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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네팔 쿰부 3패스 트렉 일정 정리

bravebird 2024. 4. 26. 12:57

23일에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카트만두에 돌아와서 2주만에 샤워를 하고 인간세상의 음식을 먹은 다음 모든 절박함이 사라져버렸다.

산중에서 와이파이를 비롯한 전기를 쓸 수 없었기에 글을 미뤘는데 돌아와서도 밀린 일기를 쓰는 초등학교 방학숙제 같은 짓은 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도 모레 네팔을 떠나기 전까지 시간이 좀 있으므로 약간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일정은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다. 나중에 여길 또 올 경우에 난이도를 높여서 가이드 없이 혼자 다녀보기 위해 필요하다. 동행이었던 알레산드로에게 정리해서 공유해준 일정을 그대로 붙여 넣었으며 한국어로 옮기는 노력은 하지 않겠습니다.

Apr 8 Mon (Day 1): Kathmandu - Ramecchap - Lukla (2840m) - Chheplung (2660m) [경비행기 약 10시간 정도 지연]
Apr 9 Tue (Day 2 / 17.97km): Chepplung - Jorsale Chekpoint - Namche (3440m) [남체까지 상당한 오르막]
Apr 10 Wed (Day 3 / 9.22km): Namche - Khumjung (3780m) [쿰중 사원 예티 두개골, 입장료 300루피]
Apr 11 Thu (Day 4 / 11km): Khumjung - Deboche (3820m) [알레산드로가 꽤나 추워해서 아침에 가이드 아저씨가 남체까지 가서 침낭을 대여해 옴]
Apr 12 Fri (Day 5 / 9.6km): Deboche - Dingboche (4410m) [데보체 이후부터는 전기나 와이파이가 매우 비싸서 무조건 절약 필요, 대부분 보통 폰질을 포기함]
Apr 13 Sat (Day 6 / 8.48km): Rest day at Dingboche [나가르주나 피크(약 5100m) 오름, 매우 가파른 오르막으로 고도변화 약 700m, 미끄러운 흙길 하강]
Apr 14 Sun (Day 7 / 4.56km): Dingboche - Chukhung (4730m) [오전에 이동이 끝나므로 여력이 있는 경우 점심식사 후 추쿵 리까지 오름]
Apr 15 Mon (Day 8 / 14.97km): Chukhung - Kongma La (5535m) - Lobuche (4910m) [콩마라에서 점심 도시락, 하강 시부터 저녁까지 마일드한 두통]
Apr 16 Tue (Day 9 / 16.39km): Lobuche - Gorakshep (5140m) - Everest Base Camp (5364m) - Gorakshep [EBC 방문, 대퇴부 피로, 한국 등반팀 만남]
Apr 17 Wed (Day 10 / 18.06km): Gorakshep - Kala Patthar (5550m) - Lobuche - Dzongla (4830m) [칼라파타르 오름, 종라까지 이동 시 뛰어난 경치]
Apr 18 Thu (Day 11 / 11.44km): Dzongla - Cho La (5368m) - Dragnag (4700m) [얼음 빙판 넘은 날, 자외선 주의]
Apr 19 Fri (Day 12 / 5.04km): Dragnag - Gokyo (4790m) [고쿄 등 다양한 호수 구경, 고쿄에서 2박 하기도 하며 여력이 되면 고쿄 리를 오르기도 함]
Apr 20 Sat (Day 13 / 13.04km): Gokyo - Renjo La (5360m) - Lungden (4380m) [미친 급경사 패스, 렌졸라에서 점심 도시락, 미끄러운 흙길 하강]
Apr 21 Sun (Day 14 / 18.8km): Lungden - Thame (3800m) - Namche [부지런히 걸어 내려간 날, 후반부에는 창을 마시고 다리를 마취시켜 내려옴]
Apr 22 Mon (Day 15 / 19.29km): Namche - Lukla [마찬가지로 약속의 땅을 향해 매우 부지런히 걸은 날]
Apr 23 Tue (Day 16): Lukla - Kathmandu  


우리는 쿰부 지역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도 가능하지만 반시계 방향 쪽이 고소 적응에 보다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밑줄 친 3개의 La가 쿰부 지역의 3개 패스이며 La는 Mountain Pass를 의미하는 현지어이다.

