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존재의 심리학 - 사회 적응과 자아 분열에 관하여 본문
아브라함 매슬로의 "존재의 심리학"에서 매우 기억에 남는 부분이며 사회인이 된 후 계속된 제 오랜 고민과 직결된 내용을 가져왔습니다. 중고책방에 팔아서 밥으로 바꾸기 전에 메모하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연구 대상자들은 모두 일반인들에 비해 비교적 더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자신을 덜 통제하고 억제했기 때문에, 행동에 대한 제재나 자기 비판을 줄이면서 편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충동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자기실현으로서의 창조성이 갖는 본질적인 측면의 하나임이 밝혀졌다.
My subjects, being relatively unself-conscious and relatively unashamed, and also relatively unafraid of ridicule, were more spontaneous and more 'natural' in their behavior than average people. They were better able to express their ideas and impulses without fear of censure or disapproval. This ability to express one's ideas and impulses freely without fear of ridicule was found to be an essential aspect of the creativity of self-actualizing individuals.
보통 사람들에게서는 내면에 심층적으로 존재하는 힘과 그것을 방어하고 통제하려는 힘 사이에 내란이 발생하는데, 내 연구 대상자들은 이러한 갈등을 해결한 것 같고, 그들에게 이러한 두 종류의 힘은 덜 분열된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자기 자신의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그것을 창조적인 목적에 이용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덜 낭비한다.
In the average person, we have an internal civil war between forces deeply embedded within him and forces that defend against and control them. My subjects, on the other hand, seemed to have resolved this conflict, and in them, these two forces were less split off from each other. As a consequence, they were able to use and enjoy more of their own selves and to utilize this for creative purposes. They wasted less time and energy in protecting themselves from themselves.
평범하고, 상식적이고, 적응 잘하는 사람이 정상적으로 적응한다는 말에는 인지적, 욕구적 측면에서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인간 본성의 상당 부분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억제해왔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현실 세계에 잘 적응하려면 사람은 분열될 수밖에 없다. 즉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러한 존재에 등을 돌린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렇게 하는 사람 역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심층적인 것들 또한 우리의 모든 즐거움, 사랑하고 웃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인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When we say that the average, common-sense, well-adjusted person is 'normally' adjusted, we imply that he has been able to repress, successfully and continuously, considerable portions of his true inner nature from both the cognitive and the conative sides. To adjust to the world of reality, he has to split himself, turning his back upon much that is in himself because it is too dangerous to acknowledge its existence. But in doing so, he also loses much. For these deep things are also the sources of all our pleasures, the capacity to love and to laugh, and most importantly, to create.
전 10년 넘게 회사에 다니는 동안 개인적인 호기심이나 자기 표현 욕구를 애써 억눌렀어요. 조직 생활을 하면서 안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것에 유난히 더 스트레스를 받는 성향인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 당시 원래 공부를 더 해보고 싶었지만 어른의 사정으로 사기업에 부랴부랴 들어갔는데요. 첫 회사는 특히 억압적인 문화로 유명했어요. 거기서 저는 가만히 있어도 배경이나 성향이 튀었어요.
제 출신 학교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기본,
휴가 때가 되어 여행을 가면 여행지 선정(러시아)부터 독특하다고 해서 나중엔 둘러댔으며,
내 개인적인 관심사나 생각을 어쩌다가 조금 이야기하면 특이하다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남의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이 모든 상황이 너무 불편했어요. 애를 쓸수록 더 숨겨지지 않았던 듯 합니다. 아무리 감춰도 결국은 본성이 드러나서 튀어 버리고, 내 마음이 편안한 것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분열 상태에서 겪는 혼란이 컸습니다.
안 그런 척 했지만 그 시간 동안 사실 외롭고 막막했어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본성과 환경이 계속 충돌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갈등 속에 놓인 스스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몰랐어요.
