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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딱히 꿈이 없는 사람 이야기

bravebird 2021. 3. 15. 01:56

나는 계획하고 목표로 했던 진로를 성취한 사람이 아니다.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회사원이 되어 8년째 일하고 있고, 업계와 직무도 우연히 결정되었다. 사실 애초에 뚜렷한 진로 목표랄 게 딱히 없었다. 도통 뭘 알아야 욕망을 하고 목표로 삼고 배짱 있게 투자를 해볼 것이 아닌가! 나이 열여덟에 공부만 했는데 어떻게 자기 꿈이 뭔지 앎?! 그렇다고 막 살지는 않았다! 이것저것 가능한 만큼 해보고 실패해보고, 안 맞거나 불가능한 옵션을 하나씩 지우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계속 어디론가 가는 중이다. 그 시행착오 경험을 써본다.

 

 

1. 잘못된 전공 선택


대학에 가기까지는 일말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완벽주의 학생이었다. 다행히 원하던 대학에 갔고, 대학에서는 학비를 스스로 내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전공도 마음대로 골랐고 한번 바꿔보기도 했다. 이 전과 경험이 첫 번째 메이저한 실패이자 유레카였다.

1학년 때 학점이 좋았는데 그게 아까워서 지망했던 학과를 버리고 커트라인 제일 높은 학과를 갔다. 근데 전공이 너무 재미없어서 도서관에 가면 아무리 공부하려고 해도 잠만 왔다. 기말쯤 되자 과제를 안 내거나 시험을 안 보러 갈 정도였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그 다음 학기에 전공 탐색을 처음부터 다시 한 다음 3학년 올라가면서 전공을 바꿨다. 내 인생 책임지는 건 나인데 남 눈치에 휘둘려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 안된다는 것을 이때 비싸게 배웠다. 재수강조차 하기 싫었기 때문에 2학년 1학기 성적은 만회되지 않아 이후 전체평점이 평범해졌기 때문이다. ㅋㅋㅋ 뭐 근데 이전에는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누가 갖다 안기지도 않는 스트레스를 바득바득 사서 받던 사람이, 평범한 성적으로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좋은 경험 한 듯.

 

웃긴 것은 전공을 바꾸고 나니 그 전공도 기대와는 달리 재미가 없었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형태소 배울 때부터 너무 재미있어 미칠 지경이었던 언어 오타쿠였고, 고등학교 때는 교과서나 시험에 나오는 모든 소설을 재미로 다 읽어제꼈을 만큼 문학을 즐겼다. 그런데 문학을 전공으로 택한 이후부터 오히려 문학과 담을 쌓았다. 말꼬리 하나 잡아서 몇 장씩 써야 하는 문학 레포트가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재미가 다 떨어졌다. (다행히 언어학 쪽에선 그런 환멸은 안 느꼈고 덕분에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걸 전공으로 연결시켰다는 자부심, 졸업하고 취직할 걱정 같은 거에 열아홉 살 때부터 쫄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해봐서 미련을 안 남겼다는 만족감이 있음.) 여하간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이효리의 진리를 전과를 통해서 어린 나이에 체험했다. 전공은 전부 다 그냥 그랬지만 전과 한 것 자체는 후회 없다. 원 전공은 학비가 아까울 정도였고, 전과를 안 해봤다면 파랑새는 없다는 사실을 못 깨달았을 것이다.

 

 

 

2. 동아리 활동 포기

 

