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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인테리어 업체 선정

bravebird 2023. 8. 18. 00:24

현재 우리 집 세입자의 전세계약은 12월 초에 종료된다. 한 번도 고친 적이 없는 오래된 아파트이므로 내가 이사 들어가기 전에 인테리어부터 전부 새로 해야 해서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인테리어는 처음일뿐더러 수천만원 규모의 공사를 회삿돈 말고 내돈내산으로 발주하는 경험도 인생에 몇 번 없을 듯 하다. 그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번을 위해 현재의 기록을 남기겠음. 

 

1. 업체 탐색 (+ 가견적)

2. 계약 (+ 실측 및 상세 견적)

3. 자재 선택 및 3D 모델링 (+ 상세 수정)

4. 시공

5. 사후 처리

 

대략 위의 과정으로 이루어질 것이 예상되며 현재는 업체를 물색하면서 초도 미팅을 하는 중이다. 원래 이번 주에 몽골 여행 가있었어야 하는데 하필 비행기 뜨는 날에 태풍 크리를 맞아서 비행기가 취소되었고 걍 다 취소했다. 휴가 낸 김에 걍 집에서 내내 쉬면서 인테리어 업체 미팅다니고 가전 구경다니고 살림살고 했는데 잘 보낸 시간임. 회사 다니면서 업체 미팅 다니려면 시간도 내기 힘들고 주말에만 몰아 다니느라 얘기한 내용 기억도 안 날 것 같음.

 

 

1. 업체 물색 방법

우리 아파트를 시공한 경험이 많고 나 역시 수시로 방문하여 A/S 요청을 할 수 있는 오래된 동네 업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대신 동네 업체의 경우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경우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오늘의집에서 우리 동네와 가까운 업체 중 리뷰 내용이 특히 좋고 면허도 있는 곳 몇 군데에 상담신청을 했다. 의사소통의 편의성을 위해서 우리 구, 혹은 이웃 구에 소재한 업체로 지리적 범위를 한정했다. 인테리어 박람회도 한번 방문해서 상담을 받고 명함을 받아왔다. 총 일곱 군데 업체를 물망에 올렸다.

 

2. 업체 미팅 준비

내가 평소 제일 싫어하는 것이 알아서 눈치껏 해달라는 식의 성의 없는 요청인데 우선 되도 않는 갑질일 뿐더러 수천만원 돈이 오가는 공사에서는 특히 매우 비효율적인 의사소통이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주도권을 내던져 버린 무책임한 행태로, 인테리어 업체에 돈 뜯기기 좋은 태도이다. 결국 내가 살 집이고 내 피같은 돈이므로 내가 먼저 최대한 알아보고 업체에 정보를 줘야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이에 미팅 전에 아래 내용을 준비했다.

- 인테리어 과정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오래 전부터 찾아보고 다른 사람 집에 가면 질문도 하며 내 욕구를 파악

- 집, 나 자신, 공간별 활용 계획, 질문하고 싶은 내용 등을 정리한 3페이지 정도의 워드 문서 준비

- 건축물현황도 확보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 > 민원서비스 > 건축물현황도 발급)

- 블로그, 오늘의집 페이지 등을 통해 업체 포트폴리오 확인, 마음에 드는 레퍼런스 이미지 확보

- 해당 업체의 사업자등록번호(bizno.net), 실내건축공사업 면허 여부(kiscon.net) 사전 확인

 

대략 이런 내용을 문서와 도면, 레퍼런스 이미지 등으로 준비해서 미팅 전 이메일로 미리 보내놓고 미팅 때 이 내용을 잘 반영한 제안을 주는지 확인함. 시간 아끼라고 미리 보내는데도 안 읽고 임하는 성의없는 업체 거를 수 있음.

 

3. 미팅 시 질문

대부분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별표 한 것은 업체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유용한 질문이었다.

- 업력이 얼마나 되시나요? ★

- (우리 동네 업체인 경우) 우리 동네에서 얼마나 영업하셨나요? ★

- 우리 아파트 시공 경험이 있으신가요? 인테리어 시 고려해야 할 우리 아파트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 귀사와 진행할 경우 타 업체 대비 특장점이 무엇인가요? ★

- 단열, 배관, 방수 등 펀더멘털 시공을 맡을 분들의 실력이 뛰어난가요?

- (저의 이러이러한 요청사항을 다소 보수적으로 모두 반영할 경우) 견적이 어느 정도일까요?

- 현재 가견적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금의 종류와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면 될까요?

- 초도미팅 - 가견적 - 실측 - 견적상세화 후 계약하나요? 혹은 선계약 후에만 실측과 견적상세화가 가능한가요? ★

- 기존 진행한 공사의 도면 스케치업과 3D 모델링 사례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 ★

- 계약과 실측은 착공 얼마 전쯤 완료되어야 하나요? ★

- 공사 기간은 어느 정도가 걸리나요?

- 착공 후에 매일 시공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업데이트 받을 수 있나요? 저는 어느 분과 어떻게 의사소통하게 되나요?

