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34)
독수리 요새
나는 계획하고 목표로 했던 진로를 성취한 사람이 아니다.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회사원이 되어 8년째 일하고 있고, 업계와 직무도 우연히 결정되었다. 사실 애초에 뚜렷한 진로 목표랄 게 딱히 없었다. 도통 뭘 알아야 욕망을 하고 목표로 삼고 배짱 있게 투자를 해볼 것이 아닌가! 나이 열여덟에 공부만 했는데 어떻게 자기 꿈이 뭔지 앎?! 그렇다고 막 살지는 않았다! 이것저것 가능한 만큼 해보고 실패해보고, 안 맞거나 불가능한 옵션을 하나씩 지우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계속 어디론가 가는 중이다. 그 시행착오 경험을 써본다. 1. 잘못된 전공 선택 대학에 가기까지는 일말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완벽주의 학생이었다. 다행히 원하던 대학에 갔고, 대학에서는 학비를 스스로 내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전공도 마음대로 ..
유튜브의 갓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인데 내 평소 믿음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소개해 본다. 사람들은 보통 남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는 것 같다. 반면, 만만해 보일수록 의외의 이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내 굳은 믿음이다. 상대방이 나를 쉽게 볼수록 내 앞에서 약점을 많이 드러내게 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Fm3ZuFtjuM 예전부터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정말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순수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좀 띨빵한 허당인 경향이 있으니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속으로는 계산이 서있고 손해 안 보려는 강렬한 마음이 있다. 앗 그게 훤히 보이는 건가? 그래서 순수하다고 하는 건가? 웬만하..
여러분은 길티플레저 노래가 있으신가요? 뭔가 대놓고 좋아한다고 인정하긴 부끄럽지만 중독성 있어서 왠지 계속 듣게 되는 악마의 후크송 류.. 아마 다들 있으시겠죠. 뭐 저는 옛날 사람이라 슈퍼주니어 쏘리쏘리라든지 현영 누나의 꿈 같은 노래가 생각나네요;; ㅋㅋㅋㅋ 소개드릴 Hanson의 Mmmbop이 아마 미국인들한테 그런 노래 같습니다. 음 밥! 두비 두밥! 이 계속 반복되는데다 나머지 가사도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는 노래거든요. 변성기도 오지 않은 소년이 부르는 전형적인 틴 팝처럼 들립니다. 유튜브 댓글은 대부분 이런 내용이지요. 이 노래는 1997년 출시됐는데 전 한참 지나서 중학교 때 라디오를 듣다가 알게 됐습니다. 자주 듣던 노래도 아닌데 작년 말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반평생 만에 ..
재기발랄하고 장난기 많은 사람들 엄청 부럽다. 나는 그다지 재기발랄하진 않다. 예의와 상식 지키는 편이다. 웬만하면 점잖다. 대신 스스럼없는 드립 같은 거 잘 못친다. 흑역사 공개 같은 셀프 망가지기 잘 못한다. 선이 있고 웬만하면 넘지 않으면서 조심조심 거리를 지키려는 것이다.낯을 가리거나 수줍어하는 쪽은 분명히 아닌데,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건 또 아니다. 블로그에도 느껴지지 않을까? 힘빼고 쓴 신변잡기는 거의 살려두지 않는다.이곳에서는 그렇게 하기로 스스로 룰을 정해놓은 것이다. 블로그는 일상에서 숨죽여 지내는 내면의 샌님 오타쿠 진지충이 날뛸 때 배출구로 쓰자! 신변잡기는 친구 불러다가 얼굴 보고 하자!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분리하자! 리얼라이프는 오프라인이다! 뭐 이런 식으로 선을 그어놓는것이다...
