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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독서

bravebird 2017. 7. 2. 23:13


와 이번 주 ㄹㅇ 책만 읽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123456 번호 붙여서 써봅니다.


1. 금융제국 홍콩

행정부 경제관료가 홍콩에서 3년 체류하고 쓴 금융서. 도서관에서 화폐금융 쪽 코너에 갔다가 엇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해서 빌렸습니다. 결론: 별로입니다. 노동자의 낙원이라는데 웃음이 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니계수가 0.5 넘어서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만큼 빈부격차가 극단적인 곳입니다. 이 책에는 모든 게 너무 긍정적으로만 묘사돼 있어서 미생인 저한테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는 얻을 수가 없었어요. 비추합니다. 

조세제도에 대해서 개괄이 되어있는데 이거는 참고해볼 만 했습니다. 홍콩은 이윤세(법인세)가 세계 최저 수준인 걸로 유명하죠. 법인 차리기 진짜 쉬운 곳이에요. 근로소득세도 불과 2~17% 수준의 누진세인데 공제혜택이 많다고 해요. 임대수입에는 부동산세가 부과돼요. 부동산 매매 및 임대거래와 주식거래에는 인지세(stamp duty)가 부과되는데 부동산과 금융 부문이 활발한 홍콩 경제에서는 이게 주요 바로미터 중에 하나죠. 소비세는 주류·담배·유류·메틸알콜 4개 품목에만 부과됩니다. 특히 알콜도수 30% 이하의 주류와 와인에 대해서는 소비세가 없어요. 와인 사오기 정말 좋은 곳이죠. 슈퍼에 가면 와인이 정말 즐비합니다 ㅎㅎ 이외에 경마·복권·축구복권에 부과되는 도박세, 사업자등록세, 자동차최초등록세도 있어요. 또 특징적인 것은 모든 토지가 정부 소유라 건물 소유주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로 임대료 상당액의 3% 정도에 해당하는 Government Rent와 건물에 대한 재산세에 해당하는 Government Rates를 부과한다고 합니다. 


2. Handover

7월 1일에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아서 읽은 중편 소설집. 홍콩 반환을 앞둔 expat 3명에게 벌어지는 3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짜여 있습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홍콩에 와서 사진기자로 일하다가 홍콩인 동료와 엮인 이야기, 죽은 여자친구가 마지막으로 생활했던 홍콩에 와서 만난 남아공 변호사에게 여자친구 이야기를 해주는 이야기, 청부업자를 고용해서 집적대는 상사를 응징하려다 감옥에 갇힌 언론인 이야기... 읽으면서 약간 왕가위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외국어로 적혀있는 문학작품은 맛을 잘 못 느끼겠어요. 그만큼의 영어 실력이 안되는 것 같아요. 그냥 반환일에 Handover를 읽었다, 정도... ㅎㅎ

   

3. Let's All Shut Up & Make Money

홍콩 반환 100일 전부터 연재되었던 카툰을 모아놓은 이북. 아주 짧아서 6/30-7/1 사이에 금방 읽었습니다. 반환 되면 자유가 없어지고 통제당할 거란 불안, 반환 후에 어떻게 될 것 같냐는 떡밥만 가득한 사회분위기, 그런 당시 분위기를 만화로 그려놓은 거예요. 그냥 당시의 정서가 궁금하던 차에 실제 신문에 매일매일 연재된 카툰이니 이만큼 시의성 있는 게 있으려나 싶어서 봤는데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불안과 냉소 일변도의 내용이었어요. 영미권 유머코드가 잘 적응이 안돼서 그런가..? 특별히 재미도 없었어요. 


4. 전락

암스테르담이 배경이라 오랜만에 꺼내읽은 책. 대학교 3학년 때 정말 소름돋아 하면서 봤던 카뮈의 명작입니다. 카뮈의 다른 책은 별로 재미 없거나 끝을 아예 못 보거나 했었는데 전락은 정말 천재적인 명작이라고 생각했어요. 포스트잇 엄청나게 붙여놓은 거 보이시죠?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그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이 이상 잘 읽히는 책이 없었는데 이제는 잘 안 읽히네요.

"어디서부터가 고백이며 어디부터가 남들에 대한 고발일까? 이 책 속에서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심판하고 있는 것인가, 그의 시대를 심판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어떤 특수한 경우일까, 아니면 현대인일까? 이 고심하여 맞추어놓은 거울놀이 속에서 하여간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이 약속하는 바 그것뿐이다."

