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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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도스토예프스키 관련 옛날 메모

bravebird 2015. 9. 18. 10:11



책상 정리하다가 2011년 1학기에 메모해둔 것들이 나왔다. 이때는 중국 교환학생 나가기 직전으로, 교생실습을 나갔었고 지겨운 교직 및 전필 과목을 한껏 몰아 들었다. 과목이 하나같이 재미가 없어서 수업시간마다 딴 책을 탐독하면서 종이에 베껴 적거나 하며 버티곤 했다. 그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 관련 책에서 옮겨 적은 내용인데, 앙드레 지드의 저작으로 기억한다.

나는 확실히 양가성이라는 주제에 매우 이끌린다. 처음으로 읽으면서 전율한 책도 Fair is foul, foul is fair로 유명한 맥베스였다. 최초로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던 도시인 홍콩도 동양과 서양이, 그리고 보편과 로컬이 미묘하게 교차하고 투쟁하며 한편으로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러시아는 쌍두독수리로 상징될 만큼 유럽과 아시아 그 모두이자 그 모두가 아니기도 한 곳이다. 청조사도 만주족의 문명과 한족의 문명이 묘하게 결합된 키메라의 역사다. 무엇보다 도스토예프스키로 돌아오자면, 성과 속, 애와 증, 교만과 자학, 자기 고백과 타인 고발, 파멸과 생성 등 여러 가지 서로 대립하는 테마들을 다뤘다. 그 극과 극이 결국은 서로 만나는 뫼비우스적 세계에 대한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에 들떴다. 

이때는 특히 상념이 많고 감정이 복잡하게 들끓어서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이나 관련된 글을 읽으면 심장이 탈 것 같았다. 종이에 베껴 쓰며 식히고는 했다. 지금은 저 불길의 흔적에서 그만큼의 불꽃까지는 살려낼 수 없다. 확실히 담담한 생활인이 되긴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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