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33)
독수리 요새
유튜브의 갓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인데 내 평소 믿음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소개해 본다. 사람들은 보통 남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는 것 같다. 반면, 만만해 보일수록 의외의 이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내 굳은 믿음이다. 상대방이 나를 쉽게 볼수록 내 앞에서 약점을 많이 드러내게 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Fm3ZuFtjuM 예전부터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정말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순수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좀 띨빵한 허당인 경향이 있으니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속으로는 계산이 서있고 손해 안 보려는 강렬한 마음이 있다. 앗 그게 훤히 보이는 건가? 그래서 순수하다고 하는 건가? 웬만하..

여러분은 길티플레저 노래가 있으신가요? 뭔가 대놓고 좋아한다고 인정하긴 부끄럽지만 중독성 있어서 왠지 계속 듣게 되는 악마의 후크송 류.. 아마 다들 있으시겠죠. 뭐 저는 옛날 사람이라 슈퍼주니어 쏘리쏘리라든지 현영 누나의 꿈 같은 노래가 생각나네요;; ㅋㅋㅋㅋ 소개드릴 Hanson의 Mmmbop이 아마 미국인들한테 그런 노래 같습니다. 음 밥! 두비 두밥! 이 계속 반복되는데다 나머지 가사도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는 노래거든요. 변성기도 오지 않은 소년이 부르는 전형적인 틴 팝처럼 들립니다. 유튜브 댓글은 대부분 이런 내용이지요. 이 노래는 1997년 출시됐는데 전 한참 지나서 중학교 때 라디오를 듣다가 알게 됐습니다. 자주 듣던 노래도 아닌데 작년 말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반평생 만에 ..
재기발랄하고 장난기 많은 사람들 엄청 부럽다. 나는 그다지 재기발랄하진 않다. 예의와 상식 지키는 편이다. 웬만하면 점잖다. 대신 스스럼없는 드립 같은 거 잘 못친다. 흑역사 공개 같은 셀프 망가지기 잘 못한다. 선이 있고 웬만하면 넘지 않으면서 조심조심 거리를 지키려는 것이다.낯을 가리거나 수줍어하는 쪽은 분명히 아닌데,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건 또 아니다. 블로그에도 느껴지지 않을까? 힘빼고 쓴 신변잡기는 거의 살려두지 않는다.이곳에서는 그렇게 하기로 스스로 룰을 정해놓은 것이다. 블로그는 일상에서 숨죽여 지내는 내면의 샌님 오타쿠 진지충이 날뛸 때 배출구로 쓰자! 신변잡기는 친구 불러다가 얼굴 보고 하자!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분리하자! 리얼라이프는 오프라인이다! 뭐 이런 식으로 선을 그어놓는것이다...
예전에 조지 오웰 '정치와 영어'와 관해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안 좋아한다. 왜냐면 그게 대체 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냥 자기가 느끼기에 좋고 옳고 특히나 쿨해 보이면 붙이는 수식어 같다. 왜 진정한지, 뭐가 진정하다는 건지 설득 시도도 하지 않으면서 그 대상에 너무 크고 자의적인 의미를 부여해버린다. '진정성 있는 소설'이라는 비평은 직업적으로 너무나 게을러 보인다. 또 신기한 것은, 진정함이란 건 절대적일 텐데도 덜 진정하고 더 진정하다는 식의 우열 비교가 가능하다. 브로콜리 너마저나 장기하는 원래 자기들만 아는 진정한 인디 뮤지션이었는데 오버로 올라와 돈을 벌고 유명해지니까 실망했다면서 팬질을 그만둔 사람들이 분명 있었다. 덜 알려지고 헝그리하고 그래서 더 진정성 있는 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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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가 들어왔다. 애초에 기본급이 형편없는데 올해는 인상분도 없다. 난 그런 연봉계약서 싸인한 적 없음. 보너스도 삭감돼서 연봉 총액이 떨어졌다. 아니 일을 5년 했는데 연봉이 처음보다 내리다니? 심지어 신입사원보다 우리 연차가 적게 받는다니? 돌았나 이게? 제정신인가? 분기탱천해서 오늘 태업하려고 마음먹었다. 딴소리나 해야겠다. 난 우리 동네 구둣방 아저씨 팬이다. 신발을 맡기면 척 보고 딱 알고는 죽죽 뜯어서 척척 자르고 탕탕 친 다음 꽁꽁 꿰매버린다. 손놀림에 빨려든다. 신이 난다. 손기술만 뛰어난 게 아니라 평소 어떻게 걷는지 순간 파악하고 신발모양 보완까지 해주신다. 눈썰미와 판단력이 있는 것이다. 새 부츠 밑바닥이 얇아 발병이 나서 찾아갔더니 '남자친구 품에 처음 안기듯이 폭신하게 만들어줄껴..
