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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죽음 너머의 세계란 것이 있을까

bravebird 2022. 7. 13. 00:35

유튜브에 '임사체험'이라는 것이 떠서 보는데, 임사체험을 해본 사람들의 공통적 경험이 있다고 한다.

- 유체 이탈

- 길고 어두운 터널 끝의 밝은 빛

- 삶의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감

-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지극히 평안한 느낌

- 친지 또는 저승사자 등의 존재가 '아직은 때가 아니니 돌아가라' 하는 것

 

나는 현세적인 사람이라 현재 종교도 없고 죽음 너머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죽으면 깨끗이 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와 인종을 막론하고 임사체험자들의 경험에서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는 것을 보면 임사체험은 그저 '종교 또는 문화적 환각'이라고 치부할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또 우리의 인지에는 분명히 어딘가 한계가 있기는 할 것이므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세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가족 장례를 처음 경험해서인지 임사체험에 대한 영상을 봤더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95년 세월의 어떤 장면들을 보셨을까? 먼저 보내야 했다는 딸 한 분을 만나셨을까? 오래 전에 돌아가셨을 부모님도 만나보셨을까? 사람은 죽고 나서도 청각이 살아있다는데 어떤 소리를 들으셨을까? 외할아버지도 어릴 때 도깨비불이나 혼불이란 걸 보셨을까? 외할아버지도 눈감으실 때 영혼이 두둥실 떠서 본인의 옆을 지키고 있던 친지들을 천장에서 바라보셨을까? 저승사자란 존재를 정말 보셨을까? 지금은 어디 계실까? 가족은 죽고 나면 만나는 것인가? 사람은 애초에 왜 생겨나서 왜 하필 특정한 누구와 혈연이라는 연을 맺게 되는 것일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까지 보일 정도의 존재들인데 그냥 우연한 기회로 랜덤 배정되는 것일까? 나와 우리 세대 친구들은 현재 수만 년 내려온 이 리니지를 단칼에 끊을 듯한 그런 것인가? ㅋㅋㅋㅋ 우리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가?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약간 반항아답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에 가족이 원수였던 사람이 임사체험을 한다면 그 사람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나는 존재도 가족일까? 가족이랑 원수진 사람 엄청 많을 텐데..... (ㅋㅋㅋㅋㅋ) 그래도 다행히 나는 내가 죽고 사후세계란 게 정말 있다면 엄마아빠 할아버지할머니 내 동생 모두 다시 만나고 싶다.

 

가족에 대한 마음과는 별개로, 그냥 아무런 미련없이 윤회를 끊고 깨끗이 사라지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종교가 없는 것도 있다. 그냥 깨끗이 마음 편하게 사라진다고 믿고 싶기에. 만약 또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그냥 가만히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바위나 돌멩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오래되었다. 이런 내가 말년에 종교를 택한다면 높은 확률로 도교나 불교 같은 것일 듯 하다. 현재로서는 종교가 없고 없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할 정도이지만, 인생 전체를 3분할한다면 마지막 3분의 1은 수행을 택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든 지도 사실 오래되었다.

 

종교는 없지만 한 가지 자주 생각하는 것은 '임종의 순간'이다. 내 종교를 굳이 말하자면 'deathbed'인 것 같다. 사후 세계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믿을 수도 없는 그런 것인 반면, 내가 언젠가 죽기 전에 누워 있을 것이란 것은 능히 상상할 수 있어서 그것은 믿는다. 지금 일을 너무 하기가 싫은데, 직업상의 일이란 것은 과연 내 임종의 순간에도 떠오를 만한 중요한 일인가? 내가 지금 이 사람이 너무 싫은데 이게 과연 죽는 순간에 이름조차 기억이 날 것인가? 금전 손해를 조금 봤는데, 이게 내가 죽는 자리에서도 생각이 날 것인가? 이것들은 과연 모두 죽음 앞에서도 아등바등 다툴 정도로 중요한 것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져보는데, 이 질문 앞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중요한 일은 놀랍게도 현재까지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부모님께 불효하거나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거나 등등 양심을 매우 저버린 기억만은 정말 사무치는 한이 되어서 죽음을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죽는 자리에서 떠오를 만한 일을 하지 말자. 그리고 죽는 자리에서 생각조차 나지 않을 법한 사소한 일은 어차피 흘러갈 것이니 연연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이 다 사소하다. 극소수의 혈연과 함께한 기억을 빼놓고는 모든 것이 다 죽음 앞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이것이 현재 나의 종교라면 종교이다.

 

뭐 하여튼 갑자기 이런저런 감상이 들어서 컴퓨터를 켰는데, 글로는 잘 표현을 못하겠다.

 

나는 오늘도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불평불만을 하느라 기분이 별로였고, 그런 생각이 든 스스로가 조금 한심하게 생각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약간 무거웠다. 아마 살다 보면 많은 후회와 아쉬움을 필연적으로 남기게 되겠지만, 오늘 같은 일은 전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지나가는 일일 테니 너무 문제삼지 말고 그냥 이 순간적인 감정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빠르게 잊어버려야겠다.

 

왜 글이 결론이 이렇게 났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러하다.

 

그리고 나 귀신 본 적 있음. 그런 거 믿지도 않는데 막상 내가 본 것 같아서 황당한 적 있음.

오늘 여기 엮어서 쓸려고 했는데 의식의 흐름이 좀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바람에 나중에 생각나면 써봐야지. 근데 MSG 팍팍 쳐서 재밌게 쓸 자신도 없고 좀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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