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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안네 프랑크의 집. 이번 휴가 때 사진 거의 찍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것도 다 발로 찍은 것 같다. 뭐 구글 검색하면 좋은 사진 천지니까 골라잡으면 되므로 상관 없음. 여하간 친구랑 따로 일정을 잡았던 이날, 오전 내내 암스테르담 유대인 지구를 구경하고 저녁 때 마지막으로 안네의 집을 찾았다.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들어갈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운하변에서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안네의 창문이랑 맞은편 건물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왔다. 안네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을 풍경.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안네의 일기를 마저 읽다가 목이 메어서 잠깐 울었다. 안네는 어처구니없이 밝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책 반납 전에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워서 그 자리에 앉아서 베껴 적고 반납했다. 범우사 책이었음. 안네는 굉장히 영리한..
작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눈에 띄는 그림이었다. 카라바조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음. 그러고 보면 카라바조는 정밀하고 잘 다듬어진 딱 고전파 느낌인데 할스는 붓자국이 좀 거친 편이네. 순간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려 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할스를 좋아했다고 한다. 엽서로 만들어져 있었으면 당장에 사왔을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메모해놓지도 않아서 그냥 나중에 boy + skull + national gallery 해서 찾았다. (클릭) 요것은 초상화가 아니다.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바니타스화다. * 바니타스(Vanitas)는 16-17세기의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정물화에 특히 관련있는 상징과 관련된 예술작품의 한 종류로, 그 이외의 장소들과 다른 시기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
어제 친구랑 만나서 구글맵 켜놓고 계획 짰다. 각자 헬싱키, 암스테르담을 알아봐와서 조합하는 데는 딱 2시간 정도 걸렸다. 최우선순위 장소를 미리 선별해와서 가까운 곳들을 같은 날에 묶었고, 시간대별로 계획짜고 그러진 않았다. (숨막힘) 식사는 둘다 한끼 때우면 된다는 마음씨라 식당은 전혀 안 찾아왔더군... 일정 정하기가 아주 편했다. ㅋㅋㅋ 공동비용 관련해서는 헬싱키에서는 내가, 암스테르담에서는 친구가 카드 결제하고 나중에 반반 나누기로. 나는 여행가면 그냥 관광지 위주로 다니다가 틈 나면('틈 내서'가 아님) 주변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는다. 여행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먹고 입고 꾸미는 등등 감각적인 것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걸 다채롭게 누리는 사람들이 확실히 재밌게 사는 것 ..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암스테르담》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스피노자 부분이 좋아서 한번 더 봤다. 원래 스피노자가 네덜란드 사람인지도 몰랐고 무슨 주장을 펼친 철학자인지도 전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암스테르담과 자유주의와 도저히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직접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철학 굉장히 머리아파함) 매력적인 주장을 펼친 사상가였다. 스피노자의 조상은 이베리아 반도 출신 유대인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성씨가 스페인 느낌이다. 1300년대에 에스파냐 카톨릭 교회가 강제개종 정책을 시행하면서 겉으로는 카톨릭, 속으로는 유대교를 믿는 크립토 유대인(Crypto-Jew)이 늘어났다. 이후 1492년도에 에스파냐 왕국이 그라나다 왕국을 함락시키면서 이슬람 세력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쫓겨났..
올해 7월에는 아주 친한 친구랑 암스테르담+헬싱키 간다. 도시 하나씩 골랐는데 나는 헬싱키, 언니는 암스테르담을 골랐지만 사실 암스테르담은 따로 가보려고 했을 만큼 굉장히 궁금했던 곳이다. 지금껏 모든 유럽 도시는 흩어져 있는 실크로드 문화재를 보려고 간 거였고 헬싱키도 마찬가지인데, 암스테르담은 순전히 그 자체 때문에 가볼 생각이었다. 암스테르담 내지는 네덜란드가 왜 궁금했는가? 이유는 무수하다. 자유주의 국가. 경제적 자유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가 융합된 곳이다. 네덜란드는 해양팽창 시대를 주름잡았던 초기 자본주의 상업대국으로 지금까지도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다. 동시에 사회자본이 풍부한 복지국가다. 한국은 전쟁으로 다같이 망하고 출발한 쁘띠부르주아의 나라로 평등주의가 지배적인 곳이다. 그런 곳에서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