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Alexei Sundukov, Queue 본문
Alexei Sundukov, Queue
역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박물관 소재. 내겐 러시아 박물관의 강렬한 첫인상이었던 바로 그 그림.
소실점이 화면 제일 끄트머리에 있는 아주 특이한 구도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뭐든 구하려면 한없이 줄을 서서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했다는 소비에트 시대 생활상을 한큐에 보여주고 있다.
이덕형 교수의 《빛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읽으면서 이 줄서기와 관련된 재밌는 부분 인용해 본다.
"일단 줄부터 서고 보자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햄버거를 사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90년대 초 여름 어느 날, 나는 햄버거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 섞여 있었다. 내 앞의 젊은 남자 하나가 기다리는 것이 짜증스러웠는지 계속 투덜거리더니 러시아를 이 지경으로 만든 고르바초프를 때려주러 가야겠다고 줄을 빠져나갔다. 한참 뒤, 줄이 줄어들자 다시 나타난 그 남자가 내 앞으로 끼어들었다. 내가 왜 다시 돌아왔냐고 묻자, 그는 고르바초프를 때려주려고 늘어선 줄이 더 길어서 이곳으로 다시 왔노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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