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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이나믹한 코리아... 대통령 파면

bravebird 2025. 4. 4. 17:00

대통령이 파면이 됐다. 파면까지 이르지는 않길 바랐으나, 사실 법리적 측면만 놓고 봤을 땐 이러한 결론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 대통령이 제기했던 각종 선거 관련 의혹이나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 의미에서 그러하다는 것이지, 법리적으로 그가 실체적인 물증을 갖추고 행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여러 사안에 대해 심증은 갖고 있었으나 물증이 부족한 채 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사용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뜬금이 없었을 것이다. 비록 인명 피해는 없이 짧은 촌극으로 끝났으나 의문을 자아내는 조치였다.
 
일반 시민이나 정치인은 오늘의 재판에 대해 각자의 정견에 따라 여러 의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헌법재판관들로서는 최종 결론을 오늘과 같이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내심을 적극적으로 미루어 짐작하거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기보다는, 실체적 증거와 법리에 입각해 판단해야 하며 그것이 사법의 본질이다. 만약 이번 사안에서 재판관들의 정치적 고려 같은 것이 재판의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은 그것 자체로 심각한 문제이며, 향후 더 위험한 지도자가 자기 주관대로 계엄을 선포해도 헌법재판소가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나는 국민의힘 지지자이기보다는 더불어민주당 반대자이다. 그렇기에 이번 결정이 민주당에 유리한 정치적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미 작년 총선 결과도 놀랍기가 그지없었고 회기 종료까지 오래 남았는데, 올해 조기 대선까지 치러지고 만약 다수당이 여당을 겸한다고 할 때 3권분립이 망가지는 일련의 사태가 몹시 우려된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불가피했으리라 본다. 

대한민국이 오늘 당장 끝장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남은 앞날이 있다. 1960년대 사람들이 지금의 2020년대를 상상할 수 없었듯, 앞으로의 수십 년 또한 인간의 예측을 비웃으며 전개될 것이다. 다만 나 자신에게는 그 ‘앞으로’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이 이 시기의 혼란을 더욱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지금으로부터 60년 뒤의 한국은 높은 확률로 내 생애 너머의 일이지만, 눈앞의 20~30년은 여전히 나의 몫이며 늙어가며 은퇴를 맞을 그 시간을 통과하기가 어려운 방향으로 정치 지형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사는 언제나 인간의 계산과 전망을 배반해왔다. 그렇기에 이건 이것대로, 저건 저것대로, 결국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라 믿으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비하는 것도 포기할 수 없다. 어쨌든 이번 파면은 파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투표 절차나 간첩법은 강화해야 한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이러한 조치는 국가 전체의 안정과 이익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자 주요국 평균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런 기본적 조치이자 국제적 평균 수준조차 합의되지 못하고, 정치적 진영 논리에 갇혀 점차 실현이 불가능한 쪽으로 치달아가는 현실은 심히 통탄스럽다.

안보 위협은 이 나라가 휴전국인 이상 언제나 상수이며, 그 배후와 전술은 점점 더 교묘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는 군사적 방식의 노골적인 위협보다는, 산업 기밀을 유출하거나 주요 단체에 침투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그 사회 구성원들이 이룬 과실을 수탈해 가는 방식이 주가 될 것이다. 그것이 훨씬 쉽고 실익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법제도는 그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안보 위협 세력은 그 허점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정밀하게 노린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계엄의 발동 요건 같은 것은 결코 만들어주지를 않는 범위 내에서 교묘히 활동할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위기조차 성립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구조적 허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며, 지금의 다수당은 그 허점을 메워야 한다는 최소한의 인식조차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간첩 혐의가 실질적으로 입증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단체나 인물과 동일한 구호를 외치고 법제 개혁을 저지하고 있으며 국민 세금으로 대북송금을 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그 보답으로 받아온 역사가 뿌리가 깊다.
 
뭔가 더 바라기는 어렵다고 보이지만, 최소한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처럼 줄탄핵에 집착하는 태도는 멈추고 그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제는 선거법 위반 관련 3심이 어떻게 결론 날지 지켜볼 일이다. 이 나라는 정말 다이나믹해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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