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방송통신대 졸업 기념 전공 후기 본문

미분류

방송통신대 졸업 기념 전공 후기

bravebird 2026. 1. 6. 23:18

 

 
방송통신대 드디어 졸업합니다. 3학년으로 학사편입하여 어느 정도 이수 학점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직장과 병행하며 4년간 총 114학점을 전부 전공과목으로 추가 취득하였으며, 평균평점 4.1/4.5입니다. 2021년부터 중간에 1년만 쉬고 꾸준히 달렸습니다.
 
코로나가 한창때일 무렵 수학과 코딩을 좀 해 보고자 주전공 통계데이터학과로 입학했습니다.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을 고려했습니다만, 적성에 딱 맞으리라 예상했었던 코딩과 전산 이론이 모두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학 복수전공을 선택했으며, 추가적으로 중어중문학과의 한문 전공 수업을 대부분 수강했습니다. 
 
수강한 각 전공에 대해 후기 남깁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어서 누군가의 선택에 도움이 될는지는 잘...
가이드 성격의 실용적 후기는 그럴 마음이 난다면 따로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만 그것은 굳이 제가 쓰지 않더라도 검색하면 양질의 정보가 수없이 나올 것 같으니 저는 오직 저만이 쓸 수 있는, 쓰잘데기 거의 없는 내용으로 쭉 쓰겠습니다.
 
 
 
주전공: 통계데이터과학
 
통계학을 선택한 배경은 정말 다양합니다. 우선 코로나 당시 죽도록 심심했고 수학 공부가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7차 교육과정 문과라서 미적분이라는 걸 생전 안 배워봤습니다. 죽어 없어지기 전에 그게 뭔지 맛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그걸 한번 실현시켜 보고자 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또 제가 고교 수학에서 확률 부분을 좋아했습니다. 결정적으로는, 방송통신대 진학하기로 결심한 당시에 나심 탈렙 책들을 읽으면서 제 평소 생각과 너무 같아서 큰 놀라움을 느꼈고, 나심 탈렙의 주 분야인 확률 그 자체에 대해 깊게 알아보고 싶어 선택했습니다.
물론 이 전공에선 파이썬, R, SPSS 같은 통계 툴도 다루므로, 배워두면 자연어 처리라든지 텍스트 마이닝이라든지 데이터 시각화 등, 개인 관심사인 언어 분야를 위해서든 월급쟁이 직업인으로서든 써먹을 데도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통계학 전공 중에서 실습 과목을 들은 2021~2022 당시는 생성형 AI가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았었습니다. 모든 과제물의 코딩 과제를 책 찾고 구글 검색해 가며 손으로 직접 했습니다.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고 심히 고통스러웠습니다. 이 어렵고 번거로운 걸 배우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카탈로그 자체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학습이 솔직히 수월하지 않았죠. 이런 코딩류 과목에 하도 치여서 애초 목적이었던 수학 과목들은 결국 대부분 회피해 갔습니다. 정직하게 다 공부해야만 하는 수학 대신, 여론조사의 이해라든지 통계조사방법론, 빅데이터의이해와활용처럼 죽 읽으면 이해가 가는 과목을 좀 섞어서 좀 수월하게 가고자 했습니다 ㅋㅋㅋㅋㅋ
 
통계학개론이라든지 확률의개념과응용 같은 이론 및 수학 과목은 100점을 받았고, 파이썬과 R 같은 코딩 과목들은 80점대로 점수대가 좀 낮네요 ㅋㅋ 저는 기본 문법 위주로 진행되는 코딩 수업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코드를 짜더라도 내 실력으론 너무 오래 걸리니 도저히 효율이 안 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생성형 AI가 나오고 나서 코딩을 다 시켜버릴 수 있으니 좋습니다. 물론 AI의 코딩이 제대로 됐는지, 데이터 선정과 처리가 제대로 된 것인지, 분석 방법론이 옳게 적용된 것인지 검증하기 위한 지식이 있으면 무조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제가 직접 공부하는 것보다 AI 발달 속도가 빠르겠죠?
 