- 하자보증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법적으로 기본 1년)

-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소지하셨나요? 하자이행보증 가능한가요?

 

4. 알아낸 사실

- 동네 업체가 우리 아파트에 대해서 가장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예컨대 에어컨 실외기를 바깥에 달 수 없어서 발코니에 실외기실을 따로 만들어야 하므로 발코니 확장은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든지, 에어컨 배선이 매립식이 아니어서 타공을 해야 한다든지, 사다리차를 사용하기 어렵다든지 하는 우리 아파트만의 제약사항은 동네 업체가 제일 잘 안다. 그러므로 동네 업체와 상담하며 이런 정보를 파악하면 매우 유익하다. 

- 이사가 아직 4~5개월은 남은 현 단계에서 가전을 미리 다 고를 필요는 없고 가전업체에 가봤자 견적도 잘 안 내주려고 한다. 11월쯤 가서 계약하면 적당하다고 한다. 그래도 대형가전인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은 대충 어느 사이즈 쓸지 미리 생각해두면 좋다. 예컨대 TV를 벽에 매립해버리고 싶다면 목공을 아예 해야 되므로 가전의 선택이 인테리어 자체에 영향을 준다. 건조기와 세탁기를 쌓는 형식의 LG 워시타워 같은 세탁기가 그 집 베란다에 설치 가능한지, 배수관이 어딘지도 미리 봐두면 좋다. 냉장고 역시 일반 냉장고를 할 것인지, 깊이가 더 얕은 키친핏으로 할 것인지, 김치냉장고도 같이 둘 것인지를 결정해야 냉장고를 어디 둘 것인지 정하고 냉장고장을 짤 수 있다. 에어컨도 시스템 에어컨을 하는 경우와 2in1을 하는 경우의 배선과 천장 시공 자체가 달라지므로 미리 생각해두면 좋다.

- 건축물현황도에는 수치가 기재되어 있다. 이 도면을 지참해서 업체를 만나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보면 집 자체에 대해서도 업체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조그만 부엌에서 싱크대와 수납장과 냉장고와 식탁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미팅하는 업체 여러 곳에 물어보았더니 도면상의 수치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해 주었으며 각자 조금씩 다른 점이 있어서 참고할 만 했다.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을 뿐더러 업체에 대한 신뢰도도 상승했다.

- 가견적 후에 실측을 하고 견적을 세부 조정한 다음에 계약할 수 있는 업체도 있지만, 가견적을 갖고 계약부터 한 후에 실측과 견적 상세화를 해주는 업체도 많다. 즉 발주자는 대략적인 가견적만으로 계약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정보 비대칭을 최소화하려면 업체들로부터 받은 가견적을 항목별로 비교해서 업체별로 어떤 항목이 특히 적고 특히 큰지 특이사항을 직접 확인하고 상세하게 질문해야 한다. 집에서 엑셀표를 만들어 스스로 비교해본 다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있는지, 견적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비용이 있는지 등등 최대한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 대안에 대한 정보도 얻고 최대한 최종 견적에 가깝게 예상한 후에 계약할 수 있다. 무조건 저렴하게 던지는 업체를 믿고 계약금부터 보냈다가 실측 후에 비용이 상승하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 마찬가지로, 계약부터 한 후에 실측을 해서 스케치업 도면을 그리고 3D 모델링을 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미 진행한 다른 집의 스케치업 도면과 3D 모델링 샘플을 초도 미팅에서 필수적으로 요청해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비전문가인 우리로서는 완공 후 모습을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예상할 수 있어야 미스커뮤니케이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케치업 도면과 3D 모델링 자료를 충분하게 제공해 주고 나와 의사소통하여 부지런히 수정 반영하고 그대로 공사해줄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 전체 공정을 일정표로 만들고 잘 관리하는지, 공사 기간 중에 매일매일 전후 업데이트를 충실하게 해주는지, 즉 프로젝트 매니지를 위한 체계가 잘 잡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공사 과정에 대한 비저빌리티를 제대로 주지도 않고, 나와 확인하고 진행해야 하는 사항을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진행해 버리는 업체는 안된다.

 

5. 향후 계획

- 8월 중 초도 미팅 전부 끝내기

- 세입자 이사 나가는 일정 잘 정해지게 해주세요... 실측에 잘 협조하시도록 해주세요... 제발...

- 9월 중 2~3군데 추려서 실측 및 업체 선정 (실측부터 먼저 하고 계약하는 업체가 가장 좋지만, 초도 상담과 전반적인 매니징이 매우 체계적이고 + 3D 모델링 시안이 좋으며 + 가견적을 자세하게 breakdown 해주어서 최종 견적과의 차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음)

- 9~11월 중 자재 선택 및 견적 상세화, 3D 모델링 시안 바탕으로 디테일 수정

- 12월 첫째주 방송통신대 기말고사 끝내기...

- 12월 초 착공, 1월 초중순 이사 및 하자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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