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스톡홀름 여행 주제가, 마이클 잭슨 Human Nature 본문
"If this town is just an apple,
then let me take a bite."
마이클 잭슨 불후의 명곡 Human Nature. 1982년에 발매된 Thriller 앨범 수록곡이다. 나는 원래 MJ를 굉장히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최고의 곡으로 이 Human Nature를 꼽는데, 이번 스톡홀름 여행에서는 나름 조그만 사연도 더해졌다.
스톡홀름의 어느 동네 카페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옆 테이블 분이랑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배경음악이 나오는데 딱 들어보니 Human Nature를 가지고 만든 노래였음. 마이클 잭슨 곡은 아니고 누군가의 샘플링이었는데 알고 보니 크리스 브라운의 She Ain't You.
끝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또 MJ 곡이 나왔음! 무려 Butterflies!
이 Butterflies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국 여성 R&B 듀오인 Floetry도 불렀다. 멤버인 Marsha Ambrosius가 작곡한 곡이라서 그런데, 마이클 잭슨이 부른 것은 Invincible 앨범에 담겨있고, Floetry가 또 자기 나름대로 불러서 Floetic 앨범에 수록했다. 둘다 정말 좋아하지만 마이클 잭슨 버전의 코러스가 좀 더 화려하고 풍성한 느낌이다.
명곡이 연속으로 나오니 둘다 주체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MJ 찬양이 시작됨.
나: 아.. 마이클잭슨 진짜 좋아요!!!
S: 나도 정말 좋아해. 지금 이 Butterflies 바로 전 노래 있잖아. 크리스 브라운 건데 마이클잭슨 원곡은 뭐지?
나: Human Nature예요.
S: 찾아봐야겠다. (아마 Spotify를 켜는 듯하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들어보고는) 지금 다운받아야지.
나: 정말 좋은 노래죠.
S: 응. 나 15살 졸업파티 때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이 노래 맞춰서 춤추자고 했다가 거절당했어. 들으면 슬퍼 ㅋㅋ
나: 15살 때 춤 신청이라니 ㅋㅋㅋ 너무 조숙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 무슨 소리야. 알거 다 아는 나이야. 너는 첫사랑이 언제였는데?
나: 음... 여.. 여섯살 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 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나서 여행 내내 Human Nature 생각이 계속 났다. 이 노래는 마이클 잭슨이 뉴욕(Big Apple)이라는 엄청난 마성의 도시에 대한 설렘과 그곳의 낯선 이들에 대한 호기심을 담아서 If this town is just an apple, then let me take a bite라는 기가 막힌 시로 남긴 노래다. 난 6월의 날씨 좋은 스톡홀름에서 이 멋진 새로운 도시에 대한 호기심에 부풀어 있었고, 모르는 사람과 얘기하다 보니 조금 긴장한 채였다. 참 절묘한 노래가 때마침 배경음악으로 나와서 마음속에 박혀버린 것. 인천공항에 돌아오자마자 원곡이랑 여러 샘플링 곡을 다운받아서 요즘도 자주 듣고 있다.
Michael Jackson - Human Nature
SWV - Right Here
2Pac - Thug Nature
Nas - It ain't hard to tell
새로운 도시에 와서 설레는 사연 + 오래 전에 좋아하는 여자한테 거절당한 사연 ㅋㅋㅋㅋ 노래 한 곡이 매개체가 돼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게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이야기는 "마이클 잭슨 어떤 노래를 제일 좋아하세요?" 하는 글에 댓글로 남겼다가 수많은 MJ 팬들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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