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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이 책은 1997년에 출간되었으며 현지 조사는 1980년대에 이뤄졌으니 책 속 내용은 거의 30년이 지난 이야기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장에 대한 관심이 뜸하고 연구가 드물었던 시절의 인류학 현지 조사 결과이기에 나름 신장 관련 필독서일 것으로 예상이 된다. Identities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이 책은 신장 내에서 경합하는 여러 정체성에 대한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위구르 농민 계층은 지리적 이동이 거의 없기에 자신이 속한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스스로의 집단 정체성을 규정한다. 반면 상인 계층은 중국 내지의 대도시와도 교류하므로 신장의 범주를 넘어 중국 공민이라는 의식 역시 어느 정도 갖고 있다. 이와는 달리 지식 계층은 주로 한족과의 대비를 통해 위구르라는 민족 의식을 강조하며 ..
2014년 겨울에 모스크바 갔을 때 칼미키아 사람들을 몇 알게 되었다. 어떤 바에 1주일 간격으로 두 번 찾아갔는데, 갈 때마다 마주쳤던 한 그룹의 친구들이었다. 생긴 게 내 친구랑 너무 닮아서 고려인인가 싶어 물어봤더니 칼미크족이란다. 와, 오이라트 후손 아니냐고, 너무 반갑다고 반색을 했더니 그 쪽에서 더 놀라고 반가워 했다.이 사람들은 한 무리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대여섯 명을 한꺼번에 알게 되었다. 덕분에 2015년에 다시 한번 모스크바를 갔을 때 또 만날 수 있었다. 이 중에 한 분이 몇 개월 전 내가 마침 핀란드 여행을 준비중일 때 만네르하임 사진을 올렸다. 중앙아시아 탐험 중에 찍은 오이라트인 사진들! 이 사진들을 다시 웹검색해서 러시아 블로그들을 찾아냈다. 원글 캡션에는 전부 칼미크인이라고..
아우구스투스 프레데릭 루돌프 회른레: 1821년 인도에서 태어남. 독일계 성공회 선교사의 아들. 런던에서 산스크리트어를 배웠고, 당시 영국령 인도의 수도였던 캘커타에서 학문 연구. 인도 고문서 해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영국 편에서 고문서 수집 경쟁에 참여했다. 희대의 고문서 위조범인 이슬람 아훈에게 깜빡 속는 바람에 뻘논문까지 쓰게 되지만, 동료 학자들이 슬쩍 넘어가줌. 개이득~ (오렐 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클릭)바우어 고사본 일부. 위키피디아 펌. (이미지 클릭) 바우어: 인도 육군 정보부 장교. 스코틀랜드 탐험가인 앤드루 댈글라이쉬(Andrew Dalgleish)를 청부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수색하던 중, 굴람 카디르라는 현지인으로부터 51매의 자작나무 껍질로 된 문서를 사서 캘..
중국에는 투르크어를 말하면서 이슬람교가 아니라 티베트 불교를 믿는 민족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위구르족과 본래 한 계통으로 추정됩니다. 바로 간쑤성 쑤난 위구족 자치현에 거주하는 위구족(裕固族, Yugurs)입니다.1893년도에 러시아 탐험가인 그리고리 포타닌이 처음으로 위구어 단어 사전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위구족의 행정 및 지리적 상황에 대한 간단한 노트를 곁들였습니다. 이후에 위구족 관련 민족지 조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한 첫 번째 사람이 만네르하임입니다. 만네르하임의 위구족 관련 보고서는 1911년에 피노-우그리안 소사이어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만네르하임에 의하면 위구족은 스스로를 Sarö Yögurs라고 부릅니다. 황색 위구르라는 뜻입니다. 이들은 만네르하임 당시에도 이미 과거 역사에 대한 기억..
핀란드 여행 준비 시작. 첫 번째 책은 Eric Enno Tamm의 The Horse that Leaps through Clouds. 헬싱키에 가는 이유는 핀란드 전 대통령인 구스타프 만네르하임의 실크로드 탐험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 책은 만네르하임의 여행 루트를 그대로 따라 여행한 한 에스토니아계 캐나다인의 여행기다. 분량이 500쪽 이상이라 2주 동안이나 읽었는데 내용이 충실해서 새로 알게 된 게 꽤 많다. 만네르하임은 독일 혈통의 스웨덴계 핀란드인으로, 제정 러시아 말기에 대공국(Grand Duchy)이었던 핀란드에서 태어나 러시아 군대에서 복무했다. 러일전쟁에 자원하여 대령으로 진급한 후 1906-1908년 사이에 중앙아시아와 북중국을 탐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당시는 그레이트 게임 후반기이자 ..
중국 신장 하미에 있는 대사막으로 고비 사막의 일부. 마귀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차 타고 들어가다가 나오는 길을 못 찾아서 말라 죽은 사람도 있다고. 겨울이라 사람도 거의 없었다. 원경으로 잡으니 실제 눈으로 보고 느낀 것보다 훨씬 더 어둡고 황량하고 괴괴해 보인다. 이런 극한의 사막을 지나 무역을 하고 탐험을 했던 옛사람들에 대해 언제나 경외감을 갖고 있다.
타이페이에서 공부 중인 친구가 있어 하루 휴가를 쓰고 주말 동안 놀러 갔다. 원래 작년에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드디어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따뜻한 남쪽나라다 보니 가벼운 옷을 입고 봄기운을 제대로 낼 수 있었다. 3월은 타이완 여행의 적기라더니 딱 그랬다. 반팔 입고 가디건 하나 가지고 다니면 딱 적당한 날씨였다. 캐세이퍼시픽 비행기를 탄 관계로 시내의 송산공항 대신 타오위안 공항에 내렸다. 내려서 3일간 3g 데이터를 무한 제공하는 유심칩을 사서 끼워 넣고 문명세계에 즉시 재접속할 수 있었다. 대만달러 300불이니 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 다니는 내내 여행자를 위한 인프라가 무척 잘 되어있고 편리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타오위안 역에서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려면 대만달러 120원을 내고 국광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