언론 쪽 동아리도 해보았다. 언론계로 진출해볼까 하는 생각을 고등학생 때부터 어렴풋이 했었기 때문이다. 근데 막상 기사 쓰는 일을 해보니 꼭 하고 싶은 말이 그다지 없었고, 새벽 3시에 마치는 편집회의가 부담만 되었다. 나는 관심 가는 것을 파헤치는 건 좋아하는데, 이름을 걸고 커뮤니티 전체를 향해서 주장하는 일은 부담스러워 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동아리를 한 학기만에 포기했다. 당시에는 동아리를 3년씩 계속하면서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내고 보람을 느끼는 동료들을 보며 꽤 오랫동안 열등감을 느꼈다. 뭔가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 때까지 계속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지금 보면 잘한 일이다. 당시 적성에도 맞지 않는 전공으로 고민이 많았고, 수업도 풀인데 일도 두 개씩 하느라 일과가 벅찼다. 무엇보다도 기사 쓰는 일은, 새벽 3시까지 일한 후 1시간 넘도록 택시 귀가했다가(혹은 중도에서 엎드려 잔 다음) 아침 일찍 등교하는 걸 감수할 만큼 간절히 원하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경험으로 집에 잘 못 들어간다는 언론계 진로는 배제했다. 

 

 

3. 교직 이수 중단

 

교직이수를 하다가 그만두기도 해보았다. 선생님이었던 엄마가 권해서 한번 지원해 봤다가 시작했었다. 근데 난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그분들과 전혀 별개의 삶을 살려는 마음이 강렬한 사람이다. 또 대인 지향적이기보다 과업 지향적인 성격이 뚜렷하다. 눈높이를 낮춰서 남을 가르치기보다는 올려다보며 더 배우려는 욕심이 많다. 호기심이 뻗치는 편이라 한 과목만 가르치는 것에도 만족 못할 것 같고, 조용히 하라고 하고 급식비 걷고 이런 것도 질색이다. 또 학생 때부터도 학교라는 공간을 안 좋아했다. 차갑고 삭막하고 모든 물건이 다 딱딱하고 약간 수용소 비슷한 것 같다. 좀 잘 지을 수 없음?

의외로 교생을 나가보니 좋았다. 학생들 하나하나 정이 갔고 선배 선생님들도 모범이 되는 분들이었다. 근데 당시 학급 인원이 40명 가까이 되었는데 한 명도 포기 안하고 똑같이 관심을 쏟는 것이 어려웠다. 45분 수업에 맞추어서 목표한 진도를 나가려다 보면 수업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두세 명에게 맞추게 된다. 그런데 그들은 사실 케어가 크게 필요없다. 어디 떨어뜨려 놔도 잘할 아이들이다. 노력이 정말 필요한 것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방치되어 있어서 수업을 못 따라오는 녀석들이다. 그 친구들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쏟아주면 확실히 눈빛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는데, 그 모두를 위해 가외의 노력을 기울이는 건 하루 24시간과 몸뚱이 한 개로는 불가능했다. 차라리 회사일이면 적당히 하고 혼나면 되는데, 사람 키우는 일을 그저 적당한 수준으로, 심지어 누군가를 포기해가며 한다는 것은 당시 나에겐 용납이 안되는 일이었다. 교생 실습을 하면서 교사가 정말 어렵고 소중한 일이란 걸 느끼고는, 나는 그릇이 안된다는 걸 빠르게 인정했다. 교직이수를 그만두고 빨리 졸업하는 길을 택했다. 이 부분 현재 후회 없다.

이때 경험 중에 정말 잊을 수 없는 것.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이 교사로서의 목표를 말씀해 주셨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안전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목표예요."라고 하셨다. 그전에는 학교가 공부하는 곳이라고만 여겨서 수업을 어떻게 잘할까만 고민했던 내 좁은 시야를 넓혀주셨다. 학교란 곳이 어떤 곳이고 교사란 일이 어떤 일인지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게 해주셨기에 이 말씀이 마음 깊이 새겨져 있고 많이 감사하다.

