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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오늘 여행 욕심이 도져서 구글맵을 한참 들여다봤다. 나는 내륙아시아가 엄청 경이로운데 직장인이다 보니 다니기 편한 유럽 도시를 주로 찾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럽인들이 내륙아시아 문화재를 많이 훔쳐갔기 때문에. ㅋㅋㅋ 그렇지만 언젠가는 내륙아시아 장기여행 하는 것이 간절한 꿈이다. 그러려면 회사를 때려치지 않고는 각이 안 나온다.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대충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몽골+인도아대륙 북부 정도 범위이다. 오늘 상상은 아래와 같음. 칭하이, 간쑤, 쓰촨, 윈난, 티베트 일대의 티베트 문화권 고원 지대를 여름에 쭉 본다. 티베트에서 네팔로 육로 이동한다. 히말라야 동쪽 지방을 돈다. (네팔, 시킴, 부탄, 아루나찰 프라데시...)서쪽으로 이동해서 펀자브, 히마찰 프라데시, 잠무 카슈미르,..
요즘 회사에서 도저히 시간 때울 방법이 없길래 글을 자주 쓴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잡생각이 많다. 이 블로그에는 유라시아다 홍콩이다 하는 점잖고 무거운 내용이 55개쯤 올라와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실제 일상에서는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생활 대화에서는 홍콩 정치나 실크로드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 그거 관심 있다 정도에서 끝나지, 디테일을 파고들지 않는다. 실제 대화에서는 IT시스템 병신같아 ㅅㅄㅂ / 졸려 / 퇴근하자 / 뭐여 저 멍청이가 미쳤나 / 오 오늘 놀자 어디? 이태원? 종로? 같은 얘기가 대부분인 듯 ㅋㅋㅋㅋ 해외여행 얘기도 50개쯤 있다. 하지만 실제 여행은 1년에 두어 번, 다 합쳐서 2주일쯤이 고작이다. 6시에 침대에서 몸을 뜯고 유튜브 보면서 출근했다가..
화장은 과연 예의인가? 이것은 요즘 저의 화두입니다. 저는 뷰티 정보에 어둡고 돈도 별로 없어서 대학교 때 화장을 하지 않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회사 면접을 보려니 화장을 해야 했고, 취직하고 보니 화장을 꼭 하라고 교육을 하길래 하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이 서툴러서 특별히 더 나아보이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째 매일 하다 보니 조금씩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사람들이 너 용됐다 하고 칭찬인지 뭔지 잘 모를 말도 해주었지만 화장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기는 했으니 감사해야겠지요. 화장을 하려면 옷도 그에 어울리게 왠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입게 되니까 이렇게 해야 만날 사람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았습니다. 화장하지 않고는 콧잔등의 모공이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하늘은 행복이란 자리를 대신해서 일상의 생활을 우리에게 내려 보내셨어. 예브게니 오네긴을 오페라로 처음 봤을 때 이 부분에서 눈물 그렁그렁 맺혔다... 엄청나게 장대한 순간을 포착하는 일반적인 오페라와는 달리, 일상을 담담히 살아 나가는 여자의 이야기라 더더욱 깊이 울렸음. 뭐든 익숙해지니 안정감은 있지만 지겨워 죽겠다... 행복을 느끼는 마음의 근육이 다 빠져나간 것 같음. 평범한 일상을 담담히 밀고 나가는 꾸준한 사람들이 제일 존경스러운 요즘이다. ~_~ 마무리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졸업 축사 "이것은 물이다" 마지막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