계절 바뀌는데 입을 바지가 없어서 퇴근길에 잠깐 사러 갔다. 한번 옷가게를 가면 다른 것도 죽 살펴보고 입어도 본다. 당장은 살 마음이 없는 옷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감을 잡아보려고 한번 입어본다. 살 옷이랑 매치시킬 만한 건 뭐 있는지 꼭 물어보고 걸쳐본다. 최대한 조합해서 다양하게 써먹어야 하니까. 어제는 와 이건 뭐 세련되고 우아하기가 그지없는 올블랙 롱 원피스가 있어서 입어봤다. 소재도 디자인도 절제미가 있는 훌륭한 기본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보통 옷이 아니었다. 앞 중간부분이 깊이 수직 절개돼 있고, 갈라져 보이는 안에는 비치는 검정 슬립이 들어있었다. 코피 빵!! 그냥 입고 서있으면 심플한 옷인데 저런 반전이 숨어있는 것이다. 옷이 이 정도는 돼야 입는 재미가 있다. 메..
8시 출근 23시 퇴근 24시 집도착;; 그건 둘째치고 일 내용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나 의욕이 없고 수동적인 자세라 요즘 하는 일이 정말 발퀄인 것 같다. 매너리즘 쩐다. 만사 귀찮다. 묻는 말에 대답도 깔끔하게 못 하겠고 왠지 모두들 앞에 바보가 된 것 같고 스스로 한심하다. 회사 다니면서 뭘 배웠는지 묻는 글에 댓글로 대답한 적이 한번 있다. 오랜만에 접속해서 그 댓글을 한번 읽어봤다. 2014년에 적은 것이다. 말은 참 기가 막히게 잘해요..ㅋㅋ... 이래서 글쓰기는 자꾸 경계하게 된다. 어눌해도 좋으니 행동이 꽉찼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훌륭한 동료들이 주변에 꽤 있다. 나는 갈 길이 먼 사람이지만 보고 배울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디서든 배울 점은 찾을 수 있음. 잘하지 못하는 시절에도 ..
블로그를 살짝 정리했습니다. 저는 홍대의 어떤 라면집을 엄청 좋아합니다. 2008년부터 애용 중인데요. 거기는 제 기억에 메뉴가 4개 뿐입니다. 장소도 조그맣죠. 차린 건 없지만 꾸준하고 고퀄리티입니다. 제 블로그도 그 라면집을 좀 닮았으면 합니다. 최소한의 카테고리만으로 목표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이 블로그는 번 돈을 그저 쓰기만 하고, 책을 읽어도 정보를 소비하기만 하고, 아낀 힘도 그냥 쌓아두기만 하는 하루하루에 회의를 느낄 때 만들었습니다. 뭐라도 좋으니 생산자가 되어 나누고 싶었습니다. 관심이 있어서 모아 놓은 정보를 공유하는 게 제일 쉬웠기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실크로드와 홍콩은 많은 사람이 흥미를 가지는 주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필요한 게 있어 흘러들어온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오늘 여행 욕심이 도져서 구글맵을 한참 들여다봤다. 나는 내륙아시아가 엄청 경이로운데 직장인이다 보니 다니기 편한 유럽 도시를 주로 찾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럽인들이 내륙아시아 문화재를 많이 훔쳐갔기 때문에. ㅋㅋㅋ 그렇지만 언젠가는 내륙아시아 장기여행 하는 것이 간절한 꿈이다. 그러려면 회사를 때려치지 않고는 각이 안 나온다.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대충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몽골+인도아대륙 북부 정도 범위이다. 오늘 상상은 아래와 같음. 칭하이, 간쑤, 쓰촨, 윈난, 티베트 일대의 티베트 문화권 고원 지대를 여름에 쭉 본다. 티베트에서 네팔로 육로 이동한다. 히말라야 동쪽 지방을 돈다. (네팔, 시킴, 부탄, 아루나찰 프라데시...)서쪽으로 이동해서 펀자브, 히마찰 프라데시, 잠무 카슈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