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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만만함의 이점

bravebird 2021. 2. 1. 03:24

유튜브의 갓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인데 내 평소 믿음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소개해 본다. 

사람들은 보통 남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는 것 같다. 반면, 만만해 보일수록 의외의 이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내 굳은 믿음이다. 상대방이 나를 쉽게 볼수록 내 앞에서 약점을 많이 드러내게 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Fm3ZuFtjuM


예전부터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정말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순수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좀 띨빵한 허당인 경향이 있으니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속으로는 계산이 서있고 손해 안 보려는 강렬한 마음이 있다. 앗 그게 훤히 보이는 건가? 그래서 순수하다고 하는 건가? 

웬만하면 사람을 신뢰하고 좋은 점을 잘 찾는 편이긴 하다.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을 상황에는 그렇게 하는 게 서로 기분 좋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골로 갈 위험이 있으면 안 믿는다. (예: 인도 여행 중, 부동산 계약 시 ㅋㅋㅋ) 또,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뼈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거나 뉘앙스를 자세히 따지거나 하기보다는, 주요 메시지 위주로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편이다. 나 역시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라고 스트레이트하게 표현하는 쪽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겉보기에 해맑고 곧이곧대로이면 어떤 사람들은 창자가 없는 줄 알고 얕잡아 본다. 재밌는 것은, 바로 그 덕분에 의심이나 경계를 사지 않고 상대방을 낱낱이 관찰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갖고 필요한 순간에는 표변하여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다. 예전에 나한테 거짓말 하다가 불의의 역습을 맞고 기겁한 사람이 있다. 정말 똑똑한 사람인데, 나를 순진하게 보고 방심했던 것 같다. 내가 땅을 기는 개미 처지다 보니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한번 미끄러지는 게 잘 보이더라. (아 근데 이때 한 방씩 주고받고 나서 오히려 잘 지냄 ㅋㅋㅋㅋㅋ 약간 꾀보 악동 스타일이긴 한데 경험도 풍부하고 시원시원하며 유연해서 배울 것도 많은 분 ㅋㅋ)

여하튼, 가끔 세상사가 게임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인간관계는 보통 단판제가 아니라 다전제라서 이기던 쪽이 계속 이길 수는 없다. 이번 판은 당신이 이겼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이기기 위해 무언가 자원을 소모했기 때문에) 다음 판은 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턴에 졌기 때문에 다음 턴에는 궁극기가 남아 있어서 이길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이기려고 하거나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지고 있거나 얕잡아 보이고 있는 상황이면 그 이점을 최대한 누리면 된다. 오히려 정말 조심해야 할 순간은 이기거나 떠받들어지고 있을 때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가 약점을 잡히고 반격당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만만하게 보던 사람이 날 가장 호되게 반격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 ㄹㅇ 묘하고 재미있다. 어떤 경우에도 자만을 경계하고 겸허히 노력하는 것이 우월전략인 듯 하다. 나도 세상사 다 깨달은 척 그만하고 이제 발닦고 자라~

관련하여 생각나는, 좋아하는 사자성어 셋.
1. 난득호도 (어리숙하게 보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2. 도광양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3. 새옹지마 (행복과 불행은 변수가 많으므로 예측, 단정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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