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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구트 귀순비 목격!!

bravebird 2017. 9. 27. 23:42


이번에 토르구트 귀순비 드디어 목격!! 캬!! 2017. 9. 20. 수. 딱 1주일 됐다.  

토르구트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꽤 자주 다뤘다. 토르구트는 오이라트(서몽골) 연맹을 이루던 한 부족이다. 강희제가 네르친스크 조약 및 3차례의 친정을 통해 정복하려 했고 십전노인 건륭제가 끝내 복속시킨 준가르가 오이라트 부족 중 제일 잘 알려져 있다. 나머지가 호쇼트, 데르베트, 토르구트다.

오이라트는 신장의 준가르 분지를 중심으로 중국 서북부에 살았다. 티베트 불교를 믿고 티베트 내정과도 많이 얽혀 있었는데 특히 칭하이 성의 코코노르(칭하이 호) 주변에 살던 호쇼트가 그렇다. 호쇼트의 라짱 칸과 제5, 6대 달라이 라마, 제5대 달라이 라마의 섭정 상게 갸초, 그리고 강희제에 얽힌 이야기가 특히 어마어마하게 재밌으므로 언젠가 얘기해 보겠다. 

다시 토르구트 얘기로 돌아오자면, 이들은 볼가 강 유역으로 이주해서 살다가 거기도 삶이 모질어서 건륭 연간에 청으로 돌아왔다. 이주 중에 엄청나게 많은 수가 병으로 죽고 크고 작은 전투에서 학살당했다. 이동하지 않고 러시아 영내에 그대로 남은 사람들이 현재의 칼미키아 공화국 사람들이다. 토르구트가 귀환한 무렵, 마침 준가르 정복 사업도 마무리가 되었다. 건륭제는 신장과 티베트, 내몽골과 외몽골을 포함한 역대 최대 판도를 완성했다. 이때 토르구트마저 귀환하자 청조로서는 상서롭기가 그지없었기 때문에 귀순비로 널리 기념했다. 


칼미키아 공화국 위치(붉은 색). 러시아 연방 소속의 소수민족 공화국이다. 


토르구트 귀순비는 중국 허베이 성 청더(承德) 시에 있는 티베트 불교 사원 보타종승지묘(普陀宗乘之庙) 입구에 있다. 이 사원은 건륭제가 모후의 80세 생신을 기념해서 만든 것이지만 토르구트가 귀순한 1771년에 완성되었고, 귀환 행렬을 이끈 일명 '동귀영웅(东归英雄)' 우바시가 그 창립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비석의 4면은 만몽한장(만주어, 몽골어, 한문, 티베트어) 4개 언어로 각각 새겨져 있다. 언젠가 다른 글에서 토르구트 귀순비 내용도 한번 봐야겠다고 썼는데, 그게 지금이면 좋은데, 지금 졸림. 글 이거 뭐라고 쓰는 데 이리 오래 걸림? 그리고 이 밤중에 아까부터 회사 연락이 계속 와서... 일도 해야.....;;;;;;;;;;;;;;;;;

비문 내용 대신에 보타종승지묘에 있는 토르구트 귀환에 대한 안내문을 번역한 것이나마 소개해 본다. 중화대가정 프로파간다를 뒷받침하기 딱 좋은 사례이기 때문에 청대에 서북 변경을 평정한 건륭제나 현대 중화인민공화국이나 모두 마찬가지로 토르구트 귀환을 고평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자손들이 노예로 사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해가 뜨는 조국으로 가자!" 1771년 1월 17일 아침, 17만 명의 토르구트인은 함께 외쳤다. 그 때부터 이들은 26세의 우두머리 우바시를 따라 러시아의 잔인한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모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거의 150년을 생활했던 볼가 강 근처의 스텝 지대를 떠나 고향 땅으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추위와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토르구트 사람들은 용감히 싸웠으며 상상조차 어려운 어려움을 견뎌냈다. 수천 마일의 이동 끝에 1771년 7월, 마침내 고향 땅에 도착했다. 그들은 중국의 모든 민족들에게 환영받았다. 청 정부는 여러 보급품을 주어 토르구트인이 고향에 정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우바시를 청더로 초대하여 황제를 알현하게 하였다. 건륭 황제는 우바시가 보타종승지묘의 창건 행사에 참석하도록 하였으며 이를 기념하여 비석을 세웠다. 볼가 강 하구에서 생활하던 140여 년간 토르구트인은 제정 러시아의 잔혹한 지배에 맞서 조국에 돌아오기 위해 용맹하게 싸웠다. 토르구트인들은 압제에 저항하고 조국을 통일하는 데 있어 중국 전 민족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그들은 중국 인민들에게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 

한편 청더는 바로 박지원 열하일기의 그 열하다. 청더에는 청 황제들의 여름 별장인 피서산장(避暑山庄)이 있는데, 그 안에 열하라는 조그만 강이 있다. 옛날에는 이곳 물이 진짜 따뜻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고장 이름이 열하였다. 피서산장 북변에 외팔묘(外八庙)가 있는데 그 여덟 개 사원 중에 하나이자 가장 유명한 곳이 보타종승지묘이다. 티베트의 포탈라궁을 본따서 만들었기 때문에 소포탈라궁이라고도 불린다. 만주, 몽골, 티베트, 위구르, 한인을 모두 지배하는 명실상부한 중앙유라시아 다민족 제국의 위용을 보여주는 곳이다. 그런데 이 위엄의 그늘도 상당하다. 청조의 대표적인 제노사이드가 바로 준가르 학살이다. 아예 씨를 말리려고 했던 것 같다.  


