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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추진사업/내륙아시아

이제서야 다 읽은 스벤 헤딘 자서전

bravebird 2016. 7. 11. 00:16

한달 전 스톡홀름, 상트페테르부르크 갈 때 책을 몇 권 갖고 갔다. 나머지는 다 읽고 왔는데, 하필 제일 중요한 스벤 헤딘 자서전만 손을 못 댔다. 출발 며칠 전에 일부러 퇴근길에 집 근처 구립도서관까지 가서 빌려 갔는데 손도 못 댄 것이다. 한 달이 훨씬 넘었는데 반납도 안하고 있다가 오늘에야 다 읽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왜 계속 탐험을 하는지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미지의 땅을 정복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만큼 내게 매력적인 것은 없다."   (스벤 헤딘)



읽은 소감!! 


헤딘은 정말 지칠 줄 모르는 탐험가였다. 러시아령 중앙아시아, 동투르키스탄, 인도 북부, 파미르 고원, 티베트 등등 내가 관심 있는 지역들만 쏙쏙 골라서 다녔다. 특히 이곳에 근대 측량기술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을 때 방문하여 직접 탐사하고 처음부터 지도를 그렸다.


탐구심도 대단했지만 공명심이 헤딘을 많이 움직인 것 같다. 스웨덴 황제, 러시아 황제, 미국 대통령 등등 쟁쟁한 인물들이 자기한테 얼마나 열광했는지 자주 언급돼 있다. 그 어떤 "서양인"도 와보지 못한 땅을 처음으로 밟는 흥분에 대해서도 자주 쓴 걸 보면 오리엔탈리스트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나는 그런 오리엔탈리스트 학자와 탐험가들의 뒤꽁무니를 참 열심히 좇아다니고 있구나. 아시아인이 아시아를 직접 보지 못하고 유럽인의 눈에 굴절된 모습을 몇 년째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장과 간쑤에 갔을 때 문화재가 다 뜯겨가서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은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서양 각국의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뜯어간 조각들 맞추는 작업을 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고 의미있었다. 그렇지만 실크로드에 대해 뭔가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으려면 하루 빨리 신장과 간쑤로 돌아가서,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을 찾아가서 1차 현장과 1차 자료를 직접 보고 그곳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헤딘이 무리한 탐험을 강행하다가 현지인 동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본인도 죽을 고비를 넘긴 일도 유명하다. 살아남고서도 서양인인 자기는 살아남았다는 식으로 썼는데 참 정 떨어졌다... 자기의 무모함은 인정했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들을 잃은 것에 대한 감정의 동요가 없어 보여서 너무 잔인했다. 워커홀릭이 너무도 목적 지향적이면 이 지경까지 가는구나. 


700쪽이 넘어가는 두꺼운 책이었고 거의 전 생애를 다루다 보니 고른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긴 어려웠다. 낯선 지명도 많고 탐험도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고. 예전에 친구가 읽다가 지겨워서 때려쳤다고 그랬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끝내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린 걸 보면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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