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39)
독수리 요새
올해는 8시에 업무를 시작해서 5시 이전에 일을 마치는 것이 목표이다. 이 목표는 오래 전부터 매일 마음속에 있는데 그동안 약간 융통성 있게 출근했다. 올해부터는 출근하는 날이든 재택하는 날이든 8시 시업으로 쫙 통일하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다. 특히 재택하는 날에는 절대 그게 안된다. 첫날인 1월 2일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시작했다. 6시가 되기 전에 잠이 깨서 세수하고 옷 꿰어입고 책상에 딱 앉았다. 외국어 공부를 조금 한 다음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출근했다. 집중이 잘 되었고 5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했다. 이 날은 밥먹고 다 씻고 나니 7시 정도였다. 이후 모든 시간이 통으로 자유시간. 아름다웠다. 난 의무들 사이에 조각난 자유시간 말고 이렇게 큰 덩어리의 자유시간을 간절히 원했다. 하..
크리스마스나 새해가 되면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존재들은 아니기에 특별한 날을 계기로 간만에 인사를 나누는 것입니다. 작년 초 마하라슈트라에 갔을 때 로나발라의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몸살이 났었던 이 호스텔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저녁 한나절을 몹시 즐겁게 보냈습니다. 이 친구 렌트를 얻어타고 로나발라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뭄바이로 돌아왔었죠. 그때 같이 차를 타고 왔던 다른 친구는 뭄바이에서 자기 친구와 가족들에게도 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그냥 사람 대 사람이고 자연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들과 경제적인 거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에서와는 달리 어떤 사용 가치를 증명..
오늘은 공부를 안해야겠다. 방송통신대 시험 기간은 보통 3주 정도가 되는데 이번 시험기간에는 독서실 11시간권을 끊어 12시까지 공부를 하곤 했다. 독서실 같은 폐쇄된 곳을 안 좋아하는데 공부가 밀려서 어쩔 수 없었다. "퇴근하고 나서" "12시까지" "독서실에서" "4지선다 문제를 풀고 동그라미를 치면서" 느끼는 거는 아 진짜 나이먹고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가 아무리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솔직히 나이에 맞게 그때그때 할 일이 있긴 한 것 같은데 30대 중반을 앞두고 암기하고 문제푸는 공부는 아닌 것 같다. 누가 등떠민 것도 아니고 수업 퀄리티도 매우 좋으며 내가 좋아서 선택한 공부임에도 근데 이거 해서 뭐함?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 끝나고 제대로 밥먹을 틈도 없이 밤 12시까지 독서실..
https://bravebird.tistory.com/362 회사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8시 출근 23시 퇴근 24시 집도착;; 그건 둘째치고 일 내용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나 의욕이 없고 수동적인 자세라 요즘 하는 일이 정말 발퀄인 것 같다. 매너리즘 쩐다. 만사 귀찮다. 묻는 말에 대답bravebird.tistory.com이런 글을 몇 년 전에 쓴 적이 있다. 평생 학생으로 살다가 회사생활을 하게 된지 2년차에 남긴 내용이다. 저건 지금 읽어봐도 바뀐 생각이 하나도 없다. 이처럼 어떤 경험은 너무나 크리티컬한 것이어서 그걸 겪기 전 상태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도록 사람을 바꿔 놓는다. 학생이었다가 직업인이 된 것도 그런 경험이었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크리티컬했던 것은 투자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투..
연휴 3일 전 코로나에 걸렸고 7일간 꼬박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다. 예약해둔 여행도 없고, 코로나 걸렸으니 친척 방문도 못하고, 아무 약속도 없고, 어디 갈 수가 없기에 거의 매인 것이 없는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이었음. 이때야말로 내 소원인 은퇴자처럼 살아보기로 했음. 그때 내 자신이 대체 뭘 하는지 들여다보니 알람 무시하고 원없이 자기, 밀린 빨래하고 재활용품 정리하기, 방 청소하기 (3평짜리 방이라 물휴지로 한번 닦으면 끝남), 필요했지만 정보 수집이 필요했던 물건에 대해 찾아보고 구입하기 (색온도 조절이 가능한 책상 스탠드, 고데기), 인테리어나 가전, 가구 관련 정보 찾아보기, 책상에 다리 뻗고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계속 미뤘던 애니메이션 보기, 방송통신대 과제하고 강의듣기, 한문 수업 듣다가 ..
