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타왕에서 K드라마 주인공 된 썰 (2) / K-Drama Queen in Tawang (2) 본문
아쌈 테즈푸르에서 아루나찰 프라데시 봄딜라까지는 겨우 5시간밖에 안 걸렸다.
중간에 체크포인트 두 곳에서 아루나찰 프라데시 퍼밋을 제출했다. 모든 입경 절차를 정식으로 밟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이 환영을 받으며 들어왔다. 참고로 체크포인트에서는 종이로 된 퍼밋을 직접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아루나찰 프라데시나 라다크 등등 퍼밋이 필요한 지방을 여행할 때는 퍼밋 복사본을 여러 장 지니고 다녀야 한다.
원래 타왕에 바로 가려다가 직통 표가 없어서 봄딜라로 온 거여서 아무 계획도 없었다. 특히 숙소는 예약을 해놓았다가 도리어 낭패를 볼 것 같아서 미리 찾지 않았다. 테즈푸르에서처럼 막상 현장에 갔을 때 외국인은 여기 못 있는다고 말을 바꾼다거나 오버부킹이 돼 있다거나 하면 일만 커질 것이다. 그래서 그냥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봄딜라에 떨어졌다.
봄딜라까지 운전해 주신 무슬림 아저씨가 다음날 타왕 가는 표 구하는 걸 적극 도와주셨다. 셰어택시 카운터에서 가까스로 타왕 가는 표를 구했다. 현지인들은 셰어택시 카운터를 Sumo Counter라고 불렀다. 원래 봄딜라에서 타왕 가는 표가 매진이었는데 기사 아저씨들이 총력을 동원해서 자리 하나를 마련해 줬다. 가격은 600루피.
봄딜라의 몬파족 기사 아저씨 한 분이 숙소 구하는 것도 도와줬다. 바로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걸더니 데려가서 방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됐을 듯한 어린 여학생이 싱긋 웃으며 방을 보여줬다. 알고 보니 이 집 셋째딸이었다. 비록 와이파이는 없었지만 방은 충분히 좋았다. 내일 아침에 택시 타러 나가기도 좋은 위치여서 여기 묵기로 했다. 와이파이는 이곳뿐 아니라 이후 아루나찰 프라데시에서 지낸 약 2주간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이 기간 중에는 로밍 네트워크를 사용했다.
저녁이 되어 귀가한 주인 내외는 나를 무척이나 편안하게 환대해 주었다. 타왕, 봄딜라, 디랑 인근의 주요 소수민족인 몬파족 가족이었다. 몬파는 티베트인과는 별도 민족이지만 티베트 불교 문화를 공유하는 친연 민족으로 외모 또한 한국인에게 친숙하다. 이 집은 딸이 셋이었는데 둘째딸 추키가 특히 늦은 시간까지도 말동무를 해주었다. 추키는 암베드카르가 불교 중흥 운동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한 마하라슈트라의 나그푸르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 공립 병원에 당분간 근무하며 영국 간호사로 취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첫째딸은 타왕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타왕 숙소도 여기서 해결이 되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추키는 인도의 소수민족 정책, 아루나찰 프라데시의 민간 신앙, 몬파족 장례 풍습 등 다양한 것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메모까지 해가며 들었다. 그런데 추키는 놀랍게도 한국어를 꽤 할 줄 알았다.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포함한 인도 북동부의 7개 주는 '세븐 시스터즈'로 불린다. 이곳 소수민족 사람들의 외모는 동북아시아인과 상당히 비슷하다. 지리적으로도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와 가깝다. 그래서 인도의 한류 열기는 북동부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선 이미 거의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대중 문화가 엄청난 인기였다고. 외모가 현저하게 다른 발리우드 배우들보다는 한국 배우들에게 감정 이입이 더 잘 된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손님을 다 치른 후에 밤 10시가 넘어 저녁 식사를 했다. 전반적으로 인도 사람들은 저녁 식사 시간이 기본 9시 정도는 되어서 한국보다 훨씬 늦었다. 봄딜라는 해발고도가 2800m 정도여서 콜카타나 아쌈보다 확실히 높다. 밥 먹고 배가 부른 것도 있지만 하루 사이 급격히 높아진 해발고도로 신체 내외부의 기압차이도 한몫을 했다. 배를 꺼뜨릴 겸 추키와의 대화를 밤 11시까지 이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바로 그 K-드라마 퀸이 될 줄은 까맣게 몰랐지... 과연 장르는 뭐였을까? 추측이 되시나요?
