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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푸쉬킨 작품 중에 읽어본 것이 예브게니 오네긴 뿐이어서, 여름에 모스크바에서 돌아오자마자 민음사판 푸쉬킨 선집을 빌렸다. 전권을 다 읽진 않고 몇 작품만 발췌독. 먼저 〈보리스 고두노프〉. 죽은 줄 알았던 황자가 두 번이나 살아 돌아와 나라가 뒤집어진 동란시대를 그렸다. 여러 이설이 있기는 하나, 보리스 고두노프는 황위 계승자를 죽이고 제위에 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보리스의 치세에 자연재해가 계속되어 민심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수도승 하나가 승복을 벗고 황제의 의관을 입기로 마음 먹는다. 보리스가 죽이려 했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은 황자가 바로 자신임을 주장하던 그는, 마침내 보리스의 아들을 죽이고 황제가 된다. 그렇지만 그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또 다른 찬탈자에게 황위를 넘..
3년 전 중국 중앙민족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시절 자주 들었던 질문이 "너는 무슨 민족이야?(你是什么民族?)"이다. 중국은 '중화 56개 민족'이라고 엄밀하게 구획해서 관리하고 있고, 개개인의 신분증에 민족성을 표시한다. 그냥 대충 한민족은 한국인이고 한국인은 한민족인 줄 아는 그런 나라에 사는 나로서는 굉장히 신선한, 중국에서나 들을 수 있는 참으로 중국적인 질문이었다. 그곳에서 위구르어 수업을 들으면서는 신장에서 온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회족 학생들이 꽤 많이 있었다. 보통 부모님 중 하나는 한족, 나머지 하나는 회족인데 회족 정체성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 대학 입학이나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여러 민족성이 뚜렷하게 구별되어 행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
이 글은 제 예전 이글루스 블로그에서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http://eagleoos.egloos.com/2506930 2014/12/07 21:00 독소전쟁 관련하여 처음 읽은 책. 몇 개 후보군 중에 가장 얇아서 입문용으로 좋을 것 같아 골랐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간결명료함, 술술 읽히는 서술 그리고 흥미로운 관점으로 2차대전사 입문에 큰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가면 봉쇄 시기에 대한 걸 좀 보고 오려는 계획이어서 레닌그라드 공방전에 대해 미리 조사해 보려고 독소전쟁 내용을 살피고 있다. 이 책의 초점은 레닌그라드 봉쇄보다는 약간 시기가 앞선 것으로, 독일이 애초에 왜 독소불가침조약을 깨고 러시아를 침공하게 됐는지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당시의 정치외교적 상황뿐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