 

 

4. 홍콩 대학원 불합격

 

홍콩에 있는 대학원에 지원했다 떨어져보기도 했다. 홍콩 영화도 많이 보고 첫 해외여행지도 중국이었고 해서 원래 중국에 관심이 있었다. 중국어를 매 학기 수강하고 역사 수업도 듣고 하다가 돈 모아서 교환학생을 중국으로 갔다. 이전에는 알지도 못하던 학교에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배정이 됐었고, 그때 스스로 벌어서 간 돈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경험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좋았다. 중국에서 배우고 겪은 모든 게 재미있었고 원래 홍콩에 관심이 많았어서 홍콩 연구를 하려고 홍콩 소재 대학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그동안 해온 전공과는 다른 제3의 학과에 급하게 지원하다 보니 베이스가 부족해서 잘 안되었다. 이때 만약에 붙었으면 2014년 우산혁명 때 그 현장을 다 보면서 논문을 썼을지도. 또 현재 홍콩의 돌아가는 꼴을 볼 때 나의 학교 및 연구분야 선택은 꽤 선견지명 있는 결정이 되었을 텐데. ㅋㅋㅋㅋ 실현은 안되었지만 그때 그런 계획과 시도를 해보았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앞으로도 중국과 홍콩에 관한 관심을 어떻게든 이어갈 것이며 그건 학교에 속하지 않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고, 이 블로그도 미약하나마 그 노력 중 하나. 



5. 생각지도 않았던 사기업 입사

 

대학원 떨어지고 허겁지겁 간 회사에서는 인생의 저점을 찍었다. 성희롱, 종류별 갑질, 욕설, 부모 드립, 신체 폭력, 횡령, 매출 조작, 자기가 살려고 남을 등치는 비열함 등 갖은 도덕적 해이를 직간접 경험했다. 그 결과 인간(나 자신 포함)에 대한 기대 수준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절대 용납 불가능한 최저선이 뭔지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과 남의 돈을 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실감도 알게 되었다. 전공이 그놈이 그놈이었다 보니 생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했기에, 다른 직업에 대한 환상이나 막연한 부러움도 좀 정리가 되었다. 어떤 직업을 갖는 걸 꿈으로 삼는 게 큰 의미 없겠다는(=이루고 나면 현타 개빡세게 올 거라는, 리얼라이프는 시험 합격 그때부터 비로소 시작이라는, 구운몽은 ㄹㅇ 명작이라는 etc) 깨달음이 왔다. (그래서 꿈이 더더욱 없어졌다ㅋㅋㅋㅋㅋㅋ) 어디서 뭘 하든 하루하루 무슨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행동해서 뭘 뽑아내는지가 중요하겠다는 발상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또, 회사에서 시간을 팔아 돈을 번 결과,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하여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했다. 대학원에 갔다면 아직도 부모님과 살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과외를 부업으로 하고 있었을지도. 

지금은 회사에 눌러앉았지만 원래는 돈을 적당히 벌고 나면 대학원을 다시 가려 했으므로, 수험 생활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해서 보상심리 때문에 그만두기가 어려울 진로(법률 계통이나 공공부문)는 애초에 그다지 고려를 안했다. 법조계에는 별로 마음이 없었고, 다만 전회사 때려치고 공무원 시험 볼까 싶었지만 관심사가 계속 뻗쳐나가는 성향상 수험 체질이 아닌데다 돈벌이가 다 그놈이 그놈이지 하며 존버정신이나마 기르고자 꾹 참았다. ㅋㅋㅋ 물론 사기업에선 고용이 보장 안되고 어디서든 통용되는 전문 기술이랄 걸 자기 뜻대로 일관성 있게 계발하긴 어렵기 때문에 내 직업 생애는 좀더 짧을 수 있다. 하지만 난 한 가지 업무를 2년 정도만 해도 지긋지긋해서 아웃룩 익스프레스에다가 일하는 척 글을 쓰면서 이 블로그를 했었다. 공무원 됐으면 더 지겨웠겠지... 회사나 업무를 바꿔보니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서 한결 낫다. 또 제조업 베이스 회사에서 꽉 짜인 관료제 조직이나 경직적인 문화가 못 견디게 답답했었다. 변화를 조금이나마 더 꾀할 수 있는 민간 부문에 있는 게 어쩌면 내겐 좀더 나은 일 같기도 하다.

