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돌아온 수프 비노 (Суп Вино) 본문
드디어 상트페테르부르크 입성. 이번에도 역시 도스토예프스키가 몽롱하게 돌아다녔을 카잔스카야 거리에 묵는다. 방을 잡고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점 수프 비노 바로 맞은편이네. 오후 2시가 체크인이라 짐 풀고 씻은 다음에 바로 들어갔다.
12월에 갔을 때 일하고 있었던 알렉세이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빙긋 웃음이 나왔지만 모른 척 태연히 앉았다. 옷도 그때랑 똑같은 하늘색 티셔츠네! 음악도 여전히 약간 몽롱한 분위기 있는 앰비언스 계통. 모든 게 여전해서 마치 날 기다려준 것만 같아 무척 반갑다. 이렇게 먼 도시인데 돌아오면 편안한 곳이 생겼다. 그래서 간 곳을 계속 찾는다.
알렉세이는 12월에 갔을 때 말 몇 마디 해보았다. 차분하고 젠틀하고, 무엇보다 웃는 얼굴이 편안한 사람이다.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12월에 두 번 갔고,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나서 모스크바로 떠나기 직전에도 들러서 인사를 했다. 백야 때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잊어버린 것 같다.
수프 비노는 테이블 다섯 개 있는 조그만 공간인데 아늑하고 깔끔하다. 수프에 파스타에 와인 한두 잔까지 해도 800-900루블이면 된다. 러시아에서는 볼거리가 많고 음식도 익숙지가 않아 식사를 항상 부실하게 하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이곳에 와서 애피타이저 수프에 마무리 와인까지 아주 그냥 호사스럽게 먹는데, 그래도 우리 돈으로 2만원이 안 되는 것이다... 1000루블 내고는 거스름돈 받은 것으로 기분 좋게 100루블 이상 팁으로 놓고 온다. 알렉세이가 추천해주는 와인은 다 좋았다.
이미지 출처는 여기
요건 호스텔에 붙어있는 소개글. 반가워서 (직독직해가 안돼서) 찍어와봤다.
밥도 제대로 못먹고 다리는 띵띵 붓고 비까지 내려 심신이 피곤할 때 꼭꼭 수프 비노에 들러보세요.
Sup Vino, Restoran
Kazanskaya ul., 24
St Petersburg
http://www.supvino.ru http://www.tripadvisor.ru/Restaurant_Review-g298507-d3777699-Reviews-Sup_Vino-St_Petersburg_Northwestern_Distric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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