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34)
독수리 요새
연휴 3일 전 코로나에 걸렸고 7일간 꼬박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다. 예약해둔 여행도 없고, 코로나 걸렸으니 친척 방문도 못하고, 아무 약속도 없고, 어디 갈 수가 없기에 거의 매인 것이 없는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이었음. 이때야말로 내 소원인 은퇴자처럼 살아보기로 했음. 그때 내 자신이 대체 뭘 하는지 들여다보니 알람 무시하고 원없이 자기, 밀린 빨래하고 재활용품 정리하기, 방 청소하기 (3평짜리 방이라 물휴지로 한번 닦으면 끝남), 필요했지만 정보 수집이 필요했던 물건에 대해 찾아보고 구입하기 (색온도 조절이 가능한 책상 스탠드, 고데기), 인테리어나 가전, 가구 관련 정보 찾아보기, 책상에 다리 뻗고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계속 미뤘던 애니메이션 보기, 방송통신대 과제하고 강의듣기, 한문 수업 듣다가 ..
현재 우리 집 세입자의 전세계약은 12월 초에 종료된다. 한 번도 고친 적이 없는 오래된 아파트이므로 내가 이사 들어가기 전에 인테리어부터 전부 새로 해야 해서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인테리어는 처음일뿐더러 수천만원 규모의 공사를 회삿돈 말고 내돈내산으로 발주하는 경험도 인생에 몇 번 없을 듯 하다. 그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번을 위해 현재의 기록을 남기겠음. 1. 업체 탐색 (+ 가견적) 2. 계약 (+ 실측 및 상세 견적) 3. 자재 선택 및 3D 모델링 (+ 상세 수정) 4. 시공 5. 사후 처리 대략 위의 과정으로 이루어질 것이 예상되며 현재는 업체를 물색하면서 초도 미팅을 하는 중이다. 원래 이번 주에 몽골 여행 가있었어야 하는데 하필 비행기 뜨는 날에 태풍 크리를 맞아서 비행기가 취소되었고 ..
올해는 한번에 한 가지씩 집중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 시간과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번에 알게 된 인도 친구가 추천해준 명상을 짬짬이 하다 보니 짧은 찰나에 쓸데없는 생각이 얼마나 파도처럼 밀려오는지 제 3자 관점에서 깨닫게 되었다. 또 여행 전에 회사 메신저를 로그아웃하고(5년만에 처음) 다시 접속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기존에 명상, 신비주의, 스피리추얼 뭐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히피들이 약기운에 멋부리는 것인 줄 알았다. 심지어 명상이 뭔지조차 몰랐다. 그냥 숨만 쉬는 것, 현재 상태에 단순하게 집중하는 것이더만. 그런 건 간절히 바랐었다. 난 멀티태스킹을 믿지 않는다. 한 순간에 하나씩만 하고 ..
최근에 손목이 나빠져서 충격파 치료를 받았고, 중학교 때부터 목어깨 통증은 달고 산지라 도수치료를 한 달 정도 받았다. 병원에 한 백만원 갖다박음. 보험 청구를 하려고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보다가 의사 진료를 받지도 않았는데 진료비가 나오고, 견인치료는 받지도 않았는데 치료비가 매번 나온 걸 확인했다. 갑자기 열이 뻗쳐서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다. 직원이 처음에는 사과를 하다가 나중엔 모르는 소리를 계속하길래 벙 쪄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따지시냐고 하길래 진짜 당황해서 잠깐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어쨌든 못 알아들었다고 하고 다시 듣고 보니 나한테는 물리치료는 공짜 서비스라고 듣기 좋게 말을 했으면서, 뒤로는 '견인치료'라는 시행하지도 않은 급여항목으로 올려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고 있다는 말이었..
오늘은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본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취향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또 상당히 신랄한 내용이 될 것 같다. https://www.fmkorea.com/best/4548786804 자기 취향이 없는 사람은 재미가 없다 블라에서 댓글 800개 달렸는데, 완전 반반에 극과극으로 반응이 나뉜 글개인적으론 엄청 건방진 소리 같음.자기 취향이 정말 깊은 사람일 수록 타인의 취향에 대해 쉽게 판가름 내리지 않는다고 www.fmkorea.com 일단 이와 같은 글을 상당히 싫어한다. (이것 역시 좋고 싫음이니 명백히 취향이다!) 싫어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인생 별거 없다. 하루 루틴이 일집일집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직장인인 글쓴이 자신부터가 일단 기..
