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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니콜라이 레스코프, 광대 팜팔론

bravebird 2015. 2. 12. 23:15

 

 

 

최근에 레스코프 책들을 한창 읽고 있는데, 광대 팜팔론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지체 높은 가문의 고결한 영애이지만 그것이 도덕적 우월감이 되어버렸고 결국 철저히 영락해버린 마그나,

 

"왜 모두 나의 어머니나, 내 친구들인 타오라, 포티나, 실비야처럼 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그들은 정말이지 수정처럼 순결한 삶을 살아요."

 

 

고관대작 지위를 내버리고 고행자가 되었지만 그것이 아상으로 굳어버린 예르미, 

 

"보아하니 이자는 자기가 얼마나 더러운 곳에 빠져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 하지만 그의 마음과 성정은 선량한 것 같구나. 내가 이곳으로 보내어진 것은 은총을 입은 그의 영혼을 다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가 분명해."

 

 

자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광대로서의 본분을 받아들였기에 가장 비천한 곳에서도 사람을 섬길 수 있는 팜팔론. 

 

"애써 내 자신을 구원하려고 하면, 엄습해오는 것은 슬픔뿐."

 

"난 그저 어려움에 빠져 있는 당신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당신을 도우려고 했을 뿐이랍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말해주듯 자기애가 나의 한계이자 허무감의 근원이다.  

 

겨우 이런 미래를 위해서 그 고생을 했다니, 이런 시시한 잡담을 참아넘기기 위해 그 많은 걸 읽었다니, 같은 생각들은 잠시 저 옆으로 밀어버리고 어깨에 힘을 빼자. 그리고 지금 몸담은 이곳에 한번 푹 잠겨들어가 보자. 

 

분명히 언젠가는 둥둥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더 이상 밀려드는 모랫더미를 맨손으로 헤쳐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물 위에 드러누워 유유히 떠가는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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