2021-2025년 사이의 통계학 전공은 제가 코딩 쪽 적성은 아마도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AI 기술의 엄청난 발전 속도를 뼛속깊이 절감하도록 해주었습니다. 
또한 많은 회사에서 다루는 각종 데이터나 KPI가 누더기로 하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단 오랜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꿔 주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을 주업무로서는 앞으로도 절대 안 해야겠다고 분명히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어느 정도 직접 들여다 보며 전처리 하고 간단히 시각화하는 경험은 상당히 유익할뿐더러, 필수적인 지식 및 스킬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남이 가공한 데이터에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요. 이 부분은 갈 길이 멀기 때문에 AI를 활용해서 틈틈이 노력할 생각입니다. 
코딩에 치여 여의치 않았던 순수 수학 내지 확률의 본질에 대해선 언젠가 또 배움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복수전공: 일본학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제2외국어가 일본어였습니다. 그런데 대학 진학 후부터는 놔버렸습니다. 언젠가 다시 해야겠단 생각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한자를 워낙 좋아합니다. 재밌잖아요. 근데 한국 중국 일본의 한자가 기본 의미 자체는 같아도 단어 단위로는 다른 게 많거든요? 그리고 언젠가 은퇴를 하면 동양사학과 학위 과정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 전공은 중국어/일본어/한문 독해 능력을 기본적으로 요구합니다. 그래서 일본어는 꼭 배워야겠는데 솔직히 제가 문화 취향이 일본향이 전혀 아니라서 그간은 계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한 10년 전에 일본어 학원도 다녀봤는데, 방송통신대를 다녀보니 학원보다 강제성이 있으면서 학비가 더 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역사 수업도, 이외에 정치/문화/경제 관련 지역학 수업도 매우 다양하게 개설돼 있습니다. 일어일문학과가 아니라 일본학과니까요. 그래서 복수전공으로 주저없이 선택했습니다. 
 
일본학과의 모든 어학 수업이 매우 알찼습니다. 교재도 자주 리뉴얼 되고 퀄리티가 매우 좋습니다. 문학 전공이신 이애숙 선생님의 수업이 특히 공부량이 방대합니다. 방송통신대 어학 전공 수업만 착실히 따라가도 JLPT 2급까지는 아마 문제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전 굳이 시험을 볼 생각은 없습니다.
 
졸업 기념으로 일본어로 된 7천원짜리 문고본 한 권을 사와서 아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우연히도 전공에서 배운 여러 표현이 그대로 나옵니다. 일반고등학교 일본어 수준에서 시작해서 약 3년간 전공 수업만 따라갔는데 상당히 발전했죠? 
 
일본사 수업도 세 가지 들었는데 상당히 유익합니다. 특히 전근대한일관계사 추천합니다. 한국사라든지 일본사 같은 일국사는 흔히 접할 수 있으나 양국의 관계사를 전근대 시기부터 거의 구한말 및 메이지 시대 정도까지 다루는 수업은 흔치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신선하고도 상세한 내용들이 매우 많습니다. 무령왕과 간무 천황, 임나일본부설, 칠지도 이런 내용들 역사 시간에 들어본 적은 있지만 상세히 다뤄진 적은 없었을 건데 이 수업에선 자세히 다룹니다. 흥미로워요. 
 
일본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주변에 방송통신대 추천을 많이 했고 한 서너 명 정도 등록을 했습니다.
 
 
 
일반선택: 중어중문학과 한문 과목
 
중국어 18년차이지만 고전 중국어에 관해서는 고등학교 한문 단계 이상은 배워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고등학교 한문 시간에도 단어나 사자성어나 아주 짧은 문장을 다뤘을 뿐 글 단위의 한문은 아니었습니다. 이건 어디 나가서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그래서 방송통신대 다니는 김에 개설된 전공 과목을 6개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졸업이 족히 한 학기가 미뤄졌으나 후회 없습니다.
 
우리가 말로만 들었던 굴원 어부사, 도연명 도화원기, 제갈량 출사표, 그 이름도 쟁쟁한 이백 맹호연 두보 백거이 두목 소식 등 수많은 시인들의 시를 읽고, 제자백가 원전과 역사서도 발췌해서 읽었습니다. 이런 걸 대학 교육이 아니면 대체 평생 어디서 접할 수 있겠습니까? 얼마나 귀중한 기회입니까?
 
현대중국어에서 단어들이 주로 쌍음절인 것과 달리, 고전중국어에서는 한자 하나하나가 단어입니다. 한자 하나하나가 뜻이 엄청 많은데 이게 대부분 구체적인 사물에서 추상적인 의미로 점차 발전해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글자를 자전에서 찾아다가 처음부터 뜻을 쭉 훑어보면 수천 년 인간 문명의 지층을 엿보는 듯 합니다. 동아시아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한자를 갖고 노는 데 한번 한평생을 바쳐 보아도 전혀 아깝지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문을 배워 보면서 이제서야 진정한 중국어를 대면한 듯 합니다. 무엇보다 모국어 수준도 발전합니다.
 
 
 
결론: 대학원 입학합니다. 그러므로 続く。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