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타왕에서 K드라마 주인공 된 썰 (1) / K-Drama Queen in Tawang (1) 본문
그간 아루나찰 프라데시 여행에 대해서 쓰는 것은 꺼려 왔다.
이번 인도 여행은 거의 아루나찰 프라데시에서 시작을 한 셈이다. 그곳에서의 일은 향후 3개월간의 인도 여행 자체에 거대한 불확실성을 드리웠기에 그간 이걸 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귀국했으니 쓸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쓸 필요를 느낀다. 향후에도 인도에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을 시 이 기록이 요긴할 수 있다.
베이징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었던 2012년, 티베트-몽골관계사에 대한 대학원 수업을 하나 들었다. 중국어로만 접하기에는 다소 난이도가 있는 내용이어서 한국에서 관련 책들을 우편으로 받아보았다. 그때 호쇼트 몽골, 준가르 몽골, 강희제의 청나라, 티베트 섭정 상게 갸초, 그리고 5-6대 달라이 라마에 대해 다룬 아주 재밌는 책을 한 권 읽었다.
아루나찰 프라데시 타왕에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은 그때부터였다. 아루나찰 프라데시는 인도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품은 주 중에 가장 동쪽에 있으며 티베트 산난 지구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그 중에서도 타왕은 티베트의 유명한 사랑꾼 및 서정시인이자 비운의 6대 달라이 라마, 창양 갸초가 태어난 곳으로 티베트 불교 문화권이다.
인도 내에서 육로로만 한참 이동해야 하는 아루나찰 프라데시는 직장인의 한정된 휴가로 소화하기에는 너무 외진 곳에 있었다. 또 외국인이 가려면 2인 이상이 함께 그룹 퍼밋을 준비해야 해서 방문 절차가 까다롭다. 퍼밋이나 교통편 등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은 편이다. 하여튼 이 외진 곳에 가려면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당한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2024년 올해 드디어 시간이 생겼다. 온라인에서 한국인 동행자 오광이를 찾았다. 네팔에 있는 동안 카카오톡으로 같이 의논한 끝에 아루나찰 프라데시 방문 일정도 대략 맞추었다. 그런데 아루나찰 퍼밋 발급에 관한 코로나 이후 최신 정보는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웹페이지마다 디테일이 달라서 애를 먹었다. 이때 오광이가 정말 많이 애써 줬다.
https://maps.app.goo.gl/N1xWmESngqxZ5dGu9
우선 아루나찰 퍼밋 관련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한 관공서 정보는 내가 최대한 수소문해 보았다. 오광이는 나보다 인도에 먼저 입국한 터라 콜카타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정보를 확인해 주었다. 오광이가 시킴에서 만난 네덜란드 친구 한 명과 함께 총 셋이 그룹 퍼밋을 신청하기로 했다. 나는 카트만두에서 콜카타로 날아가 인도로 입국하여 퍼밋 신청을 마쳤다.
콜카타에서 아루나찰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가려고 아쌈 주 구와하티까지 가는 스파이스제트 국내선도 예매해 두었었다. 그러나 탑승 당일 공항에 갔더니 비행기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그리하여 비슷한 시간대에 근처인 테즈푸르로 가는 비행기를 얼떨결에 대신 타게 되었다.
뜬금없이 가게 된 테즈푸르이다 보니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급하게 구글 지도에서 숙소 하나를 찾아 무사히 체크인을 했다. 마침 아루나찰 퍼밋도 그날 승인이 완료됐기에 숙소에 인쇄를 부탁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타왕으로 가는 셰어 택시를 예매할 겸 저녁도 먹으러 밖에 나갔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숙소에서 갑자기 급한 전화가 왔다.
부리나케 돌아가 보았더니 외국인은 규정상 이 숙소에 묵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데리러 올 것이니 그 차를 타고 새로운 호텔로 이동해 달라고 했다. 그럼 아까 어떻게 체크인을 시켜준 건지 좀 의아했지만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를 태우러 온 것은 경찰차였다.
https://maps.app.goo.gl/R9om8kBbrJY4QADR8
도대체 경찰차가 올 일이 어디 있는가 당황스러웠으나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 경찰은 KRC Palace 호텔이라는 곳에 나를 내려주었다. 이곳에서는 외국인이 묵을 수 있다고 했다. 테즈푸르에서 외국인이 묵을 수 있는 숙소는 딱 두 군데라고 하는데 조금 믿기 힘들었으며 그 정보를 외국인 입장에서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의아했으나 모두 순순히 따랐다.
