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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기존에 1개월 반 정도 배낭여행을 해본 것이 최장 기록이다. 이때는 기후가 매우 건조한 중국 서북의 신장, 간쑤, 닝샤, 샨시 등지를 겨울에 돌아다녔다. 빨랫비누로 양말이나 속옷을 빨면 다음날 무조건 다 말랐으며 겉옷이야 거의 세탁할 필요가 없었다. 근데 이번은 몬순이란 게 있는 덥고 습기찬 인도 아대륙 장기 여행 아닌가. 게다가 수트케이스가 아닌 배낭을 갖고... 인도 여행에 수트케이스는 금물이다. 그걸 끌고 다닐 도로 환경이 되지 않는다. 소똥 및 구정물 크리... 또 지역 특성상 한겨울부터 한여름까지 모든 기후대를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 옷을 많이 가지고 갈 수가 절대로 없기 때문에 무조건 MECE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미 2019년도 겨울 히마찰 프라데시에서 빨래든 머리카락이든 도무지 안 마른다..

역시나 예전 남겨놓은 기록을 바탕으로 준비할 수 있어서 참 수월하다. 하지만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세탁을 할 필요 없었던 여행 기준이고 이번에는 몇 개월간 이 짐만 갖고 상이한 기후대를 다녀야 한다. 다행인 것은 회사에서 준 쓸데없는 옷이 많기 때문에 입다가 버리면 된다. 추운 지방부터 먼저 다니며 긴팔옷을 버리고 더운 곳으로 가면 된다. 이번에는 트레킹을 약간 할 듯 하므로 용품이 조금은 늘어날 것이다. 여행 기간도 길다 보니 노트북을 가져가야 할 것 같은데 그간 여행 갈 때 노트북을 가져간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담스런 짐이 늘어나는 것이 유감이다. 가급적 다 내려놓고 현지조달할 생각으로 최대한 가뿐하게 싸야 될 것 같다. 준비물 리스트를 보니까 참 그동안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 늘어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