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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화권

베이징 매력포인트 3 - 광장무

bravebird 2015. 6. 10. 21:56

맨 앞의 두 녀석은 내 친구들



광장무는 사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워낙 인기다. 중국 사람들, 특히 중년층은 집 근처 공터나 이름난 공원에서 여럿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춘다. 아침에 광장무 음악소리에 깨기도 하고 오며가며 구경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나도 가끔 따라 췄다.  


우리 학교는 중앙민족대학이라고 소수민족 학생들의 메카 같은 곳이었다. 티베트 학생들이 금요일 저녁마다 학교 안의 작은 공터에 모여서 둥그렇게 빙빙 돌며 티베트 전통춤 궈좡()이라는 걸 췄다. 나만의 프라이데이 나잇이라며 매번 손꼽아 기다렸었다. 우연히 밥먹다가 옆자리라서 알게 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1학년 시절 룸메이트가 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티베트 남학생한테 반해서 티베트 문화 애호가였다. 이 녀석이 나머지 두 친구한테 티베트 관심을 전염시키는 바람에 셋이 같이 궈좡을 추기도 하고 그랬다. 나랑 알게 된 후에는 나랑도 다같이 추러 갔었다.


요즘은 이 광장무가 소음공해라며 민원도 많은 모양이다. 그리고 사실 광장무는 집단주의의 광기라는 중국근현대사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집단을 동원하여 정신통일을 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있었던 활동이다. 그렇지만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신체활동을 하면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부대껴볼 기회가 흔치 않다. 신난다. 게다가 공짜다! 특별한 재주도 필요 없고 장비를 갖출 필요도 없고 그저 몸만 나오면 된다. 소비주의하고 관련이 없는 자발성과 소박함 그 자체. 이렇게 소박한 흥을 생활 속에서 즐기면서 사는 것이 안 그런 것보다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런 커뮤니티 활동과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갈증이 커져간다. 라오베이징에 마실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부러워하는 것도, 아침저녁으로 당당히 광장무를 즐기는 사람들 모습에 큭큭 웃음이 나면서도 좋아보이는 것 역시 다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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