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스웨덴 왕립 군사문서고 방문기 본문
스톡홀름에 가기 전에 스웨덴 출신의 유명한 탐험가이자 학자였던 스벤 헤딘과 군나르 야링의 흔적을 보기 위해서 국립문서고에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기대조차 않았는데 놀랍게도 아키비스트들이 자료 검색방법뿐만 아니라 추천 컬렉션까지 함께 친절히 회신해 주었다. 심지어 국립문서고가 개보수 작업 중인 관계로 요청한 모든 지도와 사진을 왕립 군사문서고로 임시 이관하여 열람하게 해주었다. 방문과 자료 열람을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추천서 같은 자격조건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학자도, 학생도, 스웨덴 시민도 아니고 일개 해외 여행객인데 요청한 모든 것을 공!짜!로! 그!냥! 보여줬다.
왕립 군사문서고의 입구.
군사문서고 내부. 여기서 잠깐 기다렸다가 열람실로 들어갔다.
Marieberg에 있는 국립문서고(Riksarkivet)에서 나를 위해 가져다준 지도 자료들. 스벤 헤딘이 그린 지도 약 30여 장이 들어있었다. 총 4종류의 지도 컬렉션이 들어 있었다. 스벤 헤딘의 지도를 보고 싶다고 이메일을 썼더니 아키비스트가 여기서 검색하면 된다며 친절하게 검색방법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역시 국립문서고에서 가져다준 사진 자료들. 정식 명칭은 동투르키스탄 컬렉션(Östturkestansamlingen)인데 수집자 이름을 따서 Samuel Fränne 컬렉션이라고도 불린다. 역시나 막연하게 Samuel Fränne의 자료들을 보고 싶다고 이메일을 썼을 뿐인데 검색 페이지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이 페이지로 들어가 보면 군나르 야링이 후대에 따로 작성한 인덱스가 pdf 파일로 첨부돼 있다. 주제별, 인물별, 장소별로 작성된 거라 여기서 관심있는 부분들의 박스넘버를 대략 골라서 신청했다. 보는 방법은 "박스넘버:사진넘버"이다. 내가 신청한 박스는 108 / 60a / 11-19 / 32-39 / 40-46 /5-8로, 대개 길기트 등 카라코람 하이웨이 인근과 카쉬가르 등지의 사진이 많았다. 원래 자료 사진을 몇 장 찍어서 올렸었는데, 규정상 배포나 출판이 불가하고 개인소장만 하게 되어 있어서 삭제하였다.
군사문서고 입구의 표지판.
이거슨 스톡홀름 여행 1장 요약본. 군사문서고를 나와서 민족학 박물관에 가는 길에 몰래 찍은 사진인데, 상의 탈의하고 유모차 끄는 젊은 남자다. 때는 무려 화요일 오후!!! 스톡홀름에는 평일 낮에 유모차 끄는 사람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많다. 듣기로는 남편도 아내와 육아휴가를 나눠서 꼭 써야 한다. 최첨단 선진 복지국가의 위엄... ㄷㄷ
이렇게 뜻밖의 군사문서고 투어를 감사히 마쳤다. 이번 여행 때 우연히 대화를 나누었던 한 스웨덴 분에게 이 모든 것이 당신 세금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씀드렸다. 군사문서고에서 도와주신 아키비스트 분께는 약소하나마 음료수 한 병과 함께 감사 말씀을 드렸고, 방문 전에 이메일로 지원해주신 아키비스트 분께도 떠나기 전에 좋은 경험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일을 드렸다. 이번 기억이 워낙 좋았기에 또 다른 자료를 보러 다시 한번 가보고 싶고, 이렇게 협조적이라면 룬드대학의 군나르 야링 컬렉션도 구경 가보고 싶다.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이메일 보내보기 정말 잘했다! 보내봤다가 선진 서비스에 감동받아서 귀국 후에 적응시간이 필요한 게 유일한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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