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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올해 6월 초 백야 때 스톡홀름이랑 같이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갔었는데 이제 올린다. 나는 글쓰는 데 진짜 게으르고 특히 여행기 같은 사사로운 이야기는 길게 못 쓴다. 정말로 아름다운 곳에서 잘 놀고 푹 쉬다 왔으니 지금 와서 글로 남기든 말든 아무런 관계 없지만, 사진첩 정리하다 보니까 홀랑 까먹기 전에 조금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네 번째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회사 사람들은 왜 자꾸 러시아를 가냐고 하기 때문에 그냥 스톡홀름 갔다왔다고 했다. 임원 한 분이 내가 러시아 다니는 걸 희한하게 여겨서 소문을 내신다. 사적인 대화 한 마디 해본 적 없는 옆팀 팀장이 그 분한테 들었는지 워크샵에서 갑자기 "그렇게 러시아가 좋으면 주재원 하나 잡아요. 내가 보기에 주재원 와이프가 팔자 최고야." 이러길래 양..
올해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때 발견한 낙서들. 두번째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8시부터 밖에 나갔었다. 그때 표트르 대제에게 인사하러 가다가 봤다. "백인들을 위한 러시아" "인종주의" "루시인들을 위한 러시아" "사랑은 희어야 한다. 이 벤치처럼." 이건 첫번째 단어가 뭔가의 약자이다. 아는 분한테 여쭤보니 뒤의 두 단어는 "흑인들을 처먹어라"라는 뜻이란다... 러시아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스킨헤드 없냐고 걱정을 많이 해준다. 나는 밤늦게도 많이 나다녔지만 스킨헤드 같은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고 무서운 느낌도 전혀 안 들었는데, 새하얀 벤치에 이렇게 떡하니 인종주의 멘트가 적혀있는걸 보니 갑자기 좀 낯설게 느껴지기는 했다. 저곳도 삶이 팍팍한 거로구나, 생각했다. 이날 알렉산드르 아저씨가 가르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