※ 후일담 : 방 구하는 것을 도와준 기사 아저씨는 그 후에도 꽤 오랫동안 몇 번이나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내오곤 했다. 난 형식적인 Hi 정도만 답하고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사실 이번에 여행하면서 이런 일은 흔했다.
It only took 5 hours to travel from Tezpur to Bomdila.
I submitted my Arunachal Pradesh permit at two checkpoints along the way. Since I followed all the official entry procedures, I was welcomed without any issues. As a reference, you need to submit a paper permit at the checkpoints, so when traveling to regions requiring permits like Arunachal Pradesh or Ladakh, you should carry several copies of the permit.
Originally, I planned to go straight to Tawang, but since there were no direct tickets available, I came to Bomdila without any plans. I hadn't booked accommodation in advance because I thought it might backfire. For instance, just like what happened in Tezpur, they might change their mind and say foreigners can’t stay, or there might be overbooking, which would only create more problems. So, I arrived in Bomdila without any preparations.
The Muslim driver who drove me to Bomdila actively helped me find a ticket to Tawang for the next day. I managed to get a ticket for a shared taxi, which locals referred to as a Sumo Counter. The tickets to Tawang from Bomdila were sold out, but the drivers managed to find a seat for me by pulling some strings. The ticket cost 600 rupees.
One of the local Monpa drivers also helped me find accommodation. He called a nearby guesthouse and took me there to see the room. A young girl, who seemed to be around sixth grade, showed me the room with a bright smile. It turned out she was the third daughter of the family. Although there was no Wi-Fi, the room was more than just good. It was also conveniently located for catching the taxi the next morning, so I decided to stay there. During my roughly two-week stay in Arunachal Pradesh, there was no Wi-Fi anywhere, so I used roaming network during this period.
In the evening, the owners returned home and warmly welcomed me. They were a Monpa family, an ethnic group prominent in Tawang, Bomdila, and Dirang areas. Monpa is a distinct ethnic group from Tibetans but shares Tibetan Buddhist culture, and their appearance is familiar to Koreans. The family had three daughters, and the second daughter, Chuki, kept me company until late at night. Chuki was studying nursing in Nagpur, Maharashtra, known for Ambedkar's Buddhist revival movement, and had returned home to work at a local public hospital while preparing to work as a nurse in the UK. The eldest daughter, who was already married with a child, ran a homestay in Tawang. Thus, my accommodation in Tawang was also arranged. Everything was smooth.
Chuki shared detailed stories about India's minority policies, local folk religions in various parts of Arunachal Pradesh, and Monpa funeral customs. I listened with lots of zeal and took notes. Surprisingly, Chuki spoke quite a bit of proper Korean. The seven northeastern states of India, including Arunachal Pradesh, are called the "Seven Sisters." The appearance of ethnic minorities in this region is quite similar to Northeast Asians. Geographically, it is close to Southeast Asia and southern China. Hence, the Korean wave started early here. Since the early 2000s, Korean pop culture has been extremely popular in this region. People here can relate better to Korean actors than Bollywood actors, whose appearance is significantly different from theirs.
The family had dinner after serving the guest, which was past 10 PM. Generally, Indians have dinner around 9 PM, much later than in Korea. Bomdila, situated at an altitude of about 2800 meters, is definitely higher than Kolkata or Assam. Due to the abrupt elevation of altitude that happened within a day, my stomach felt bloated, possibly because of the pressure difference. To ease my stomach, I continued my conversation with Chuki until 11 PM.
At that time, I had no idea that I was the one who would become a K-drama queen... Can you guess what genre it was?
Epilogue: The local driver who helped me find the room in Bomdila continued to send random messages for quite some time afterward. I only responded with a formal "Hi" and did not continue the conversation. This kind of thing happened frequently during this Trans-Himalaya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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