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말리노프스키, 《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 요약 본문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 《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
(참여관찰과 기능주의로 얻은 '원시법'의 이해)
1. 호혜성과 전시성의 원리
말리노프스키 이전의 인류학 연구에 따르면 원주민 사회의 법체계에는 금기 위반을 제재하는 형법만이 존재한다. 말리노프스키는 이를 본격 반박했다. 그는 트로브리앤드 군도에서 본격적인 참여관찰을 수행한 결과, 원주민 사회에도 서구의 민법에 해당하는 유연하고도 구속력 있는 의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 의무는 호혜성(reciprocity)과 전시성(publicity)이라는 적극적 원리에 지배받는다. 쉽게 말해 서로에게 좋은 일을 해주고 그 티를 팍팍 내서 자신의 체면과 권위를 세워야 한다는 원리다. 물론 원시 사회에도 터부, 금지 등의 부정적이고 소극적 성격을 띠는 형법이 존재하지만, 이는 위의 적극적 법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2. 생활 속에 편재하는 법
말리노프스키가 본 부족법에는 모권, 모계제, 부성애, 정치조직, 시집을 가는(patrilocal) 혼인 제도, 주술적 영향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된다. 이처럼 가족제도, 경제제도, 정치, 종교의례 등의 각 사회 영역은 각자 분리되어 있지 않고 유기적으로 상호 연관을 맺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법체계를 집행하는 독립적인 기구가 없이도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법을 실천하며, 따라서 법은 편재한다. 원주민들은 부족사회에 완전히 귀속되어 두려움 때문에 법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 사회의 사람들처럼 자신의 이익과 의무를 고려하여 법을 위반하거나 남용하기도 한다.
3. 공식적 법과 비공식적 법의 충돌
《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에는 공식적 법과 비공식적 법 사이의 충돌 양상도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다. 아들과 생질 사이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트로브리앤드 군도는 모계제 사회이기에 아버지의 재산은 누이나 자매의 자식인 생질에게 상속되며, 이러한 관계는 부자 관계와 충돌한다.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모계제가 부성애라는 요소와 충돌하는 것인데, 이는 법과 불법의 갈등이 아니라 법 사이의 충돌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점은 법이 주권자의 명령과 같은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규범의 총체라는 점이다.
4. 말리노프스키의 기능주의적 입장
말리노프스키의 기능주의적 입장에 따르면 문화는 형태가 아닌 기능에 따라 파악해야 한다.형태에 초점을 둔 사회 연구는 사회 비교를 통해 사회진화론, 문화전파론 등의 이론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거대 이론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고대 사회와 현대 사회를 비교하여 "신분에서 계약으로"라는 일반 규칙을 만드는 것과 같다. 반면 기능에 중점을 두는 사회 연구는 한 사회를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모든 측면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그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기능주의에 따르면, 법의 기능을 하는 모든 것은 법이다. 이 기능은 개개인의 생물학적·심리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간은 욕구 충족을 위해 도구와 시설을 만들었고, 이것이 발전하여 정치·경제·법·교육 등의 제도가 되었으며, 이러한 체제는 신화와 종교를 통해 정당화된다. 결국 기능주의는 사회가 개인적 욕구들로 인해 구성되었다는 개인주의적·환원주의적 입장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사회적 구속력이 개인 욕구와 충돌할 경우 도전에 직면한다고 보기에, 역동성 역시 지니고 있다.
5. 《서태평양의 항해자들》
말리노프스키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이 있다. 이 책에 쿨라(kula)라는 의례적 교역과 김왈리(gimwali)라는 실용적 교역의 개념이 등장한다. 쿨라는 의례적인 성격을 띤 교역으로 마치 의례와 같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이루어진다. 오퍼를 받은 상대방은 거절을 할 수 없으므로 강제적 성격이 있다. 쿨라는 호혜성과 전시성의 두 가지 원리에 지배받는다. 반면 김왈리는 실생활 도구나 식량을 교환하는 실용적 교역으로 의례적이지 않으며 거부가 가능하고 시차 없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김왈리는 호혜성의 원리에만 영향을 받는다.
6. 래드클리프-브라운의 구조기능주의적 입장
구조기능주의의 선구자인 래드클리프-브라운은 기능주의의 환원주의를 거부하고 사회 자체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개인이 아닌 사회적 사실로 구성되며, 다른 사회적인 사실에 의해서만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 사회적 사실들의 관계가 바로 사회 구조이며, 사회 구조 각 부분의 과업이 바로 기능이다. 래드클리프-브라운은 한 사회를 연구하기보다는 사회 간 비교를 통한 일반 이론 정립에 초점을 두었다.
7. 에밀 뒤르켐의 《사회분업론》
꼭 읽어보고 싶었던 에밀 뒤르켐의 《사회분업론》에 대한 소개도 해설에 포함돼 있다.
원시사회는 공통적인 경험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사회 공통의 도덕과 법에 의해 운영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초자연적 제재나 공동체 전체의 분노 및 처벌이 따른다. 구성원들은 기계적 연대를 이루고 있고, 법은 억압적인 성격을 띠며 형법 위주이다.
현대사회는 구성원의 제각기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적으로 분화돼 있으며, 하위체계 사이의 조화와 조절을 통해 운영된다. 구성원들은 유기적으로 연대하고, 법은 보상적인 특성을 띠며 민법이 두드러진다.