매일매일을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살고 있는데 그런 걸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쉬거나 놀 때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는 견고한 루틴이 있는 편이 훨씬 건강하고 주관적인 만족도도 높다. 요즘은 아침에 8시쯤 일어나는 듯 하다. 누워서는 러시아어 듀오링고를 하거나 뉴스를 눌러보거나 하지 바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어나면 세수하고 옷만 갈아입으면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전날 밤에 다 씻는다. 아침에 이것저것 다 하려면 도저히 거추장스러워서 안된다. 몸이 최대한 바로 튀어나갈 수 있는 상태로 준비된 채 잠을 들려고 한다. 간단히 옷을 꿰어 입는데 항상 비슷한 편한 것을 입는다. 선크림을 바르고 친구가 선물해준 조말론 향수를 한번 뿌리고(하루종일 기분이 좋음) 10시 정도까지 출근을 한다. 출근 시간..
1년에 한 번 정도씩 가끔 오컬트 관련을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심심풀이로 딱 좋음. 주로 고양이과 맹수 목격담이고 (이건 오컬트는 아니지) 가끔은 귀신이나 괴생명체 목격담인데, 이젠 도깨비 목격담을 추가해야겠다. 도깨비가 젤 재밌음 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msfactory.tistory.com/112 심심해서 써보는 GOP 스라소니 목격담 무료한 찰나에, 스라소니에 관심 갖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때는 2014년, 강원도 철원의 GOP, 최전방 철책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야간 근무조로 자정이 넘은 시각에 철책 msfactory.tistory.com https://m.blog.naver.com/fierceanimal/90163574737 스라소니를 촬영 하셨다고요? 남한의 ..
유튜브에 '임사체험'이라는 것이 떠서 보는데, 임사체험을 해본 사람들의 공통적 경험이 있다고 한다. - 유체 이탈 - 길고 어두운 터널 끝의 밝은 빛 - 삶의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감 -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지극히 평안한 느낌 - 친지 또는 저승사자 등의 존재가 '아직은 때가 아니니 돌아가라' 하는 것 나는 현세적인 사람이라 현재 종교도 없고 죽음 너머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죽으면 깨끗이 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와 인종을 막론하고 임사체험자들의 경험에서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는 것을 보면 임사체험은 그저 '종교 또는 문화적 환각'이라고 치부할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또 우리의 인지에는 분명히 어딘가 한계가 있기는 할 것이므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계가 존재..
평소 꽤 즐겨듣는 채널인데 이 영상은 며칠 전에 올라왔다. 대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딱히 꿈이 없는 사람 이야기 글이랑 바로 관련 있는 내용이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구구절절 맞는 말을 재밌게 간명하게 잘할까. 15분이 아깝지 않으니까 관심 있는 분들 한번 보세요. 오디오로 틀어만 놔도 내용 파악에 문제 없습니다. https://bravebird.tistory.com/562?category=567536 딱히 꿈이 없는 사람 이야기 나는 계획하고 목표로 했던 진로를 성취한 사람이 아니다.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회사원이 되어 8년째 일하고 있고, 업계와 직무도 우연히 결정되었다. 사실 애초에 뚜렷한 진로 목표랄 게 딱히 bravebird.tistory.com https://www.y..
학생 때 나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싫어했다. 무언가를 남한테 설명이 가능할 때까지 이해하고 정리해서 가르치는 건 꽤 재미가 있다. 근데 공부에 영 관심이 없는 학생들한테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 납득시키는 게 불가능했다. 우선 내 스스로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그저 했었다! 잼민이 시절 승부욕이 강해서 운동이나 발표 같은 것에 욕심이 많았다. 중학교에 갔더니 라이벌이 생겨서 그 욕심이 공부로 옮겨붙는 바람에 처음으로 펜대 운전사가 되어보았다. 요령이 전혀 없어서 그냥 닥치고 하다 보니 잘한다 소리를 들어보게 되었다. 잘한다 소리를 계속 들으니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용 자체에도 재미를 느끼면서 너드가 됐다. 너드가 되니 가급적 동료 너드를 많이 만날 수 있는 상위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