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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러시아에 휴가를 온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거의 10년 만이다. 처음 왔던 2014년엔 크림 사태가 있었고, 2025년 현재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진행 중이다. 2014년 당시에 썼던 글들을 다시 보니, 당시 나름 이쪽저쪽의 입장을 모두 살펴보려는 노력이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러시아의 입장을 꽤 적극적으로 이해해 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2025년 5월 7일자의 생각을 덧붙인다.다수의 러시아 사람들은 서방과 미국의 보편주의적 관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러시아인 대다수가 나라를 찢어서 팔아 넘겼다고 싫어하는 고르바초프와 옐친 시기에 겪은 극심한 혼란과 강대국 지위 상실에 대해 집단 기억이 형성돼 있어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제국적 시각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올해 6월 초 백야 때 스톡홀름이랑 같이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갔었는데 이제 올린다. 나는 글쓰는 데 진짜 게으르고 특히 여행기 같은 사사로운 이야기는 길게 못 쓴다. 정말로 아름다운 곳에서 잘 놀고 푹 쉬다 왔으니 지금 와서 글로 남기든 말든 아무런 관계 없지만, 사진첩 정리하다 보니까 홀랑 까먹기 전에 조금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네 번째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회사 사람들은 왜 자꾸 러시아를 가냐고 하기 때문에 그냥 스톡홀름 갔다왔다고 했다. 임원 한 분이 내가 러시아 다니는 걸 희한하게 여겨서 소문을 내신다. 사적인 대화 한 마디 해본 적 없는 옆팀 팀장이 그 분한테 들었는지 워크샵에서 갑자기 "그렇게 러시아가 좋으면 주재원 하나 잡아요. 내가 보기에 주재원 와이프가 팔자 최고야." 이러길래 양..
이코노미스트 러시아 관련 기사는 정말 읽을 게 못 된다. (A hollow superpower 참조) 나는 러시아 문화를 사랑한다. 러시아 빠라고 해도 사실 할 말이 없다. 동시에 푸틴의 독재를 우려한다. 그렇지만 국제뉴스를 읽을 때는 러시아 문화에 대한 호감이나 평소의 도덕적 신념을 뒷전으로 밀어두고 정치역학의 작용 그 자체를 관찰하려 한다. 물리학에서 힘의 작용을 연구하듯이. 그렇게 기름기를 제거하고 본 현실정치란 헤게모니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각종 기술이다. 푸틴은 이 정치에 능하다. 그것도 상당히. 러시아는 작년 9월 30일부터 이란과 모의해서 시리아 공습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10월 말, IS 테러로 러시아 여객기가 폭격당했다. 덕분에 IS 격퇴를 명분으로 걸 수 있었다. 서방사회와 발맞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