8.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에서 다루는 여러 개념과 현상은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인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과 비슷한 점이 많다. 말리노프스키가 현지조사를 하는 중에 《증여론》이 출판되어, 그 내용을 참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1. 호혜성과 전시성의 원리
말리노프스키 이전의 인류학 연구에 따르면 원주민 사회의 법체계에는 금기 위반을 제재하는 형법만이 존재한다. 말리노프스키는 이를 본격 반박했다. 그는 트로브리앤드 군도에서 본격적인 참여관찰을 수행한 결과, 원주민 사회에도 서구의 민법에 해당하는 유연하고도 구속력 있는 의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 의무는 호혜성(reciprocity)과 전시성(publicity)이라는 적극적 원리에 지배받는다. 쉽게 말해 서로에게 좋은 일을 해주고 그 티를 팍팍 내서 자신의 체면과 권위를 세워야 한다는 원리다. 물론 원시 사회에도 터부, 금지 등의 부정적이고 소극적 성격을 띠는 형법이 존재하지만, 이는 위의 적극적 법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2. 생활 속에 편재하는 법
말리노프스키가 본 부족법에는 모권, 모계제, 부성애, 정치조직, 시집을 가는(patrilocal) 혼인 제도, 주술적 영향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된다. 이처럼 가족제도, 경제제도, 정치, 종교의례 등의 각 사회 영역은 각자 분리되어 있지 않고 유기적으로 상호 연관을 맺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법체계를 집행하는 독립적인 기구가 없이도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법을 실천하며, 따라서 법은 편재한다. 원주민들은 부족사회에 완전히 귀속되어 두려움 때문에 법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 사회의 사람들처럼 자신의 이익과 의무를 고려하여 법을 위반하거나 남용하기도 한다.
3. 공식적 법과 비공식적 법의 충돌
《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에는 공식적 법과 비공식적 법 사이의 충돌 양상도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다. 아들과 생질 사이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트로브리앤드 군도는 모계제 사회이기에 아버지의 재산은 누이나 자매의 자식인 생질에게 상속되며, 이러한 관계는 부자 관계와 충돌한다.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모계제가 부성애라는 요소와 충돌하는 것인데, 이는 법과 불법의 갈등이 아니라 법 사이의 충돌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점은 법이 주권자의 명령과 같은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규범의 총체라는 점이다.
4. 말리노프스키의 기능주의적 입장
말리노프스키의 기능주의적 입장에 따르면 문화는 형태가 아닌 기능에 따라 파악해야 한다.형태에 초점을 둔 사회 연구는 사회 비교를 통해 사회진화론, 문화전파론 등의 이론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거대 이론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고대 사회와 현대 사회를 비교하여 "신분에서 계약으로"라는 일반 규칙을 만드는 것과 같다. 반면 기능에 중점을 두는 사회 연구는 한 사회를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모든 측면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그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기능주의에 따르면, 법의 기능을 하는 모든 것은 법이다. 이 기능은 개개인의 생물학적·심리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간은 욕구 충족을 위해 도구와 시설을 만들었고, 이것이 발전하여 정치·경제·법·교육 등의 제도가 되었으며, 이러한 체제는 신화와 종교를 통해 정당화된다. 결국 기능주의는 사회가 개인적 욕구들로 인해 구성되었다는 개인주의적·환원주의적 입장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사회적 구속력이 개인 욕구와 충돌할 경우 도전에 직면한다고 보기에, 역동성 역시 지니고 있다.
5. 《서태평양의 항해자들》
말리노프스키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이 있다. 이 책에 쿨라(kula)라는 의례적 교역과 김왈리(gimwali)라는 실용적 교역의 개념이 등장한다. 쿨라는 의례적인 성격을 띤 교역으로 마치 의례와 같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이루어진다. 오퍼를 받은 상대방은 거절을 할 수 없으므로 강제적 성격이 있다. 쿨라는 호혜성과 전시성의 두 가지 원리에 지배받는다. 반면 김왈리는 실생활 도구나 식량을 교환하는 실용적 교역으로 의례적이지 않으며 거부가 가능하고 시차 없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김왈리는 호혜성의 원리에만 영향을 받는다.
6. 래드클리프-브라운의 구조기능주의적 입장
구조기능주의의 선구자인 래드클리프-브라운은 기능주의의 환원주의를 거부하고 사회 자체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개인이 아닌 사회적 사실로 구성되며, 다른 사회적인 사실에 의해서만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 사회적 사실들의 관계가 바로 사회 구조이며, 사회 구조 각 부분의 과업이 바로 기능이다. 래드클리프-브라운은 한 사회를 연구하기보다는 사회 간 비교를 통한 일반 이론 정립에 초점을 두었다.
7. 에밀 뒤르켐의 《사회분업론》
꼭 읽어보고 싶었던 에밀 뒤르켐의 《사회분업론》에 대한 소개도 해설에 포함돼 있다.
원시사회는 공통적인 경험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사회 공통의 도덕과 법에 의해 운영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초자연적 제재나 공동체 전체의 분노 및 처벌이 따른다. 구성원들은 기계적 연대를 이루고 있고, 법은 억압적인 성격을 띠며 형법 위주이다.
현대사회는 구성원의 제각기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적으로 분화돼 있으며, 하위체계 사이의 조화와 조절을 통해 운영된다. 구성원들은 유기적으로 연대하고, 법은 보상적인 특성을 띠며 민법이 두드러진다.
8.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에서 다루는 여러 개념과 현상은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인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과 비슷한 점이 많다. 말리노프스키가 현지조사를 하는 중에 《증여론》이 출판되어, 그 내용을 참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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