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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병원

bravebird 2022. 8. 25. 21:38

최근에 손목이 나빠져서 충격파 치료를 받았고, 중학교 때부터 목어깨 통증은 달고 산지라 도수치료를 한 달 정도 받았다. 병원에 한 백만원 갖다박음. 보험 청구를 하려고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보다가 의사 진료를 받지도 않았는데 진료비가 나오고, 견인치료는 받지도 않았는데 치료비가 매번 나온 걸 확인했다. 갑자기 열이 뻗쳐서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다.

 

직원이 처음에는 사과를 하다가 나중엔 모르는 소리를 계속하길래 벙 쪄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따지시냐고 하길래 진짜 당황해서 잠깐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어쨌든 못 알아들었다고 하고 다시 듣고 보니 나한테는 물리치료는 공짜 서비스라고 듣기 좋게 말을 했으면서, 뒤로는 '견인치료'라는 시행하지도 않은 급여항목으로 올려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너무 버젓하고 당당하게 말하길래 개념적인 혼란과 현타가 와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끊었다.

 

우선 환자에게는 물리치료가 공짜라며 혜택을 주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보험사와 건강보험공단을 호구잡는 병원의 부도덕한 허위청구 행태가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알지도 못하시면서 따지시냐고 사람을 무시하는 행태도 정말 별로였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이 병원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매우 무력감을 느꼈다.

이 병원은 환자와 보험사와 건강보험공단을 모두 속이는 부도덕한 병원이니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도 가끔 병원에서 보험청구하기 좋도록 서류를 준비해주면 그 혜택을 받지 않았는가? 나라고 뭐가 다르지? 게다가 이 병원만 그렇겠는가? 내가 신고를 한다고 해서 이런 짓을 하는 그 많은 병원들이 응분의 대가를 받을 확률도 낮고 실질적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내가 써야 하는 에너지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또 이 병원 의사는 진료비는 매번 받으면서 진료를 하지도 않는 걸 보면 환자의 차도에는 관심도 없고 치료 자체에 아무런 개입도 역할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 무임승차를 매우 참을 수 없었다. 이 병원은 실비 가입 여부부터 따져보고 실비 있는 사람한테는 관성적으로 비급여 치료를 받게 해서 매출을 올릴 생각 뿐인데다, 환자를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봉으로 여기고, 또한 건보재정을 축내며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격분했다. 그런데 개인 정형외과 도수치료가 원래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의사의 진료는 자판기 진료일 뿐이어서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이미 몇 년 전에 느껴보고도 또 굳이 병원이라는 해결책을 떠올린 것은 나 자신 아닌가? 병원 말고 다른 적극적인 방법으로 디스크를 개선해보려는 노력은 했었나?

 

결국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저런 경우를 당할 필요도 없는, 정형외과에 아예 갈 필요가 없는 건강한 몸뚱이이다. 그래서 화는 매우 많이 났지만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어 보기로 했다. 우선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 직업상의 이유로 약간 의무감을 갖고 하던 게임들도 단칼에 끊었으며 자주 쓰는 핸드폰 앱마다 타이머 설정을 걸었다. 몸을 자주 움직이려고 컴퓨터에 한 시간마다 알람을 걸었다. 자기 전에는 아예 안대를 써버려서 핸드폰 사용을 대폭 줄였다. 퇴근 후에는 거의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그리고 운동을 매일 하러 갔다.

 

이번 일로 진짜 화가 많이 나긴 했고 인간 세상 자체에도 근본적으로 회의가 드는데, 솔직히 나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은 아니기 때문에 그 병원에 발길을 끊는 선에서 이만 물러선다... 그래도 분노는 언제나 나의 힘이었으니 한번 기대해 본다. 일단 운동 시작할 때에 비해서 근육량이 1.5kg 늘었고 손목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나는 이 만성병을 낫고 말 것이며 내 스스로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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