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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북미

미국 충격적

bravebird 2023. 2. 1. 17:15

미국은 올 때마다 충격적이다.
 
동네에 여유와 부유함이 흘러넘치는 게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때까지 가본 어떤 부자 나라에서도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 광활한 공간에 인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 근본적인 사치스러움이 충격적이다.
한국이 아무리 더 부유해져도 서울에서 이런 호사는 영원히 누릴 수 없다.
이곳 천문대에 가보면 시내에 높은 빌딩이 거의 보이지 않고 2층짜리 낮은 건물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아시아 도시들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긴 스카이라인이다. 도시의 설계부터가 다르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내려다본 LA 야경. 스카이라인이 낮음. 360도를 둘러보아도 높은 빌딩은 저것밖에 없음.

 
여기는 아예 한국과는 헷갈릴 수가 없는 철저한 외국이고 별세계이다.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곳을 무조건 좋아하긴 하지만 교외 아울렛은 꼴보기 싫다.
진짜 공간이 너무 커 ㅋㅋㅋ 살 것도 없는데 따라가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함 ㅋㅋㅋㅋㅋ
그리고 해변이 옆으로 너무 넓고 시야가 트여있어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해변 쪽으로 걸어가면서 보면 바다가 위로 약간 볼록하게 솟아 보인다.
 
모든 게 옆으로 퍼져있는 마당에 온갖 종파의 교회가 발에 채이는 것도 기괴하다.
그냥 길 걷다가 발견했는데 여기 몇 블럭 내에 크리스천 사이언스, 제7일안식일재림교회, 유니태리언, 퀘이커 교회가 다 있다.
퀘이커에는 호감이 있어서 두어 번 일부러 기도회를 찾아가봤었고 이번에는 커뮤니티 명부에 이름도 올려보았다.
다음에는 랄프 왈도 에머슨이 믿었다던 유니태리언, 토요일에 예배보고 일요일에 일한다는 재림교회 한번 가봐야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교회도 우연히 지나쳤는데 여기 혹시 발 킬머가 다녀갔을까 하고 궁금했다.
발 킬머 고향이 여기고 크리스천 사이언스를 믿는다고 한다.
오는 길에 비행기에서 탑건 1, 2를 다시 봐서 한껏 탑건뽕이 차있는 상태다.
뻔한 이야기에 프로파간다라고 하지만 상관없다. 정말 즐거운 오락 영화이다.
 
물가는 공포스럽다. 오늘 스시 8점에 뎀뿌라 우동 좀 먹었다고 94달러가 나와서 일 식비를 거의 소진해버렸다.
최소 18% 무렵부터 시작하는 팁 문화는 좀 너무한 것 같다.
음식이랑 빌 가져다 주는 당연한 서비스에 팁을 퍼센티지로 18%씩 내라니?!
 
외식이 가차없이 비싼 것,
분리수거 따위 하지 않는 것,
별의 별 것을 다 파는 거대 규모의 슈퍼마켓, 엄청난 대량 소비문화,
굉장히 세속적이면서도 매우 종교적인 것,
전혀 모르는 사람이 How are you? 물어오는 스몰토크 문화,
(암만해도 이게 그냥 안녕?으로 들리지 않고 기분 어때?로 들리는 한국어 두뇌라서 적응이 안됨...)
장르를 가리지 않고 대중음악이 너무 좋은 점,
뻥 뚫린 끝도 없는 고속도로,
광활한 대자연,
근데 또 그만큼 광활하게 펼쳐진 도시 권역, 전부 다 낮은 빌딩인 것...
차원이 다른 초고도비만,
끊이지 않는 총기난사,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약에 취한 미친 자들,
너무나도 다양하게 생긴 얼굴들,
대체로 매우 편한 옷차림이며, 조금 기괴한 패션에 대해서 별 관심도 없는 것, 
프로파간다인게 뻔한데도 탑건보면 내가 괜히 국뽕맞은듯한 막강한 소프트파워,
서점과 대학도서관에 정말 온갖 분야의 희귀한 책이 다 있는 것,
기술강국임에도 말도 안되게 아날로그적인 행정처리와 각종 서비스,
그 무엇보다도 개개인이 누리는 엄청난 공간, 그 근본적인 사치스러움.
 
하여튼 미국은 좋은 면에서든 나쁜 면에서든 근본적으로 충격적인 나라이며 세상에 둘도 없다...
안 좋은 점도 수없이 보이지만 뭔가 동경하게 하는 요소는 확실히 있어서 내가 아마 1980년대쯤 20대 젊은이였다면 맨주먹 정착을 꿈꿔봤을 것 같다. 지금은... 만에 하나 누가 미국에서 일시켜준다고 해도 집일집일밖에 남지 않을 것 같아서 글쎄다...
24시간 외국어 쓰면서 사는 것도 너무 피곤하다. 갖다놓으면 결국 적응은 하겠지만 슬램덩크 이야기며 어릴 때 뽀뽀뽀 보고 SES 좋아했던 이야기며 드립은 누구랑 칠 건가??ㅋㅋㅋㅋ
 
내가 미국에서 가장 동경하는 것은 항상 대중음악이었다. 애초에 영어를 배운 것도 미국 흑인 음악을 좋아해서였다.
캘리포니아 오면 생각나는 노래들인데, 마지막에 록셋은 스웨덴 그룹이긴 하지만 저 노래는 여기랑 참 잘 어울린다.
꽝꽝 켜놓고 샌디에이고까지 고속도로 밟아서 탑건 하우스랑 미라마 해병기지 다녀와보고 싶다. (현실은 무면허)
 
https://www.youtube.com/watch?v=4ExtRqheU6Q 

https://www.youtube.com/watch?v=uR_2MMar0s0 

https://www.youtube.com/watch?v=5zq7ujKwuRY 

https://www.youtube.com/watch?v=mwgZalAFNhM 

https://www.youtube.com/watch?v=xCorJG9mu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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