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39)
독수리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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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가 들어왔다. 애초에 기본급이 형편없는데 올해는 인상분도 없다. 난 그런 연봉계약서 싸인한 적 없음. 보너스도 삭감돼서 연봉 총액이 떨어졌다. 아니 일을 5년 했는데 연봉이 처음보다 내리다니? 심지어 신입사원보다 우리 연차가 적게 받는다니? 돌았나 이게? 제정신인가? 분기탱천해서 오늘 태업하려고 마음먹었다. 딴소리나 해야겠다. 난 우리 동네 구둣방 아저씨 팬이다. 신발을 맡기면 척 보고 딱 알고는 죽죽 뜯어서 척척 자르고 탕탕 친 다음 꽁꽁 꿰매버린다. 손놀림에 빨려든다. 신이 난다. 손기술만 뛰어난 게 아니라 평소 어떻게 걷는지 순간 파악하고 신발모양 보완까지 해주신다. 눈썰미와 판단력이 있는 것이다. 새 부츠 밑바닥이 얇아 발병이 나서 찾아갔더니 '남자친구 품에 처음 안기듯이 폭신하게 만들어줄껴..
계절 바뀌는데 입을 바지가 없어서 퇴근길에 잠깐 사러 갔다. 한번 옷가게를 가면 다른 것도 죽 살펴보고 입어도 본다. 당장은 살 마음이 없는 옷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감을 잡아보려고 한번 입어본다. 살 옷이랑 매치시킬 만한 건 뭐 있는지 꼭 물어보고 걸쳐본다. 최대한 조합해서 다양하게 써먹어야 하니까. 어제는 와 이건 뭐 세련되고 우아하기가 그지없는 올블랙 롱 원피스가 있어서 입어봤다. 소재도 디자인도 절제미가 있는 훌륭한 기본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보통 옷이 아니었다. 앞 중간부분이 깊이 수직 절개돼 있고, 갈라져 보이는 안에는 비치는 검정 슬립이 들어있었다. 코피 빵!! 그냥 입고 서있으면 심플한 옷인데 저런 반전이 숨어있는 것이다. 옷이 이 정도는 돼야 입는 재미가 있다. 메..
8시 출근 23시 퇴근 24시 집도착;; 그건 둘째치고 일 내용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나 의욕이 없고 수동적인 자세라 요즘 하는 일이 정말 발퀄인 것 같다. 매너리즘 쩐다. 만사 귀찮다. 묻는 말에 대답도 깔끔하게 못 하겠고 왠지 모두들 앞에 바보가 된 것 같고 스스로 한심하다. 회사 다니면서 뭘 배웠는지 묻는 글에 댓글로 대답한 적이 한번 있다. 오랜만에 접속해서 그 댓글을 한번 읽어봤다. 2014년에 적은 것이다. 말은 참 기가 막히게 잘해요..ㅋㅋ... 이래서 글쓰기는 자꾸 경계하게 된다. 어눌해도 좋으니 행동이 꽉찼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훌륭한 동료들이 주변에 꽤 있다. 나는 갈 길이 먼 사람이지만 보고 배울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디서든 배울 점은 찾을 수 있음. 잘하지 못하는 시절에도 ..
블로그를 살짝 정리했습니다. 저는 홍대의 어떤 라면집을 엄청 좋아합니다. 2008년부터 애용 중인데요. 거기는 제 기억에 메뉴가 4개 뿐입니다. 장소도 조그맣죠. 차린 건 없지만 꾸준하고 고퀄리티입니다. 제 블로그도 그 라면집을 좀 닮았으면 합니다. 최소한의 카테고리만으로 목표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이 블로그는 번 돈을 그저 쓰기만 하고, 책을 읽어도 정보를 소비하기만 하고, 아낀 힘도 그냥 쌓아두기만 하는 하루하루에 회의를 느낄 때 만들었습니다. 뭐라도 좋으니 생산자가 되어 나누고 싶었습니다. 관심이 있어서 모아 놓은 정보를 공유하는 게 제일 쉬웠기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실크로드와 홍콩은 많은 사람이 흥미를 가지는 주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필요한 게 있어 흘러들어온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오늘 여행 욕심이 도져서 구글맵을 한참 들여다봤다. 나는 내륙아시아가 엄청 경이로운데 직장인이다 보니 다니기 편한 유럽 도시를 주로 찾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럽인들이 내륙아시아 문화재를 많이 훔쳐갔기 때문에. ㅋㅋㅋ 그렇지만 언젠가는 내륙아시아 장기여행 하는 것이 간절한 꿈이다. 그러려면 회사를 때려치지 않고는 각이 안 나온다.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대충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몽골+인도아대륙 북부 정도 범위이다. 오늘 상상은 아래와 같음. 칭하이, 간쑤, 쓰촨, 윈난, 티베트 일대의 티베트 문화권 고원 지대를 여름에 쭉 본다. 티베트에서 네팔로 육로 이동한다. 히말라야 동쪽 지방을 돈다. (네팔, 시킴, 부탄, 아루나찰 프라데시...)서쪽으로 이동해서 펀자브, 히마찰 프라데시, 잠무 카슈미르,..
요즘 회사에서 도저히 시간 때울 방법이 없길래 글을 자주 쓴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잡생각이 많다. 이 블로그에는 유라시아다 홍콩이다 하는 점잖고 무거운 내용이 55개쯤 올라와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실제 일상에서는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생활 대화에서는 홍콩 정치나 실크로드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 그거 관심 있다 정도에서 끝나지, 디테일을 파고들지 않는다. 실제 대화에서는 IT시스템 병신같아 ㅅㅄㅂ / 졸려 / 퇴근하자 / 뭐여 저 멍청이가 미쳤나 / 오 오늘 놀자 어디? 이태원? 종로? 같은 얘기가 대부분인 듯 ㅋㅋㅋㅋ 해외여행 얘기도 50개쯤 있다. 하지만 실제 여행은 1년에 두어 번, 다 합쳐서 2주일쯤이 고작이다. 6시에 침대에서 몸을 뜯고 유튜브 보면서 출근했다가..
화장은 과연 예의인가? 이것은 요즘 저의 화두입니다. 저는 뷰티 정보에 어둡고 돈도 별로 없어서 대학교 때 화장을 하지 않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회사 면접을 보려니 화장을 해야 했고, 취직하고 보니 화장을 꼭 하라고 교육을 하길래 하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이 서툴러서 특별히 더 나아보이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째 매일 하다 보니 조금씩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사람들이 너 용됐다 하고 칭찬인지 뭔지 잘 모를 말도 해주었지만 화장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기는 했으니 감사해야겠지요. 화장을 하려면 옷도 그에 어울리게 왠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입게 되니까 이렇게 해야 만날 사람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았습니다. 화장하지 않고는 콧잔등의 모공이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하늘은 행복이란 자리를 대신해서 일상의 생활을 우리에게 내려 보내셨어. 예브게니 오네긴을 오페라로 처음 봤을 때 이 부분에서 눈물 그렁그렁 맺혔다... 엄청나게 장대한 순간을 포착하는 일반적인 오페라와는 달리, 일상을 담담히 살아 나가는 여자의 이야기라 더더욱 깊이 울렸음. 뭐든 익숙해지니 안정감은 있지만 지겨워 죽겠다... 행복을 느끼는 마음의 근육이 다 빠져나간 것 같음. 평범한 일상을 담담히 밀고 나가는 꾸준한 사람들이 제일 존경스러운 요즘이다. ~_~ 마무리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졸업 축사 "이것은 물이다" 마지막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