호텔 프론트에서 경찰은 여권과 아루나찰 퍼밋을 요구했다. 내 여권을 받아든 경찰은 이번 인도 비자와 아루나찰 퍼밋뿐 아니라 기존에 여행한 다른 모든 나라의 비자까지 전부 촬영해 갔다. 여기까지 마치고는 실례했다고 하더니 이름과 번호를 남기고 돌아갔다. 하여튼 이날은 이러한 경위로 평소 예산의 2~3배에 달하는 3천루피짜리 방에 묵었다.
이튿날 새벽 일찍 일어난 나는 셰어택시를 타고 타왕의 관문과도 같은 봄딜라까지 이동했다. 네팔에서 2개월간 비포장도로만 12시간 넘게 버스 타고 다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아쌈에서 아루나찰로 들어가는 길은 정말 잘 닦인 길이었다. 아루나찰 여행도 이렇게 순조로울 줄만 알았지.
I have been reluctant to write about my Arunachal Pradesh trip.
My most recent trip to India began in Arunachal Pradesh. What happened there cast a huge shadow of uncertainty over the entire three-month Trans-Himalaya travel, making it difficult for me to figure out how to write about it. However, now that I am back home, I feel ready to write. Additionally, I feel a need to document my experience in some way, as it may prove useful if I decide to visit India again in the future.
In 2012, while studying as an exchange student in Beijing, I took a graduate course on Tibetan-Mongol relations. The content was quite challenging to read in Chinese which is not my mother tongue, so I had related books mailed to me from Korea. Among them was a fascinating book about the Khoshot Mongols, the Dzungar Mongols, the Qing Emperor Kangxi, the Tibetan regent Sangye Gyatso, and the 5th and 6th Dalai Lamas.
The idea of visiting Tawang in Arunachal Pradesh had been with me since then. Arunachal Pradesh is the easternmost state in India, encompassing the Himalayan mountain range and located south of the Tibetan plateau. Among its regions, Tawang belongs to the Tibetan Buddhist cultural sphere. It is known as the birthplace of the 6th Dalai Lama, Tsangyang Gyatso, who is a famous romantic poet and also known for his tragic life.
Arunachal Pradesh, being a remote region that requires extensive travel by land within India, was too far to manage within the limited vacation time of a salaried worker. Additionally, foreigners need to apply for a group permit with at least two people, making the visiting procedures quite complicated. There was also little information available about permits or transportation. Thus, I had been waiting for a suitable time to visit this remote area.
Finally, this year in 2024, the time came. I found a Korean travel companion online, and after discussing the details online while I was in Nepal, we roughly coordinated the schedule for visiting Arunachal Pradesh. However, finding up-to-date information on Arunachal permits was challenging as the details varied across different websites. My travel companion was incredibly helpful during this time.
I did as much research as I could to find the latest information on Arunachal permits. Since my companion had entered India before me, he helped by checking information directly in Kolkata. He, along with a Dutch friend he met in Sikkim, agreed to apply for the group permit with me. I flew from Kathmandu to Kolkata and completed the permit application.
To reach Arunachal as quickly as possible, I had booked a SpiceJet domestic flight to Guwahati in Assam. However, on the day of boarding, I was informed that the flight had a technical issue. Consequently, I ended up taking a nearby flight to Tezpur instead.
Being in Tezpur unexpectedly, I was completely unfamiliar with the area. I quickly found a place to stay using Google Maps and checked in without issue. Fortunately, the Arunachal permit was also approved that day, so I asked the hotel to print it for me. When I went out for dinner and to book a shared taxi to Tawang the next morning, I received an urgent call from the hotel.
Rushing back, I learned that foreigners were not allowed to stay at that hotel due to regulations. They told me to wait for a vehicle that would take me to a new hotel. It was a bit perplexing how they had allowed me to check in earlier, but I followed their instructions. To my surprise, the vehicle that arrived was a police car.
Although I was bewildered by the police car, I complied without resistance. The police dropped me off at Hotel KRC Palace, which was approved for foreign guests. I was told that there were only two hotels in Tezpur where foreigners could stay, which seemed rather doubtful, and I wondered how foreigners could find this information. Nevertheless, I followed the instructions.
At the hotel front desk, the police asked for my passport and Arunachal permit. They took photos of not only my Indian visa but also all previous visas from other countries I had traveled to. After this, he apologized for the inconvenience, left his name and number, and departed. That day, due to these circumstances, I ended up staying in a room costing 3,000 rupees, which was 2-3 times my usual budget.
The next morning, I left early and took a shared taxi to Bomdila, the gateway to Tawang. Compared to multiple 12-hour bus rides on unpaved roads I had taken in Nepal for two months, the road from Assam to Arunachal was exceptionally well-maintained. I assumed the rest of the Arunachal trip would also go as smooth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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