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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 남자들에게 본문

독서

시오노 나나미, 남자들에게

bravebird 2015. 6. 2. 21:49


일요일에 회사 행사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읽고 싶어 빌린 책. 시오노 나나미 책은 처음인데 듣던 대로 필력은 그럭저럭. 하지만 인상 깊은 부분 몇을 좀 들추어내 본다. 


어떤 사람을 스타일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1. 연령, 성별, 사회적 지위, 경제상태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2. 윤리, 상식 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 (독자적이고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3. 궁상스럽지 않을 것.

4.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인간성에 부드러운 눈을 돌릴 수 있는 사람. 

5. 멋있는 사람. 

(pp.17-18)


정직함이 바탕이 된 자신감이 있는 사람. 편견이 적어서 품이 넓은 사람. 가치있는 것을 위해 후하게 베풀고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람. 유머와 기지로 어려움을 타개해나가는 사람. 호기심과 의욕이 있는 사람. 결단력과 강단을 갖춘 사람. = 내 이상형인 대인배! 이런 사람 어디 없나. 


늘상 머릿속에서만 처리하는 것에 익숙해진 인텔리는 상대방의 체험에 근거한 생각에 부딪치면 의외로 간단히 허점을 보인다. 정치든 외교든 경제세계든 좋다. 수라장은 인간이 사는 어느 곳에나 있다. 수라장을 거친 체험을 가진 사람은 '배수진' 속을 뚫고 나오는 괴로움이나 쾌감도 알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카드를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도 알고 있다. 

(p.105-106)


지금 내가 회사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 모든 게 깔끔한 이론 세계만 머릿속에서 처리하면 되었던 학생 시절. 그때보다 한뼘 더 자라기 위해서는 이 아수라장에서의 경험이 꼭 필요하지. 익숙하지 않아 불리한 환경을 결국 내 판도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완, 카드를 갖고 있다가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능수능란함.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이것들을 꼭 배우고 싶다.   


  '자유당'이란 원칙에 충실한 남자들의 집합소란 느낌이다. 그들은 모두 머리가 좋다. 지적 수준도 높고, 대개 태생도 좋으니 몸가짐도 젠틀맨 그 자체다. 게다가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도 마땅한 것들이다. 정책을 듣고 있자면 과연 하고 납득이 될 만큼 정론의 연속이다. 그러면서도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얻긴 하나 너무 조금이다.

  이것은 이들의 태도에 원인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바른 것을 주장한다고 믿고 있으니 자기들이 지지받지 못하는 것을 유권자들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론을 주장한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자신의 책임을 훌륭히 완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만큼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자신들의 주장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행위 자체를 경멸하고 있다. 아무튼 나쁜 것은 유권자 쪽이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pp.186-187) 


이상주의자, 원리원칙주의자, 군자연하는 도덕주의자, 엘리트주의자의 한계. 


  (...) '완벽' 그 자체가 객관적인 기준을 가질 수 없는 이상, 완벽을 기한다는 것에도 천차만별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천차만별한 것을 남에게 요구한다는 행위는 그것이야말로 오만불손, 다양한 인간성을 무시하는 무지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p.189)


읽으면서 왜 누군가 떠오를까? ^^^^ 하지만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머리 좋은 남자'란 무엇이든 제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에 의해 판단하고, 그 때문에 편견을 갖지 않고, 무슨무슨 주의 주장에 파묻힌 사람에 비해 유연성이 있고, 더욱이 예리하고 깊은 통찰력을 지닌 남자다.

  또한 자기 자신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철학이라고 해서 무슨 어려운 학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대처하는 '자세'(스타일)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하는 말이다. 따라서 연령도 관계없고 사회적 지위나 교육의 고저도 관계없고, 그저 그것을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p.314)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일생을 걸겠다. 물론 그전에 나 자신부터가 그 발끝에라도 미칠 수 있도록 가다듬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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