현재 우리 집 세입자의 전세계약은 12월 초에 종료된다. 한 번도 고친 적이 없는 오래된 아파트이므로 내가 이사 들어가기 전에 인테리어부터 전부 새로 해야 해서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인테리어는 처음일뿐더러 수천만원 규모의 공사를 회삿돈 말고 내돈내산으로 발주하는 경험도 인생에 몇 번 없을 듯 하다. 그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번을 위해 현재의 기록을 남기겠음. 1. 업체 탐색 (+ 가견적) 2. 계약 (+ 실측 및 상세 견적) 3. 자재 선택 및 3D 모델링 (+ 상세 수정) 4. 시공 5. 사후 처리 대략 위의 과정으로 이루어질 것이 예상되며 현재는 업체를 물색하면서 초도 미팅을 하는 중이다. 원래 이번 주에 몽골 여행 가있었어야 하는데 하필 비행기 뜨는 날에 태풍 크리를 맞아서 비행기가 취소되었고 ..
올해는 한번에 한 가지씩 집중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 시간과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번에 알게 된 인도 친구가 추천해준 명상을 짬짬이 하다 보니 짧은 찰나에 쓸데없는 생각이 얼마나 파도처럼 밀려오는지 제 3자 관점에서 깨닫게 되었다. 또 여행 전에 회사 메신저를 로그아웃하고(5년만에 처음) 다시 접속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기존에 명상, 신비주의, 스피리추얼 뭐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히피들이 약기운에 멋부리는 것인 줄 알았다. 심지어 명상이 뭔지조차 몰랐다. 그냥 숨만 쉬는 것, 현재 상태에 단순하게 집중하는 것이더만. 그런 건 간절히 바랐었다. 난 멀티태스킹을 믿지 않는다. 한 순간에 하나씩만 하고 ..
그전까지 난 분노의 대상이 무척 분명한 줄 알았다. 근데 그다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나의 sworn enemy를 마주쳤다. ㅅㅂ 근데 아무렇지도 않았음 ㅋㅋㅋㅋㅋㅋ 왜 대체 왜? 그 enemy는 바로 나를 무척 힘들게 했던 전 팀장인데 우리 회사에 놀러를 왔더라고. 하여튼 2019년 그 당시 전 팀장은 당시 대표이사한테 무지하게 챌린지를 받아서 본인도 위태로웠고 집에서는 아버지가 암에 걸리셔서 자기가 수발을 들고 있었다. 그게 좀 딱하기도 하고 내가 뭐라고 바른소리 해봤자 먹히지도 않을 상태임이 명백했다. 어차피 나는 수습 신분을 면하려면 말 잘 듣고 무조건 배워야 하는 처지였어서 감정을 누르고 그냥 참고 버티던 것이 이제서야 밥통이 터져서 몇 달간 김이 새고 있는 것이다. 어제 팀장..
최근에 손목이 나빠져서 충격파 치료를 받았고, 중학교 때부터 목어깨 통증은 달고 산지라 도수치료를 한 달 정도 받았다. 병원에 한 백만원 갖다박음. 보험 청구를 하려고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보다가 의사 진료를 받지도 않았는데 진료비가 나오고, 견인치료는 받지도 않았는데 치료비가 매번 나온 걸 확인했다. 갑자기 열이 뻗쳐서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다. 직원이 처음에는 사과를 하다가 나중엔 모르는 소리를 계속하길래 벙 쪄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따지시냐고 하길래 진짜 당황해서 잠깐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어쨌든 못 알아들었다고 하고 다시 듣고 보니 나한테는 물리치료는 공짜 서비스라고 듣기 좋게 말을 했으면서, 뒤로는 '견인치료'라는 시행하지도 않은 급여항목으로 올려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고 있다는 말이었..
오늘은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본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취향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또 상당히 신랄한 내용이 될 것 같다. https://www.fmkorea.com/best/4548786804 자기 취향이 없는 사람은 재미가 없다 블라에서 댓글 800개 달렸는데, 완전 반반에 극과극으로 반응이 나뉜 글개인적으론 엄청 건방진 소리 같음.자기 취향이 정말 깊은 사람일 수록 타인의 취향에 대해 쉽게 판가름 내리지 않는다고 www.fmkorea.com 일단 이와 같은 글을 상당히 싫어한다. (이것 역시 좋고 싫음이니 명백히 취향이다!) 싫어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인생 별거 없다. 하루 루틴이 일집일집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직장인인 글쓴이 자신부터가 일단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