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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가 애 엄마라면?

bravebird 2025. 2. 11. 23:50

이거 내가 상상하기 즐기는 주제이다. 매우 재미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거나 꼭 애를 낳아 길러야겠다는 가치관이 있는 건 아니라서 이번 생에 엄마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는 항상 재미가 있다.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내가 자라면서 한 것들, 혹은 부모님이 날 키우면서 실천하신 것 중에 좋았던 것들, 
성장기를 돌아볼 때 아쉬웠던 것들,
2020년대 한국의 육아를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반면교사 삼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생각해보고 반영시키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최근 한국의 육아 문화에서 기함하였던 것들은 언급을 해야겠다. 
- 무조건 보호자가 등하교를 시켜야만 하는 것 (이것은 규정으로 되어 있어 선택지도 없어 보인다)
- 중고등학생씩 돼도 학원을 차로 실어다 날라야 하는 것
- 놀이터에서 지들끼리 나와 노는 애들이 전혀 없고(이것은 인구 감소도 원인이겠지만) 옆에 부모가 항상 지켜보고 있는 것
- 자녀 GPS 위치 추적(심지어 주변 소리까지 들리도록 설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
 
위와 같은 일들은 나는 해줄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지가 않다.
특히 초등학생 등하교를 시켜야만 한다는 것이 제일 충격적이었는데 이것은 직장 생활과 양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2020년대가 1990년대보다 육아 인프라가 훨씬 발달했음에도 육아 난이도는 미친 듯이 상승했다고 본다. 나는 1990년대에 만 4세 정도부터 슈퍼 심부름을 갔고 만 5세에 다닌 유치원과 만 6세에 입학한 학교 모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알아서 혼자 다녔다. 노는 것도 알아서 나가 놀고 어두워질 때쯤 들어왔다. (지금과 달리 동네에 애가 많아서 가능했긴 함.) 1990년대 대한민국은 유괴 사건과 인신매매가 횡행했던 시절임에도 그 세대 아기들은 확실히 현 세대 아기들보다는 강하게 컸다.
 
육아의 표준이 예전보다도 한층 더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이고, 거의 강박적이라고 보이며, 난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천 없이 오직 상상만 하는 사치를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밖에 나가서 입에 올릴 기회는 없고 이렇게 블로그에나 쓸 수 있는 주제이다. 너무나도 순도가 높은 뇌피셜이라서. 
 
 
 
하여튼 내가 부모라면 이렇게 하겠다고 생각한 것들이다. 자녀가 대강 알아서 잘 하리라는 것이 약간 전제된 듯 하므로 역시나 그저 뇌피셜이다 ㅋㅋㅋ
 
 
- 밥을 잘 해먹인다. 웬만하면 집에서 만든 밥을 먹이고 가공식품은 최소화한다. 
 
- 집에서 책을 다같이 읽고 산책을 같이 나가고 이야기를 나눈다. 영어도 집에서 한다. 주말에 도서관에 데리고 간다.
 
- 할머니, 할아버지 등 어려운 어른 자주 만나 뵙도록 한다.
 
- 아이는 집안에서 맡은 일이 있고 이에 따라 용돈을 받는다. 기본 용돈은 제공하지만 약간 부족한 수준으로 하며 용돈을 더 받고 싶으면 나이에 맞는 수준의 집안일을 배워 점차 집안에서 역할을 늘리도록 한다. 
 
- 핸드폰은 최대한 늦게까지 사주지 않는다. GPS 위치 확인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정을 같이 상의하고 대략 언제 올 것 같은지 이야기하며 중간에 계획이 크게 바뀔 경우에는 집에 알린다.
 
- 방과후 활동이나 교내 동아리 또는 집 근처 학원에서 체육/음악/미술을 접해보고 마음에 들어하는 것을 한 가지 고르게 한다. 본인이 흥미가 붙으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취미 수준에서 지원해준다. 그 중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무언가를 완성하는 취미 활동(예: 오케스트라 등)은 특히 권장한다. 중국어와 일본어에 취미가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지원해준다.
 
- 초중고 모두 도보 가능한 거리에 있는 학교로 보낸다. 학교에서 수업 열심히 듣고 숙제 잘 하고 동아리도 해보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라고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선 선생님께 최대한 여쭤보고 EBS 잘 활용하라고 한다. 학교 생활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기본적인 원칙과 상식에서 너무 어긋나게 행동하는 경우에는 전부 동조할 필요가 없으며 인생 전체에서 결국 스쳐 지나가는 존재들이므로 너무 힘들어할 필요 없다고 분명히 이야기해 준다.
 
- 집에 와서는 주어진 숙제를 다 하고 나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고 특히 잠을 충분히 자게 한다.
 
- 중학생 때부터 시험 공부는 최대한 열심히 하라고 한다.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보호 및 지원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시절은 학생 때 말고는 없고, 공부는 나중에 급하게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당장 어렵고 의미없어 보이는 것도 일단 힘껏 해보고 나서야 이게 진짜로 어렵고 의미없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주어진 것은 열심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알아낸 것들이 결국 본인 인생의 경험이라고 말해준다.
 
- 중학교 때부터 입시 학원을 꼭 다니고 싶으면 꼭 필요한 이유와 함께 한 과목 고르게 한다. 직접 커리큘럼과 선생님을 알아보게 한다. 학교 수업, EBS 등이 이미 있으므로 꼭 학원에 다녀야 할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하면 한 과목까지만 지원한다. 본인이 자유 시간을 쪼개서 다녀야 하고, 픽업은 불가능하여 스스로 이동해야 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한다.
 
- 대학 학비는 본인이 낸다. 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을 스스로 잘 알아보고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 대학생 때부터는 용돈은 스스로 번다. 아르바이트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의 목돈을 써야 하는 특별 지출은 사안에 따라 지원하지만 외식비, 교통비, 본인 취미 활동 등의 일상적인 지출은 스스로 해결하고 관리한다.
 
- 대학 졸업 후 진로도 본인이 알아서 한다. 자기가 직접 일자리를 찾아서 번 돈은 온전히 자기 것이다.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하면 부모가 도와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말한다. 부모는 미성년 자식의 생존과 건강을 온전히 책임지며 그 이후부터는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진다.
 
- 결혼도 본인이 스스로 한다. 안 하고 싶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 종교도 성년이 된 후에 원한다면 본인 스스로 택한다. 본인 또는 본인 배우자와 부모의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면 전도하려 하지 않고 평화 공존한다.
 
- 정치 신념도 본인이 스스로 택한다. 본인 또는 본인 배우자와 부모의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면 가르치려 하지 않고 평화 공존한다.
 
- 성형이 필요하다면 성년이 된 이후 본인이 돈을 벌고 스스로의 책임 하에 한다. 단 성형을 굳이 하지 않아도 너는 충분히 괜찮으며 결국 노화는 피할 수 없기에 먼 훗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철저히 교육시킨다.
 
- 다른 생명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조차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사회경제적 상황일 때(예: 미성년자)는 아이를 갖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관념을 어려서부터 철저히 교육시킨다.
 
 
인간인지라 완벽한 부모는 못 될 것이다. 제공해줄 수 있는 환경에도 한계가 있다. 환경이 완전히 마음에 들게 주어지는 경우는 인간 세계에서 아예 존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원에는 제약이 있고 선택에도 책임이 따르지만 그 불완전한 세상에서 내 자녀가 스스로의 자유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을 한껏 돕겠다는 게 부모로서 나의 다짐이 될 것이다. 
 

결론: 그래도 나는 픽업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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