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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독서모임을 빙자한 친구모임을 월 1회 하고 있다. 10년 된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오늘은 두 번째 모임이었고 내 제안으로 노자 《도덕경》을 다뤘다. 저번 달은 군주론이었는데 글을 아직 안 남김. 다음 기회에. 《도덕경》은 얇고 쉬워서 금방 읽혔다. 아포리즘 모음이다.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마음 편하게 한 2-3일 정도 읽으니 끝났다. 평가는 내가 제일 후하게 줬다. 한 친구는 동양철학이 잘 안 맞는다고 했다. 도가 뭔지 설명도 못하는 걸 보니 엄밀하거나 논리적이지 못하고, 그냥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을 정리해놓은 것 같단다. 다른 친구는 꽤 호평을 했는데 《도덕경》 내용이 상식(직선적인 세계관)에 반하기 때문에 허를 찌르고 시야를 넓혀준다고 했다. 나도 대체로 비슷한 감상이다. 내용 요약은 ..
한무제 때 동중서의 활약으로 유교가 관학으로 확립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유가사상은 군주제도를 정당화하면서도 진나라 때의 가차없는 법가사상보다는 말랑말랑해 보인다. 한 마디로 착한 척 하면서 점수 따기에 딱 좋다. 유비생각나넼ㅋㅋ 이렇게 겉으로는 유교를 내세우면서 야금야금 법가적인 통치를 실시하는 간특한 꼼수를 외유내법이라고 부른다. 한무제 신하 중 급암이라는 자가 그 꼼수를 꿰뚫는 사이다 발언을 했다. "속마음에는 욕심이 많으면서 겉으로는 인의를 행하는 척 하십니다 그려." 놀라운 것은 무제가 이런 급암을 두고 사직을 지탱하는 신하라며 중용했다는 것이다. 둘다 기개가 있다. 난 중국사를 좋아하지만 전형적인 한족 왕조들은 따분해 하는데, 아직 푸릇푸릇한 신생 제국이었던 한나라의 이런 간특하다거나 유연하..
설 연휴부터 최근까지 이중톈 중국사 1~9 드디어 독파. 1권의 복희와 여와부터 시작해서 9권 전한/후한과 동로마/서로마 부분까지 번역본이 발간돼 있다. 청말 이야기까지 계속 나올 거라 앞으로 몇 년간은 행복할 예정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이중톈의 촌철살인은 일품이다. 제일 인상깊은 부분은 항우와 유방 이야기. 한 6년 전 수업시간에 몰래몰래 꺼내읽은 품인록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데 밥벌이하는 샐러리맨이 되고 나서 다시 보니 사무치게 와닿네. "항왕은 예의가 바르고 사람을 사랑하는데 대왕(유방)은 무례하고 저속합니다. 그러나 항왕은 인색하고 옹졸한데 대왕은 씀씀이가 대범합니다. 그래서 다들 한나라 진영으로 오는 겁니다." "유방은 무정하기는 하지만 냉혹하지는 않았고,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낭만이 전혀 없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