 

현재 다니는 회사는 대체로 다 좋다. (이제는 정말 나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한 곳에서 한 가지 일만 반복하는 것에는 만족 못하는 걸 알아낸 데다, 한번 좋은 게 영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스킬셋 포트폴리오를 조금 더 넓히고 싶다. 그래서 현재 공부하거나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공조직에 몸을 담았으면 이직이나 업무영역 확장을 꾀하기가 좀 어려웠을 것 같다. 또 공조직이었다면 아마 서울이 아니라 연고가 전혀 없는 지방을 돌면서 당장 내년에 어디로 발령이 날지 모를 수도 있다.

 

딱히 회사원이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니 원래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포기하거나 잃은 것은 거의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회사는 오히려 내가 장차 하려는 것에 자원을 대주고 날 훈련시켜 준다. 

 

 

 

이런 식으로 전공과 진로 선택에 있어서 도무지 아는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정해놓은 꿈이 없었고, 이것저것 해보다 그만둔 사실에 열등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바라던 직업을 척척 이루어서 쭉쭉 달리는 사람들의 소명 의식 같은 것이 부러웠다. 그렇지만 20대를 시행착오로 채우고 계획에 없었던 일을 하고 있는데도 대략 만족하고, 여전히 이것저것 꾀할 수도 있다. 이젠 정해놓은 꿈, 특히 그 중에서도 아주 일부분에 불과한 장래희망이란 것에 갇힐 필요가 있나 싶다. 여전히 툭 치면 탁 나오는 꿈 같은 게 딱히 없다!!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재밌는 이야기 들려주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쉽지 않다. 우선 늙어 재밌으려면 신나게 산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 지나온 삶에 대체로 만족해야 하며 심신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야 된다. 잘 늙은 할머니가 되어가는 하루하루 자체가 목표이고, 그 과정 중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여럿 있다. 그걸 위해서 하루하루는 가급적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며, 잘 훈련되어 있지만 우연이 가져다주는 가능성에 스스로를 개방해두고 싶다.


지난 실패를 천천히 돌아보며 애써 인정하는 가운데 그 실패가 완전히 실패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감히 32살에 벌써 날개를 펼치면 쓰나! 아직 애송이고 언젠가 또 시험에 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럴 때는 좋은 학점에 속아서 오히려 먼 길을 뺑뺑 돌아가야 했고, 대학원 불합격 덕분에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게 된 그간의 새옹지마 이력을 기억해며 존버 해야지. 실패와 성공이라는 두 사기꾼에 속지 않고 뻔뻔히 오래 살며 마지막에 한번 두고볼 것이다. 




친구가 인스타그램 돌아다니다가 이거 니 꿈 아니냐며 링크 보내줬다 ㅎㅎ 출처는 이곳

 

 

 

평범한 사람의 장황한 글이라 어딘가 와닿는 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그러셨다면 아래 영상들 추천합니다. 해보던 것마다 잘 안되어서 흐르는 대로 살았는데, 문득 돌아보니 시행착오가 다 길이 되어서 원래 하려던 걸 어느새 다 하고 있고 & 뭔가 새로운 걸 또 노리고 있는 타일러의 경험이 저랑 비슷해서 재밌게 보았습니다. 원래 꿈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강연은 꿈 없다고 비난하는 꼰대콘텐츠일 확률이 높다고 봐서 믿고 거르는데, 알고리즘이 추천해줘서 우연히 봤다가 내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제 20대 전체가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딱히 꼭 되고 싶은 건 없어서 이것저것 한 거잖아요. 또 타일러도 '꿈이 뭐예요'라고 묻고 돌잡이를 시키는 개노잼 답정너 대화를 굉장히 불편해 한다는 거 알고 더더욱 반가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www.youtube.com/watch?v=CYmyp77d1BU

www.youtube.com/watch?v=CgcEHbvbX70

 

'꿈이 없는 사람' 하고 찾아봤더니 또 이런 아이유 영상도 나온다. 아이유가 말을 참 잘합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잃을 것이 없어서 강하다' 라는 요지인데, 안 그래도 이 글에다가 투팍의 Nothing to Lose라는 노래 링크하려고 했었어서 레알 소름이구먼! 

