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자각몽의 신비 본문

일상

자각몽의 신비

bravebird 2025. 2. 16. 23:58

요즘 자각몽을 자주 꾸는데 정말 신비롭다. 내가 자각몽을 꾸는 조건은 주로 자다 깨서 잠이 들락말락 하거나 얕게 잠든 때인 것으로 생각된다.

난 뭔가 꿈을 꿨다는 느낌만 어렴풋이 있지 기억을 거의 못하는 편이었는데 재작년 말 정도부터 입면환청, 엄청난 속도의 삽화적 이미지, 자각몽, 심지어 예지몽 등 꿈 관련해서는 신세계를 보고 있어서 이제 자다 깨면 녹음할 것이다. 예지몽은 무슨 미신 오컬트 그런 차원이 아니라, 사람이 자는 중에 뇌가 현상을 해석하고 뭔가를 직감하고 시뮬레이션하고 대비하기 때문에 결국 높은 확률로 실제 일어나는 일이 되므로 예지몽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자각몽 1.
꿈 내용 자체는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꾸다가 이게 꿈인 걸 알았다. "이거 꿈인데 깨어나면 기억을 거의 못할 거니까 카메라로 찍어야겠다." 하면서 무한히 셔터를 누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꿈을 기억하고 싶다는 의식 내지 의지를 꿈 속의 동작으로 표현한 경험이다.

자각몽 2.
꿈 속에서 대구였고 내 옆에 여자 둘이 걷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대구여서 그런지 이게 꿈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걷는 속도를 줄였다 늘렸다 하면서 뒤서거니 앞서거니 했다. 뭔가 꿈속에서 의지를 갖고 스스로의 몸을 조작을 해본 경험이다.

자각몽 3.
내가 실내 체육관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물 속인 것처럼 저항이 있어서 잘 달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꿈인 걸 알았다. 지상에서 달리는 것이 수중처럼 느껴질 리가 없지, 이건 꿈이다, 하면서 꿈인 걸 검증하려고 계속 달려보고 커브도 틀어보았다. 꿈을 검증하려는 시도를 한 경험이다.

자각몽 4.
이건 자각몽이라기보다는 꿈 속의 꿈이다. 꿈 속에서 난 애 엄마였는데 퇴근하고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가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 뭔가 한바탕 요란한 꿈을 꾸고는 깨어났다. 일어나 보니 엄마가 있었는데 엄마한테 "내가 지금 퇴근하고 와서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어서 오늘 애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비몽사몽 중이라 그런 것 같은데 지금 애 이름마저도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애 엄마로서 애를 하루 중에 거의 보지도 못하는 이 상황에 정말 문제가 있지 않느냐. 꿈도 너무 강렬했는데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 하는 내용의 하소연을 했다. 꿈 속에서 자다 일어나서 엄마하고 이런 대화를 했다는 게 웃긴다. "나는 엄마가 아닌데 엄마라고? 이거 꿈이네." 하는 자각을 했었는지 여부는 잘 생각이 안 난다. 어쨌든 꿈 속의 꿈에서 깨어난 직후에 내 자식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는 게 뭔가 이상하다는 걸, 자다 깨서 아직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은 한번 자각한 것이다. 이 꿈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역할갈등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의 반영 및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인가 보다. 난 회사에서 애 생각하며 동동 구르거나 애 보면서도 일 생각해야 하는 그런 무한 멀티태스킹이 너무 스트레스일 것 같다고 항상 생각했다.

자각몽 5.
꿈 속에서 뭔가 바라보고 있는데 내가 눈에 끼고 있는 렌즈가 투명 파란색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안구에 밀착이 되어 있는 렌즈와 나 자신 사이에 공간이 생긴 것처럼 렌즈 그 자체가 보였다. 그래서 이게 꿈이란 걸 분명히 알았다. 그러더니 렌즈에 비친 내 자신의 다양한 모습까지도 보였다. 이것은 내가 살면서 경험한 꿈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신비롭고 특별한 꿈으로, 자각몽 내지 메타인지라는 것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 같다. 이런 강력한 상징물이 등장하는 꿈은 너무나 강렬하고 생생하여 잊을 수가 없는데 그 중에서도 거의 최고다.


ChatGPT 생성 이미지인데 너무 미인으로 만들어 놔서 좀 톤 다운 시키라고 했는데도 여전히 너무 고우신 분이 등장함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애 엄마라면?  (0) 2025.02.11
입면기 자각몽 및 환각 경험  (1) 2025.01.17
돈 / Money  (13) 2024.08.29
일상 복귀 1개월 즈음 / About One Month After Returning  (2) 2024.08.27
진짜 여행 시작 / The Real Journey Begins  (3) 2024.07.3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