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경제관 보수화 배경 본문
나는 안보관은 예전부터 보수이다. 기본적으로 안보나 외교에 있어선 이상주의보다 현실주의가 맞다고 봤다. 서해교전, 천안함, 연평도 같은 사건 모두 뉴스로 생생히 봐서 기억하며,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하는 음모론자들은 정신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봤다. 더하여 중국사를 좋아하는데 특히 유목국가와 정주국가 간 관계에 관심이 많아서 그로부터 북한과 남한의 관계를 유추해서 이해하다 보니 북한이 경제적 자립 불가한 약탈국가며 핵무기를 활용한 위협과 갈등이 체제유지 수단이라는 인식이 분명하였다.
경제관은 20대 중후반 정도까지만 해도 진보 쪽에 좀더 가까워서 신자유주의보다는 수정자본주의 내지 사회민주주의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20대에 원래 대부분 아직 가진 것은 없고 혈기 내지 정의감 같은 게 많으니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러나 사안별로 판단하긴 하므로, 대학생 시절 무상급식 논의가 한창이었을 때 전면적 무상급식이 대체 왜 필요한지, 요즘 세상에 급식비를 못 내는 집은 아무래도 소수인데 선별해서 지원하면 되는 거 아닌지, 이런 논쟁을 위한 논쟁에 양쪽 진영 전부다 왜 저렇게까지 목숨 거는지 1도 이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또한 그 어느 사회에서든 가치란 건 희소하고 모두가 그걸 원하기에 평등이란 불가하다는 클래식하고 본질적인 보수주의적 관점도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다.
하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제관까지 아예 확실하게 보수로 돌아선 것은 전 정권 때이다. 당시 직장생활 경력이 10년 가까이 되었고, 열받아서 회사 못 해쳐먹겠어서 은퇴 준비를 시작해야 했고, 좀 서울에서 처음으로 한번 집다운 집에도 살고 싶었고, 자산 시장도 요동을 치는 이런저런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자산 축적 노력을 본격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 여러 시뮬레이션 끝에 도달한 결론은, 일하는 동안 최대한 아끼고 불려서 실거주용 아주 험블한 집을 내 명의로 두 채 사서 하나는 내가 살고 다른 하나엔 부모님을 모시면서, 나머지는 금융 자산으로 운용하여 은퇴 후 내 생활비로 쓰는 것이 온 가족 모든 상황을 전부 고려했을 때 괜찮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것을 목표로 세웠고 지금도 동일하다. 그러나 전 정권은 부동산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로 집이 두 채 이상이면 투기로 간주하고 양도세뿐 아니라 보유세도 중과세를 때리는 정책을 시행했다.
1가구 2주택은 내 개인 자산 운용의 최적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의 복지재정 부담을 줄여주고 온전히 개인 노력으로 본인과 노부모를 책임지는 방법이다. 저거 참고로 내가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고 가정하였기에 세운 전략이다. 이렇게 다 고려하여 국가 복지부담 줄여주고자 노력하겠다는데 오히려 징벌적 중과세를 때려맞아야 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어려웠다.
세금이야 낸다 치자. 근데 이걸 투기이자 탐욕이라고 하면서 도덕적으로 단죄하고 징벌하듯이 하는 게 도를 넘었다고 봤다. 정책 만드는 놈들은 이미 부자고 누릴 거 다 누리면서 왜 우리한테는 집 가지려는 게 분수에 안 맞는 탐욕이라고 할까? 당신들이 내 상황과 필요에 대해서 대체 뭘 아는가? 또한 누가 몇 살쯤엔 얼마만큼 가져야 하는지, 얼마만큼이 분수에 맞는지, 어디까지 욕망해도 되는지를 대체 어느 누가 일률적으로 정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단순 비효율이 아니라 독재이자 전체주의다.
이때서야 개개인의 사정과 필요와 욕구와 동기를 정부가 일일이 헤아리고 맞춰주는 것은 절대로 그 어느 정부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경제적으로 보수화 되었다. 경제적 자유주의에 분명 한계는 있다. 그러나 최소한 계획경제보다는 효율적일 뿐더러 심지어 정의롭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개인의 욕망에서 나온 개인 선택을 기본적으로 그 개인이 책임지기 때문이다. 원래부터가 스스로 돕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전 정권의 재산권 침해를 목도하면서 더더욱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2+2 임대차 법안 역시 집주인 재산권 침해이자 집값 상승의 주범이요 세입자 노예화라 그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다는 건 말도 말자. 그 난리를 만들어 놓고 그 당은 지금은 이걸 5+5나 심지어 무제한으로 하자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표현과 사상 자유, 동성애, 낙태, 소수자 권리, 종교적 자유, 가족 구조 등 사회 전반적 이슈에 대해서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꽤 일관적으로 자유주의 진보 성향이다. 단 이것도 진영이 아닌 사안별로 판단한다. 또 PC주의에 대해서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며 소수자들의 실질적인 권리 향상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종합하면 2025년 현 시점 본인 정치 성향은 conservative liberalism으로 평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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