www.youtube.com/watch?v=UeHmKCvL7F4



그다음 자동으로 이어서 나온 영상인데, 유느님도 꿈도 목표도 계획도 없었던 분이군요. 한혜진 역시. 그리고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차승원은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목적이 없이 하는 게 가장 원초적이잖아."

www.youtube.com/watch?v=5uUbu9PPHCg

 

 

아래 법륜스님 영상에서는, 꿈도 희망도 없이 무의미한 인생을 사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선생이 나온다. 오우 이건 리얼 숨이 막힌다. 왜 아무 잘못한 것도 없는 남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을 무의미하다고 하지? 아니 나이 열세살 짜리가 나는 글로벌 컨설팅펌에서 일하는 게 꿈이에요 어쩌고 하면 이게 오히려 리얼 징그럽고 걱정스러운 일 아닌가! 이거야말로 풍문처럼 주워 들은 걸 자기 꿈이라고 하는 건데. (근데 어찌보면 이것조차 당연한 게 누구나 자기 욕망이 뭔지 잘 모르니까 어쩔 수 없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게 그냥 인간조건인 듯.) 그래서 차라리 저는 잘 모르겠어요, 혹은 유튜버가 되고 싶어요 아이돌 가수 하고 싶어요 하는 게 나이답게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것이다.

 

"지금 선생님이 큰 문제예요. 지금 선생님이 교육관이 잘못돼 있어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는 꼭 뭐가 돼야 되겠다, 미술을 그려야겠다, 대통령이 돼야겠다, 요런 게 아주 분명해가 부모가 말려도 나는 그거 하겠다 하는 애들은 원래 열명 중에 한명 두명 정도밖에 없습니다. 원래. 이게 정상이에요. 자기는 지금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들을 완전히 비정상적으로 규정을 하는 거고, 이런 식으로 하니까 애들이 힘든 거예요. 좋아하는 게 있으면 인정해주면 되고, 좋아하는 게 없다는 사람은 그대로 좋은 거예요. 아무 거나 해도 괜찮은 거잖아. 나는 라면 아니면 안된다 하는 애들은 라면이어야만 되는데 먹고 싶은 거 딱히 없다는 애들한테는 뭘 줘도 돼요."

 

"애들은 공부 안하고 놀고 싶은게 지극히 정상이에요. 뭘 자꾸 꿈을 가져라 이런 얘기 하면 애들한테 힘들어요."

 

"애들이 전 별로 하고 싶은 거 없어요, 하면 그거 좋은 거야,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야, 해주면 됩니다."

 

"나는 스님 하고 싶은 생각 진짜 없었어요. 근데 이렇게 되어 있잖아요. 인생은 너무 어릴 때 뭘 정하려고 하면 안돼요."
 

 

하여간 개사이다 영상. 내 재생목록 중에 '레전드'라는 폴더가 있는데 거기에 넣음. ㅋㅋㅋ

 

 

youtu.be/VipxdKBHzHc

 

아래 정승제라는 강사 분 영상도 시원하네. 

 

"하고 싶은 거 없는 게 고민이래매? 그 이유가 뭐냐면 안 봐서 그런거야. 보면 돼. 여러분은 생활 반경이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는 동네에 학교 정도인데. 제일 멀리 가본 게 강남역 아니에요? 뭐 본 게 없잖아. 여러분이 국회에 취직하면 국회의원 해보고 싶을 거라고요. 아빠가 예를 들어서 의사야, 그러면 그래도 봤잖아, 의사 하고 싶을 수 있지. 학생들이 그나마 접하는 게 TV잖아요. 그러니까 연예인 하고 싶은 거지. 여러분은 하고 싶은 게 없는 게 지극히 정상이야." 

 

"체조선수를 어려서부터 시작했어. 노력하면 무조건 금메달 딸 수 있어요? 아니죠? 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사는 건데. 다 불완전한 세상에서 사는 거야. 그러면서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거야. 성공한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 과정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거라니까. 그러다가 딴 길을 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도 하는 거고." 

 

youtu.be/iRN0XJ2k4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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