첫날 카트만두에서 새벽 2시쯤에 봉고차가 출발했고 라메찹 공항에는 6시쯤에 도착했다. 라메찹 공항에서 경비행기가 10시간 넘게 지연되는 바람에 루클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 첫날 보통 루클라에서 팍딩까지 올라가지만 우리는 체프룽까지만 갔다. 그 다음날 남체까지 올라가는 길이 상당히 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거리 자체도 18km로 상당했으며 약 29,000걸음을 10kg 넘는 등짐 지고 걸었다.




보통 남체에서 고소 적응을 위해 이틀을 숙박하지만 우리는 남체에서는 1박만 하고 쿰중 사원의 예티 두개골도 볼 겸 조금 더 한산한 쿰중으로 올라가서 하루 지냈다. 좋은 선택이었다. 남체에는 없는 게 없이 다 있고 숙소도 매우 많으나 이렇게 이틀을 숙박해 가는 사람들이 많으며 트레킹이 끝나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이곳에 머무르므로 숙소 구하기가 빡빡할 수 있다. 또 이곳에는 ATM이 있지만 카트만두 시내에서보다 수수료율이 높다. 시내에서 35000루피를 뽑을 때 500루피라면 이곳에서는 10000루피쯤 뽑을 때 동일 수수료를 내는 식.

극성수기여서 롯지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어 남체 대신 쿰중, 텡보체 대신 데보체에서 1박씩을 하였던 것이 정석 일정과는 달랐던 특이사항이다. 다행히 방을 잘 구할 수 있었으며 나는 전일정 혼자 방을 쓸 수 있었다. 사실 롯지가 서너개밖에 없는 곳들도 있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힘써주셨다.

고소 적응을 위한 휴식일은 주로 전반부에 집중되어 있으며 후반부에는 지친 채로 매일매일 먼 거리를 꽉 채워 걷고 이틀에 한번 꼴로 패스를 넘어야 한다. 그나마 7일째와 12일째가 좀 덜 걷는 날이라 롯지에서 쉴 시간이 좀 있었음.

포터를 따로 고용하지 않아 전일정 직접 내 짐을 지고 다녔다. 단 마지막 패스인 렌졸라를 올라갈 때만 중간에 가이드 아저씨랑 배낭을 바꿔 졌다. 괜찮다고 한사코 사양했는데 아저씨가 바꿔 지고 가자고 하셔서 덕분에 좀 수월하게 올라갔다. 렌졸라는 3패스 중 제일 수월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바위와 자갈이 널부러진 미친 빙하를 횡단해야 하는 콩마라 이후에 대퇴부에 누적된 근피로가 도저히 가시지 않은 상태로 중간에 EBC나 칼라파타르 등등 트렉의 가장 주요한 장소를 휴식일 없이 다 오른 다음에 만신창이가 된 허벅지로 렌졸라의 미친 급경사를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락솁의 이정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기념사진 촬영 포인트
콩마 빙하 횡단. 이곳에 길이 존재는 합니까?
촐라 빙하 횡단. 얼굴 태운 날.
징그러운 렌졸라 급경사...



어쨌든 난 3패스 완주했어. 3패스 하면서 3리까지 챙겨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3리로 알려진 추쿵리, 고쿄리, 칼라파타르 중에서는 5550m로 최고점인 칼라파타르만 끝까지 올라갔다. 나머지는 굳이 올라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휴식을 위해 생략했다. 초오유 베이스캠프 등등 EBC 이외의 베이스캠프까지 다 챙겨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고 임자체까지 가는 사람도 있지만 난 가지 않았다.  


칼라파타르 올라가는 길
칼라파타르에서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길 잃어버리기 쉬운 날은 콩마라 넘는 날. 콩마라는 바위와 자갈이 깔려서 오르락내리락거리며 걸어야 하는 빙하 지대다. 넘고 나면 다리가 매우 지치고 넘을 때 길도 잃기 쉬움. 그냥 지도상 최단거리로 보이는 지점에서 빙하 횡단을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뺑 돌아가야 했음. 더군다나 바위와 자갈은 움직이기 때문에 길도 바뀌어 버린다고 함. 혼자 가는 경우 주변에 보이는 다른 팀 가이드에게 물어물어 갈 것을 권장함. 이동 거리도 적지 않은 날인데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어두워지면 진짜 위험해질 수 있을 것 같음. 지형이 하도 험해서 눈 내려서 쌓이면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눈 내려서 여길 포기한 팀을 여럿 보았음. 우리는 하루 차이론가 눈을 피했기 때문에 다행히 넘을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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