열하

보타종승지묘


청더는 예전에 베이징 살 때부터 간다 간다 노래를 불렀다. 가까워서 걸음이 쉬울 줄 알았는데 6년이 지난 이제야 갔다오게 되었다. 20일 수요일 하루 만에 피서산장이랑 외팔묘 중 주요 몇 군데를 보고 하룻밤 잔 다음, 목요일 아침 버스로 베이징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청더에서도 역시나 재미나게 보내다 왔다!! 

우선 피서산장에서는 50위안에 2시간 동안 젊은 가이드 아주머니 한 분이랑 같이 다녔다. 원래 혼자 보려고 했는데 입구에서 호객을 하셔서 들어봤더니, 피서산장이 하도 크고 시간은 모자란 한편 금액이 부담 없길래 승낙했는데 꽤 만족했다. 가이드 생활 5년 만에 외국인 손님을 맞아보긴 처음이라고 하셨다. 이것도 인연이라면서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건륭제의 여자들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많이 해주셨다. 아, 근데 고유명사가 엄청 나오는 역사나 명승지 이야기를 아무 무리 없이 듣기에는 중국어 실력이 확실히 모자라더라. 그때 한문장 한문장은 대략 이해했지만, 들은 전체 내용을 직접 얘기하라 하면 잘 못하겠고 확실히 메모리 스팬이 짧다. 내 꿈인 헤이룽장 3개언어 간첩이 되려면 부지런히 노력을 해야겠다.


피서산장 호수구역의 어느 호수에서(이름 모름!ㅋㅋㅋ) 파노라마샷.

 

청더에서 묵은 숙소 칭허산장(庆和山庄)도 유쾌한 곳이었다. 부킹닷컴으로 280위안짜리를 예약하고 갔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예약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셨다. 부킹닷컴이랑은 협력 관계가 없어서 알림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응?!? 희한한데?? 한편 아주머니는 그 280위안짜리는 호화 객실이라면서 더 저렴한 것도 있으니 150위안짜리도 한번 보라 하셨다. 방은 그만하면 분에 넘쳤다. 그런데 부킹닷컴에서 예약할 때 신용카드 정보를 이미 입력했기 때문에 지금 150위안을 내면 혹시나 이중지불이 될까 봐 걱정이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주인 아주머니는 (내가 알아들은 바로는) "걱정 마라. 혹시나 부킹닷컴이 청구를 하더라도 너한테 직접 하는 게 아니다. 우리 숙소에다가 돈을 청구하면 우리가 그걸 확인하고 너한테 숙박비를 받는 것이다. 부킹닷컴이 나한테서 280위안을 빼가더라도 차액 까짓거 130위안밖에 안 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그 정도야 감수할 수 있다. 피곤할 텐데 빨리 150위안짜리에다가 짐 풀고 돈 아껴라."라고 하셨다. ㄷㄷ... 와 레알 걸크러쉬... 나는 중국에서 이런 식으로 통크고 화끈한 사람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고 많은 도움을 받은 경험을 헤아릴 수가 없기 때문에 항상 즐거운 기억과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장기 빼가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나한테는 왠지 상쾌한 나라다. 중국어에서 '상쾌하다(爽快)'라는 형용사는 성격이 호쾌하고 시원시원하다는 뜻이다. 

아주머니는 저녁이랑 아침까지 직접 지어서 대접해 주시고, 술도 나눠 주시고, 주인장 아저씨는 새벽에 뒷산에도 데려가 주셨다. 그냥 뒷산이 아니라 청더의 유명한 기암 괴석인 하마석(蛤蟆石)과 경추봉(磬棰峰)이 있는 곳이다. 정문으로 들어가려면 입장권 80위안 내고 가야 하는 곳인데 뒷길 산책로로 데려가 주신 거다. 새벽에 일찍 등산하는 주민 분들이 한궈 꾸냥 놀러왔다고 사진을 많이 찍어주셨는데, 다 흔들렸거나 손가락이 보이거나 머리 윗부분이 잘렸다. ㅋㅋㅋㅋ 그래서 더 정감이 있다. ㅋㅋㅋㅋ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체크아웃 할 때 베개 밑에다가 50위안 흘끗 보이게 넣어놓고 왔다. 


경추봉. 모양이 심상찮은데 실제로 양기 받는다고 누워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함.

하마석과 일출. 



※ 이전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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