머무를 예정이다. 처음에는 싱가포르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싱가포르 경유편을 알아봤었으나 모든 면에서 방콕 경유보다 불리하여 방콕 경유로 바꿨다. 드룩 에어에서 방콕-파로, 파로-카트만두 항공편을 예매한 후 사장님께 여행비 일체를 송금 완료했다. 가이드와 호텔까지 전부 수배가 완료되었다. 부탄 여행은 자유 여행이 불가하기 때문에 여행사를 통해야만 하는데 사장님과 이야기 해봤더니 바로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문의 후 干脆하게 바로 결정하고 송금하였다. 
 
운 좋게도 방콕에서 친구 H를 만나게 된다.

그동안 직장생활 조언을 많이 해주었던 친구 H.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번에 부득이하게 싱가포르 대신 방콕 경유를 택하게 되어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틀 전 방콕에 도착해서 3월까지 쭉 있을 거라고 한다 ㅋㅋㅋㅋ 레전드 ㅋㅋㅋㅋㅋㅋ 미리 짠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되냐 ㅋㅋㅋ 그리하여 다음 주 목-금요일은 얼떨결에 H를 만날 수 있다. 대체 나는 운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 이렇게 된 김에 H의 팀원이자 친한 친구인 W도 방콕 올 수 없냐고 물어봐달라 했는데 다같이 만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 또한 H는 3월 한국으로 잠깐 놀러오는 것을 고려 중인데 그때 비어있을 우리 집에 머무르는 것을 제안하였다. 내가 집을 몇 달씩이나 비울 예정이기 때문에 1~2주에 한 번 정도씩 방문해서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돌려줄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만약 H가 몇 주 머무르게 된다면 서로 좋을 것이다. 

사기 강독반에 가서 여행 계획을 말씀드렸다. 

지난 8개월 이상 매주 화요일 방송통신대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사기 강독 모임에 출석해 왔다. 오늘 부탄 여행이 확정되면서 다음 주부터 몇 개월간은 나올 수 없음을 알렸다. 함께하는 분들은 우리 부모님뻘 이상인 선배님들인데 너무나 흔쾌하게도 잘한 결정이라며 실컷 놀고 오라고 안전은 유의하라고 응원해 주셨다. 
 
사실 어제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가전을 구입한 날 이제 납덩이를 매단 몸이구나 하고 느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 어제 비로소 들었다. 대출도 갚아야 하는데 몇 달씩 돈을 쓰면서 험한 곳에 나가있는 게 괜찮을까, 다녀오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나보다 한참 오래 살아오신 분들이 부럽다며 지금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며 응원해주시니 용기가 났다. 그렇다. 60세 70세에 돌아본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1개월 후를 보지 말고 멀리 생각해야 한다. 내 목표는 그저 오래 살아남아 재밌는 얘기 들려주는 할머니가 되는 것 아닌가. 
 
오늘 강독은 굴원가생열전이었다. 지난 직장 생활을 좀 굴원과 같은 마음씨로 해왔기에 도무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굴원 같은 독야청청하고 군자연한 태도는 요즘 시대정신은 확실히 아니다. 몇 달 전에 독일 친구가 한국에 놀러왔을 때 내가 한문을 공부한다고 하니 엄청 흥미를 보여 마침 방송통신대 수업에서 배우고 있었던 굴원의 어부사를 알려준 적이 있다. 그때 친구도 그렇게 평했다 ㅋㅋㅋㅋ 확실히 요즘 통하는 실용적인 마인드는 아니다.

히말라야 장기 여행을 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오늘 교수님이 할 수 있을 때 실컷 놀고 많이 보고 오라고 응원해 주시는 한편 말씀하셨다. 이런 결정을 한 걸 보면 인생길에 우여곡절은 있는 편인 것 같다고. 그동안 직장 생활은 확실히 평탄하지는 않았고 참 고독하였다. 앞으로는 좀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태도로 살면 좀 쉬워질까? ㅋㅋㅋ 근데 이 성깔에 그게 가능할까? ㅋㅋㅋ

굴원이 어떤 글을 썼는지 사기열전의 한 부분을 첨부한다. 아마 회사 다니는데 주변에 이런 사람 있으면 혼자 고고한 척 한다고 싫어하지 않을까?  ㅋㅋㅋ 근데 그게 나였던 것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을 참고 분노를 삭이고 마음을 억눌러 스스로 힘써 본다. 슬픔 만났으나 절개 꺾지 않으리니..." 어쩌고 저쩌고 ㅋㅋㅋ 진짜 내 직장생활 얘기다.

 

 
굴원의 어부사는 아래 참조. 
 
https://blog.naver.com/yeoul62/220187434172

 

漁父辭(어부사)  屈原(굴원)

    漁父辭(어부사)             ...

blog.naver.com

 
더하여 이번에 정년을 맞아 연구실을 정리 중이신 교수님께서 버리시는 책 중에 당시선집을 챙겨 받았다. 출발하기 전에 슬쩍 살펴보고 가고 싶은 책들을 책장 한 켠에 따로 꽂아 놓았는데 거기 같이 꽂아 놓았다. 왜일까? 

이 책에 당나라 변새시边塞诗 컬렉션이 있기 때문이다. 왜 하필 변새시냐? 이번에 가는 곳이 바로 서역 변방이다. 특히 파키스탄까지 들어가서 페샤와르와 탁실라의 간다라 유적을 본다면, 길기트에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넘어가서 신장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정말 딱 그 지역이다.

대당서역기를 쓴 현장법사,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 등등 동아시아 여러 구법승이 떠났던 취경 여행, 고선지의 서역 정벌, 한무제와 장건, 흉노열전, 대월지 등등 내륙아시아 실크로드에서 펼쳐진 역사 이야기... 바로 이런 것들이 이번 여행을 꿈꾸도록 해준 것들이다. 당나라 때 서역 변방을 무대로 쓰여진 변새시边塞诗는 그야말로 이번 여행과 직결되어 있다. 일장검 짚고 일망무제의 황무지를 바라보며 고국의 등 따신 온수 매트를 그리노라... 뭐 이런 느낌 ㅋㅋㅋㅋㅋㅋㅋ

선배님들이 왜 하필 변새시? 하시다가 이 얘기를 듣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모임에서 흉노열전이나 대완열전을 다룰 무렵 돌아와서 함께 읽을 수 있으면 한다. 내 경험담을 더해 드릴 수 있으면 참으로 보람될 것 같다.  
 

 
 
집에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참 많다. 그 중에 장제스 평전이 있는데 이건 2018년에 첫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하기 전 타이완 여행에 가서 읽으려고 샀는데 결국 갖고가서 한 쪽도 안 읽고 현재까지 홀대받고 있다. 사기 강독 모임의 대들보 선배님 중에 최근 장제스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으셨다는 분이 계시다. 주인 잘못 만난 책을 인도해 드리고자 아침에 우체국에 가서 택배 보내드리고자 한다.  지지난주에 교수님께 받은 당시선 한 권을 양보해 주셔서 보답하고 싶었다. 또 나보다도 이 책을 더 귀히 여길 분께 드릴 수 있으면 기쁠 것 같다. 무엇보다, 무사히 일상으로 되돌아와 모두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의 발로이기도 하다. 돌아와서 빌려 읽겠습니다 하고 말씀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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