회사 조직 생활은 너무 재미가 없고 자기 분열만 계속 경험해야 되지, 스스로를 자유로이 드러내는 일은 특히 생업으로서는 전혀 해본 적이 없지... 도대체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 자신과 어떻게 화해해야 될지 아예 몰랐어요.
그 시기에 갑갑해서 했던 블로그는 비밀 해방구였어요. 그래서 여기 광고를 달거나 이걸로 나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의도 없이 그저 순수 자기표현을 위해 사용한 것이 10년째 되었습니다. 그냥 조용한 곳이지만 그런 의미가 있어요.
이제 회사에서 잠시 벗어나 있게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스스로를 자유로이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어렵기만 합니다. 자기 검열을 하고 의심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이건 회사 다니기 전부터도 그랬고요.
그래도 이런 저를 수용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은 인도에서인데요. 뜬금없이 알게 된 친구 하나가 저를 아주 좋아해 줬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회사라는 환경과 불화하거나 맞선 점을 가장 인상깊게 보아줬고 그게 신기합니다.
친구는 제가 살면서 본 가장 정신 건강한 사람이자 매슬로가 쓰고 있는 자기실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친구 이야기 같아서 가끔 원문을 찾아다 보내 줬어요. 본인이 봐도 거의 자기 얘기가 맞답니다.
자기실현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이면서도 이기적이지 않은, 제멋대로이면서도 조화로운,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이성적이면서도 비이성적인, 다른 사람들과 융합되어 있으면서도 그들에게 초연하다는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Self-actualizing people are simultaneously selfish and unselfish, spontaneous and controlled, individualistic and social, rational and irrational, fused with others and detached from them.
매일 장난만 치고 까불고 실없는 농담만 하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만사 주관과 강단이 있으며 신념은 굽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깐깐하거나 엄격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유연한 성격입니다.
광대가 되어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걸 잘하지만
동시에 사람 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을 잘 압니다.
다양한 어려움이 따랐던 삶의 모든 단계를 스스로 개척했으며
그런데도 억지로 애쓰거나 한이 맺혔다거나 한 느낌이 없고 매사 유쾌한 어린이 같습니다.
규범이나 도덕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에 거침없지만 거짓도 없으며
사회적 물의를 빚지도 않고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과 오래 가깝게 지냅니다.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적당히 공존합니다.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다양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관심으로 보살피고
동시에 자기가 속한 크고 작은 공동체에 본인의 힘을 보태는 걸 목표로 하고
그걸 위해 때로는 개인적 불이익이나 위험까지도 감수합니다.
과격한 야망, 비교, 경쟁, 인정욕, 조바심, 물욕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고
매일매일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만족합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매우 솔직하며 그럼에도 편안해 보입니다.
이런 비슷한 사람들에 대해서 몇 년 전에 글도 쓴 적이 있어요. 부러운 사람이라고요. 탁월한 존재입니다.
https://bravebird.tistory.com/424
저는 현재 인생 전체적으로 전환기를 보내고 있어 당장 1개월 후를 모릅니다. 그런 때 귀한 친구가 멀리서나마 나를 좋게 기억하고 응원한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내가 스스로를 자유롭게 펼쳐놓아도 주변 세상과 나 자신 함께 편안하기를.
내 본성이 직장을 편안하게 할 수가 없다면 다음번엔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즉각 때려칠 수 있기를 ㅋㅋㅋㅋ
그런 생각으로 다음 갈 길을 더듬어 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시간도 나중엔 너무 좋았던 휴식 시간으로 기억될 거고 죽기 전 인생 파노라마에 들어갈 재밌는 장면이 될 테니 어떻게 결론 나든 상관 없다고 생각됩니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재의 심리학 - 자기를 실현한 사람을 그린 책 (0) | 2024.08.07 |
---|---|
자기계발과 세대론 둘다 문제가 많음 (3) | 2022.11.05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콘트라바스 (0) | 2022.09.14 |
노예의 길 -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진실 (0) | 2022.08.13 |
마이클 폴란, 푸드 룰 (0) | 2022.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