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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사람들

bravebird 2018. 9. 3. 19:55

재기발랄하고 장난기 많은 사람들 엄청 부럽다. 

나는 그다지 재기발랄하진 않다. 

예의와 상식 지키는 편이다. 웬만하면 점잖다. 

대신 스스럼없는 드립 같은 거 잘 못친다. 흑역사 공개 같은 셀프 망가지기 잘 못한다.   

선이 있고 웬만하면 넘지 않으면서 조심조심 거리를 지키려는 것이다.

낯을 가리거나 수줍어하는 쪽은 분명히 아닌데,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건 또 아니다. 



블로그에도 느껴지지 않을까? 힘빼고 쓴 신변잡기는 거의 살려두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그렇게 하기로 스스로 룰을 정해놓은 것이다. 

블로그는 일상에서 숨죽여 지내는 내면의 샌님 오타쿠 진지충이 날뛸 때 배출구로 쓰자! 

신변잡기는 친구 불러다가 얼굴 보고 하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분리하자! 리얼라이프는 오프라인이다!  

뭐 이런 식으로 선을 그어놓는것이다. 

솔직히 난 법없어도 살 것 같고 신용도 하나는 좋지만.....

재미는 진짜 없는 사람이다. 슬프네 젠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잼무죄 노잼유죄 세상에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선긋기가 사실 내 많은 특성을 관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학교 때 일진애들이 교실 돌아다니면서 도시락 반찬 뺏아먹고 그랬다. 

1차 노이해 - 1도 친분 없는데 왜 말도없이 가져감?!!

2차 노이해 - 어떻게 지 숟가락에 묻은 반찬 내 쌀밥에 묻히는데 아무 주저함이 없음?!

다 선이 침범당하는 걸로 생각해서 이해가 안된 것이다.

대단히 잘못된 행동은 물론 아니지만, 나는 쉽게 못할행동이거든.

음식 취향도 보면 이것저것 다 넣어 먹는 거 별로 안좋아한다. 

비빔밥 안좋아한다.

소스 많이 뿌리는 음식 안좋아한다. 맛이 섞여버린다. 

일부러 투룸집을 구한 이유는 한 방에서는 쉬고 한 방에서는 일하려는 의도였다. 

회사생활 6년째 솔직히 아직도 이해 어려운것은 공사구별은 개나준 무례함이다.

입사지원서에 졸라 가족사항 상세하게 요구하고 

입사식에 부모님 모셔오라 그러고 (아니 개인이랑 회사랑 계약맺고 일하는건데 왜...... 부모님까지 모셔와서 눈물짜는 편지낭독 타임을 갖자는건지..............)

첫인사로 니아부지 모하시노? 묻고

니 결혼할때 각자 얼마 했어? 꼬치꼬치 묻고   

이사가 돌아다니면서 남의 가방 마음대로 열어보고 이런것들

하여튼 생활 습관이고 음식 취향이고 경계를 딱딱 지어놓으려는 습성이 확실히 있다.  

사실 별로 맘에들진 않는 특성이다. 재미도 없고 뭔가 까칠하자나.... 

이게 또 지킬 건 지키려는 일말의 성실성 내지 신용도의 이면이긴 하다. 

그 덕에 그동안 이룬 것들도 있었고 

어디 가서 예의없다는 얘기는 그래도 안 듣는 것 같은데다

싫든 좋든 앞으로 쭉 생긴대로 살아가야 할테니 이럭저럭 수용은 하고 있는 성격이다만은 

그다지 내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은 형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절한 유전자 믹스가 시급하다~ 



근데 어떤 애들은 그런 경계가 별로 없다. 

초면에 입도 안 가리고 우하하 거리며 방정 떨어 제낀다 ㅋㅋㅋㅋㅋㅋ

아시바 하고 욕도 섞어가며 아주 찰지게 웃음 ㅋㅋㅋㅋㅋㅋ 

막 말하는것도 시끄럽고, 더러운 얘기도 잘하고, 지 부끄러운 얘기도 스스럼이 없이 솔직함. 

부탁도 뻔뻔하게 하는데 밉지 않게 수위조절을 잘한다.  

그냥 지 하고싶은대로 선 잘 타넘어 다니고 많이 망가지고 잘 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그런 사람이 주변에 그렇게 많진 않다.

근데 개중에도 있긴 있다. 

전반적으로 유쾌하면서 자기 본능 내지 천성대로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사람들.

그러면서도 균형 잘 잡는. (사실 이게 가장 중요!)

나도 그앞에서 마음편히 망가지고 같이 웃고 욕도 하고 장난도 치고 좋다. 



나는 확실히 본능적이고 육체적인?! 하드웨어적인?! 똑똑함이 결핍돼있닼ㅋㅋㅋ

그냥 다 후천적인 파밍으로 채워야 한다. 노가다, 농부 스타일..... 

딴에 욕심은 많아갖고 수면 위에 떠있긴 해야겠다 보니까 발버둥은 열심히 쳐서 

뇌주름의 미끈함을 한번 극복해 보려는 개노잼 모범생?!을 살아온 세월이 길고

게다가 직장인 월급쟁이는 풍각쟁이마저 모범생을 만드는 직종이며

따라서 재미나 흥은 일정부분 희생해온 것 같다.

그런 결핍과 아쉬움이 있는 나와는 다르게 

유유자적, 껄렁껄렁, 노닥노닥, 동에번쩍 서에번쩍 자기 본능 따라 살면서도

힘줄곳에 힘주고 힘뺄곳에 힘빼는 똑똑함까지 갖춘 

재기발랄한 사냥꾼같은 애들 진심 부럽다. 

여기다가 겸허하기까지 한 친구들이 있는데 

얘들은 유쾌하고 똑똑하면서 사귀기 쉽고, 중심이 잘 잡혀있으면서도 유연하고

성격적으로 정말 복받은 친구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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