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항우와 유방 본문
설 연휴부터 최근까지 이중톈 중국사 1~9 드디어 독파. 1권의 복희와 여와부터 시작해서 9권 전한/후한과 동로마/서로마 부분까지 번역본이 발간돼 있다. 청말 이야기까지 계속 나올 거라 앞으로 몇 년간은 행복할 예정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이중톈의 촌철살인은 일품이다.
제일 인상깊은 부분은 항우와 유방 이야기. 한 6년 전 수업시간에 몰래몰래 꺼내읽은 품인록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데 밥벌이하는 샐러리맨이 되고 나서 다시 보니 사무치게 와닿네.
"항왕은 예의가 바르고 사람을 사랑하는데 대왕(유방)은 무례하고 저속합니다. 그러나 항왕은 인색하고 옹졸한데 대왕은 씀씀이가 대범합니다. 그래서 다들 한나라 진영으로 오는 겁니다."
"유방은 무정하기는 하지만 냉혹하지는 않았고,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낭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이 좌표를 보고 내 위치를 짚어 봤고, 주변 사람들을 같이 떠올려 봤다. 유방 같은 사람은 잘 대해본 적이 없다가 회사에 오니 남자 선배 중에 수두룩했다. 서로 책략이 달라서 오해 많은 사이가 되고는 하는데, 가감없는 막말과 안하무인격 행동에 어이가 없을 때가 많지만 본능적인 상황판단력이랄지 놀랄 만한 배포나 과감한 유연성은 매우 부럽다. 순수하다는 게 더 이상 칭찬이 아닌, 오히려 뼈있는 한 마디일지 모르는 나이와 처지가 되니 유방이 달리 보인다.
무정하기는 하지만 냉혹하지는 않고,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낭만이 전혀 없지는 않은 사람이라... 치명적인 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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