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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bravebird 2022. 8. 14. 21:37

오늘은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본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취향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또 상당히 신랄한 내용이 될 것 같다.

 

https://www.fmkorea.com/best/4548786804

 

자기 취향이 없는 사람은 재미가 없다

블라에서 댓글 800개 달렸는데, 완전 반반에 극과극으로 반응이 나뉜 글개인적으론 엄청 건방진 소리 같음.자기 취향이 정말 깊은 사람일 수록 타인의 취향에 대해 쉽게 판가름 내리지 않는다고

www.fmkorea.com

일단 이와 같은 글을 상당히 싫어한다. (이것 역시 좋고 싫음이니 명백히 취향이다!) 싫어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인생 별거 없다. 하루 루틴이 일집일집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직장인인 글쓴이 자신부터가 일단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은가? 저게 모두의 엄연한 현실인 동시에 누군가의 분명한 선택인데 왜 폄하하는가?

 

2. 취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루틴을 일집일집으로 하고 운동은 요가 헬스 삼사개월 정도 해보는 그 선택 자체가 취향이다. 저 사람은 취향이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남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특정한 취향, 그 중에서도 높은 확률로 '좀 있어 보이는' 것만 인정한다는 뜻 같은데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리고 좋고 싫은 것이 있는 것으로 됐지, 그걸 전시하고 인정받고 다녀야 하는가?! 대체 왜?

 

3.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잘 알지 못하는 걸 길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좀 이상하게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취향을 중시한다는 저 글쓴이도 예외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나야말로 저 글쓴이가 좋게 생각하는 대로 취향과 자기 세계가 좀 뚜렷한 편인데, 저 사람을 예컨대 소개팅에서 처음 만나서, 아 저는 말타기랑 국궁에 관심이 있고요, 이번 여름에는 몽골 가서 마상궁술 하고 밤에는 마유주 먹으려고 하고요, 유럽이나 동남아에는 관심이 잘 안 가고요, 인상깊게 읽은 책은 '군주론'과 '도박'과 '상호작용 의례'이고요, 영화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극장 가면 보통 자고요, 패션에는 관심이 좀 없고 실용주의자라서 오늘 조거팬츠 입고 나왔고요, 혹시 ATCQ 좋아하세요??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세요 톨스토이를 좋아하세요??? ^^ 뭐 이런 요지의 대화를 전개시키면 반응이 어떨 가능성이 높겠는가?! 뻔한 일 아님?! 난 진짜 딱 이런 사람 제일 싫더라. 뭔가 좋아하는 건 자유이고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저렇게 남들 시간 뺏아가면서 자기중심적으로 구는 건 나이먹고 너무 유치함.

 

4. 취향은 보통은 돈과 시간을 쓰는 방식이다. 그것도 중요한 정보이기는 한데, 그거는 요즘 세상에 사람들 간에 솔직히 큰 차이가 별로 없다. 비행기의 발달로 여행도 쉽고, 인터넷의 확산으로 정보도 얻기 쉽고, 서비스업의 발달로 돈을 조금만 쓰면 어떤 취미를 접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돈을 쓰는 방식보다는 돈을 버는 방식과 태도 같은 것이 한 사람의 세계를 좀더 정확하게 말해준다. 자기 사업을 일으켜서 돈을 버는지, 남에게 고용되어 일하는지, 일하는 '시간'당 돈을 버는지, 혹은 작업 시수와는 상관없이 어떤 '가치 그 자체'를 만들어서 제때 납품해야지만 돈을 버는지, 노동 소득으로 살아가는지 혹은 금융 소득으로 살아가는지 아니면 물려받은 것으로 사는지 배우자한테 돈을 타 쓰는지, 돈을 버는 이유가 가족인지 취향 소비인지, 패션업계에 있는지 범죄자를 검거하면서 살아가는지 같은 것들이 그 사람의 더 근본적인 생활 양식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동시에 형성한다. 내가 열거한 모두는 명백히 다른 삶을 살지만 똑같이 유럽여행과 자동차와 스시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오늘날 세상이다.

 

맞말그자체

내가 엄청 싫어했던 애가 "얘들은 개성이 없는거 같아" 이러면서 동기들하고 안 놀았으면서, 정작 동기들 모이는 자리에서는 남들 관심 없는 자기 취향 얘기 다짜고짜 제일 많이 하면서 우월감 갖던 홍대병 걸린 애. 항상 자기 바쁘다면서 1차 끝나면 돈 안내고 튀었다 ㅋㅋㅋㅋㅋ 남들이 개성이 없는 게 아니라 너를 용납해주기 위해서 조용히 맞춰주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을까?

 

https://brunch.co.kr/@parcchanyong/148

 

좋은 취향이란 게 뭘까

글쎄요 | "취향도 좋으시겠어요." "음악도 많이 알고 영화도 많이 아시겠네요." "요즘 어디가 잘 나가요?" 어디 가서 잡지 에디터라고 하면 이런 말도 종종 듣는다. 그럴 때면 조금 난처하다. 나는

brunch.co.kr

이거한번 읽어보자.

취향을 숭상하는 그것 자체를 숭상하는 것이 과연 누구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인지도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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