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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http://russia2015.chnmuseum.cn/ 저번 주에 못 갔던 베이징 이번 주에 가기로 했다. 베이징 살았을 때 못 가봤던 중국국가박물관. 이번에는 꼭 구경하려고 웹사이트에서 전시 안내 페이지를 둘러봤더니 아니 이런 파벨 트레차코프 사진이 보이지 않겠는가. Echoes from the Volga River라는 제목으로 트레차코프 갤러리의 이동파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웬 행운! :) 伏尔加河回响 特列恰科夫画廊藏巡回画派精品 참고로 볼가의 중국어 음차는 푸얼쟈(伏尔加), 트레차코프는 터리에챠커푸(特列恰科夫). 이동파는 순회화파(巡回画派)라고 번역하고 있다. 웹페이지의 전시회 안내 멘트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他独自一人肩负起创立俄罗斯绘画流派的全部任务。这是一项无与伦比的伟大功绩! ——伊里亚·叶菲..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모스크바에 남겨놓았지만 아무래도 카메라를 잃어버린 채 다음 날 출국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영 찜찜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왔더니 뜻밖에도 룸메이트들이 카메라를 찾아 놓았다! 사진도 그대로 다 남아 있어서 기마상 사진들을 고스란히 다 보전할 수 있었다.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오후 느즈막히 나와 트레차코프 갤러리 본관으로 갔다. 이곳에서 사진촬영용 표를 안 사고서 바부쉬카들 딴 데 쳐다보는 틈을 타 사진을 찍는 얌체짓을 좀 하였다. 날 이곳까지 오게 한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쉬킨 등등 초상화 앞에서는 같이 사진 찍기도 하고. 저번 여름에 갔을 때는 사진 같은 건 생각조차 않았는데 두 번째는 한번 다 봤다는 여유도 있고 욕심도 나서 많이 찍었다. 역시 사..
이반 쉬쉬킨, 소나무 숲의 아침 (Утро в сосновом лесу) 크게 보기 아, 다행이다. 트레차코프 갤러리에서 마음에만 담아온 그림. 여름에는 눈에 안 띄었었는데 이번에는 기억에 남았다. 메모지를 갖고가지 않아 따로 작가와 제목을 메모해오지 못했는데, 오늘 책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즉시 바로 검색해서 업로드. 위키피디아 검색해보니 이반 쉬쉬킨과 콘스탄틴 사비츠키라는 사람의 공동 작품이라고 한다. 사비츠키가 곰들을 그렸다. 파벨 트레차코프가 크레딧에서 사비츠키를 빼버려서 쉬쉬킨 이름만 남게 됐다는 사연이 있네. 그렇지만 내게 이 그림이 기억에 남는 건 노닐고 있는 귀여운 쿠마들 때문이니 사비츠키의 이름을 기억하도록 해야겠다. 검색해 보니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고, 몇몇 작품들이 ..
일리야 레핀, 1901년 5월 7일 국가의회 100주년 기념 국가평의회 크게 보기 레핀의 그림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 구도의 드라마틱함 측면에서 볼가 강의 배 끄는 인부들과 함께 최고가 아닐까 싶다. 화폭 안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는데도 당장에 니콜라이 2세에게로 시선이 가 꽂힌다. 황제가 가운데에 있지 않은데도 눈이 그리로 간다. 내가 결코 한 그림 오래 살펴보는 눈썰미 있는 사람이 아닌데도 그랬다. 러시아 박물관 가면 한 전시실의 벽면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데, 내가 마치 저 안의 조그만 한 부분이 된 것처럼 실내를 가득 장악하고 있는 그림이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미술에 문외한인데다가 러시아 화가 하면 샤갈이랑 칸딘스키밖에 모르고 내 취향도 아니어서 전혀 기대 않고 갔던 게 러시아 박물관..
처음 읽은 톨스토이 대장편 안나 카레니나. 도스토예프스키 장편 몇몇은 대학생 때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읽어 내렸다. 이번 톨스토이 장편은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나가는 시점에 읽었는데,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둘다 참 절묘한 시기에 만난 것 같다. ▲ 이반 크람스코이 작 ‘미지의 여인’. 모스크바 트레차코프 갤러리에 묘한 아우라와 함께 걸려 있다. 안나 카레니나의 초상화로 추정되는 그림이다. 이반 크람스코이와 톨스토이는 서로 아는 사이였는데, 《안나 카레니나》에 등장하는 화가 미하일로프의 실제 모델이 이반 크람스코이. 미하일로프는 안나와 브론스키가 이탈리아 생활을 하던 중에 만난 화가로, 그는 작중에서 안나에게 초상화를 한 점 그려 준다. 톨스토이가 미하일로프를 통해 바라..
니콜라이 게, 무엇이 진리인가 (Н.Н.Ге. «Что есть истина?»,1890 г.) 어마어마한 아우라로 가득찼던 트레차코프 갤러리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던 그림. 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한 유대 총독 빌라도와 예수를 공간배치, 명암, 체구와 의상 등 모든 면에서 완벽히 대조시키고 있다... 어둠 속에서 두 손이 뒤로 결박된 채 쓸쓸히 서있는 예수의 모습. 보고서 왠지 모르게 이반, 알렉세이 카라마조프 형제의 이미지가 강렬히 떠올랐다. 대심문관 이야기도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