예전에 조지 오웰 '정치와 영어'와 관해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안 좋아한다. 왜냐면 그게 대체 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냥 자기가 느끼기에 좋고 옳고 특히나 쿨해 보이면 붙이는 수식어 같다. 왜 진정한지, 뭐가 진정하다는 건지 설득 시도도 하지 않으면서 그 대상에 너무 크고 자의적인 의미를 부여해버린다. '진정성 있는 소설'이라는 비평은 직업적으로 너무나 게을러 보인다. 또 신기한 것은, 진정함이란 건 절대적일 텐데도 덜 진정하고 더 진정하다는 식의 우열 비교가 가능하다. 브로콜리 너마저나 장기하는 원래 자기들만 아는 진정한 인디 뮤지션이었는데 오버로 올라와 돈을 벌고 유명해지니까 실망했다면서 팬질을 그만둔 사람들이 분명 있었다. 덜 알려지고 헝그리하고 그래서 더 진정성 있는 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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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가 들어왔다. 애초에 기본급이 형편없는데 올해는 인상분도 없다. 난 그런 연봉계약서 싸인한 적 없음. 보너스도 삭감돼서 연봉 총액이 떨어졌다. 아니 일을 5년 했는데 연봉이 처음보다 내리다니? 심지어 신입사원보다 우리 연차가 적게 받는다니? 돌았나 이게? 제정신인가? 분기탱천해서 오늘 태업하려고 마음먹었다. 딴소리나 해야겠다. 난 우리 동네 구둣방 아저씨 팬이다. 신발을 맡기면 척 보고 딱 알고는 죽죽 뜯어서 척척 자르고 탕탕 친 다음 꽁꽁 꿰매버린다. 손놀림에 빨려든다. 신이 난다. 손기술만 뛰어난 게 아니라 평소 어떻게 걷는지 순간 파악하고 신발모양 보완까지 해주신다. 눈썰미와 판단력이 있는 것이다. 새 부츠 밑바닥이 얇아 발병이 나서 찾아갔더니 '남자친구 품에 처음 안기듯이 폭신하게 만들어줄껴..
계절 바뀌는데 입을 바지가 없어서 퇴근길에 잠깐 사러 갔다. 한번 옷가게를 가면 다른 것도 죽 살펴보고 입어도 본다. 당장은 살 마음이 없는 옷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감을 잡아보려고 한번 입어본다. 살 옷이랑 매치시킬 만한 건 뭐 있는지 꼭 물어보고 걸쳐본다. 최대한 조합해서 다양하게 써먹어야 하니까. 어제는 와 이건 뭐 세련되고 우아하기가 그지없는 올블랙 롱 원피스가 있어서 입어봤다. 소재도 디자인도 절제미가 있는 훌륭한 기본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보통 옷이 아니었다. 앞 중간부분이 깊이 수직 절개돼 있고, 갈라져 보이는 안에는 비치는 검정 슬립이 들어있었다. 코피 빵!! 그냥 입고 서있으면 심플한 옷인데 저런 반전이 숨어있는 것이다. 옷이 이 정도는 돼야 입는 재미가 있다. 메..
8시 출근 23시 퇴근 24시 집도착;; 그건 둘째치고 일 내용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나 의욕이 없고 수동적인 자세라 요즘 하는 일이 정말 발퀄인 것 같다. 매너리즘 쩐다. 만사 귀찮다. 묻는 말에 대답도 깔끔하게 못 하겠고 왠지 모두들 앞에 바보가 된 것 같고 스스로 한심하다. 회사 다니면서 뭘 배웠는지 묻는 글에 댓글로 대답한 적이 한번 있다. 오랜만에 접속해서 그 댓글을 한번 읽어봤다. 2014년에 적은 것이다. 말은 참 기가 막히게 잘해요..ㅋㅋ... 이래서 글쓰기는 자꾸 경계하게 된다. 어눌해도 좋으니 행동이 꽉찼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훌륭한 동료들이 주변에 꽤 있다. 나는 갈 길이 먼 사람이지만 보고 배울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디서든 배울 점은 찾을 수 있음. 잘하지 못하는 시절에도 ..
블로그를 살짝 정리했습니다. 저는 홍대의 어떤 라면집을 엄청 좋아합니다. 2008년부터 애용 중인데요. 거기는 제 기억에 메뉴가 4개 뿐입니다. 장소도 조그맣죠. 차린 건 없지만 꾸준하고 고퀄리티입니다. 제 블로그도 그 라면집을 좀 닮았으면 합니다. 최소한의 카테고리만으로 목표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이 블로그는 번 돈을 그저 쓰기만 하고, 책을 읽어도 정보를 소비하기만 하고, 아낀 힘도 그냥 쌓아두기만 하는 하루하루에 회의를 느낄 때 만들었습니다. 뭐라도 좋으니 생산자가 되어 나누고 싶었습니다. 관심이 있어서 모아 놓은 정보를 공유하는 게 제일 쉬웠기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실크로드와 홍콩은 많은 사람이 흥미를 가지는 주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필요한 게 있어 흘러들어온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