둥근 운하가 겹겹이 둘러싼 암스테르담은 저 고통이 모여드는 중심지, 그러니까 현세의 지옥으로 등장해요. 처음에 책 뒤표지의 이 문구 때문에 읽었습니다. 저의 정신은 이제 저만큼 복잡하고 섬세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대학교 때는 정말 현대적인 마음씨(!)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단순해진 것 같네요. 지금이 훨씬 좋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단점은 예전히 열렬히 좋아하던 책이 잘 안 읽힌다는 것. 도스토예프스키라든가 이 전락이라든가. 특히 이 전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과 통하는 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스타브로긴의 고백에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카뮈는 엄청난 도스토예프스키 팬이었거든요. 《악령》을 희곡으로 각색하기도 했고요. 


5. Sex and the Office

회사다니다 보면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결국 뭉쳐요. 성별을 넘어선 교류는 잘 없어요. 남녀 직원이 가까이 어울리면 스캔들 나거나 성희롱 혐의에 휘말리기 쉬우니까 서로 피하는 편이지요. 관심사나 일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남자들은 다 축구얘기 하는데 축구 좋아하는 여자들은 별로 없어요. 마찬가지로 네일 얘기 하는 남자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전 둘다 시큰둥해서 문제긴 합니다만... 뭐ㅋㅋㅋㅋ 각설하고요. 이렇게 성별에 따라서 그룹이 짜이는 거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하지만 이게 여성의 커리어 발전을 저해합니다. 그 딜레마에 대한 책입니다. 샘플을 읽어보고 꼭 완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성평등 시대라고는 해도 아직 고위직은 남자 위주로 구성돼 있어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직장 내에서 힘을 얻으려면 일 잘하는 건 그저 디폴트일 뿐이고, 상사에게 자신을 알리고 조언과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상사가 대부분 남자인 이상 여자로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저희 과장님은 회식 끝나면 노래방 가자 그러고, 이사님 노래방 18번 기억했다가 틀고, 끝나면 이사님 부축해서 택시 잡고 기사한테 돈까지 쥐어 보내 드리고, 집에 잘 도착하셨는지 확인 전화까지 한 다음에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었습니다. 주말에 팀장이랑 같이 골프하러 다니는 대리나 과장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고요. 이렇게 상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챙기거나 술자리와 취미생활을 함께하면서 이너서클에 진입을 하죠. 근데 똑같은 행동을 여자인 제가 한다면?????????????????????????? 부장님, 주말에 골프 치러 가시겠어요, 한다면?????????? 잘 들어가셨어요, 하고 새벽 2시에 전화한다면?????????? 오해밖에 살 게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느니 그냥 몸을 사리고 말죠. 그러는 사이에 남자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친분을 맺고 스스로를 어필하고 좋은 정보를 얻고 세력을 형성하고 쭉쭉 승진해요. 여자들 모임은 중심에서 소외된 게토로 남아요. 이게 유리천장의 아주 현실적인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능력이 모자라니까, 감정적이니까, 애 엄마니까 책임을 맡길 수 없다는 식의 쌍팔년도식 발상은 머지않아 도태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후에도 이 Sex Partition으로 인한, 그 누구도 의도치 않았지만 강력하게 작동하는 여성 배제는 계속될 겁니다.

저자는 이런 Sex Partition 현상의 여러 원인 중 한 가지로 엄격한 성희롱 방지교육을 듭니다. 성희롱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 접촉 자체를 꺼리다 보니 같은 성별끼리 어울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성희롱의 정의를 정확히 알리고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는 교육 다 했으니까 책임 없어!"를 어필하기 위해서 최대한 보수적인 내용으로 겁주듯 진행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있어요. 귀담아들을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남자들이 겁먹기 쉬운 내용으로 짜여있어요. 센스가 없는 사람들이 아직도 파다하긴 합니다만, 기분이 나쁘다고 다 성희롱이면 지나치게 자의적이에요. 별로 현실적인 기준이 아니에요. 해결방안은 그냥 남녀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를 늘리라는 거예요. 회사 차원에서 다같이 교류할 기회를 만들고, 만남에 대해서 오해가 없도록 주변에 공개하고 서로 터놓고 얘기하고. 해결책이 너무 ㅋㅋㅋ 뻔하죠 ㅋㅋㅋ 하지만 문제제기 부분이 현실적이고 의미있었습니다. 

저는 최대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나이, 성별, 계급, 직책에 구애받지 않고 의견을 나누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는 서로의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요. 그런 의미에서 이성과의 만남을 전부 차단하라! 라고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날개 하나를 자르려는 거랑 똑같습니다. 이거야말로 sexism이죠. 회사에서 네트워크를 만들지 말고 친구의 절반을 날려버리라는 뜻이에요. 어느 누가 남한테 그렇게 할 권리가 있나요? 저는 남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우정을 맺고 의견을 나누고 서로 이해할 기회가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그 밖에서든요. 이 모든 게 자연스럽게 자주 이루어진다면 지금처럼 드잡이할 일도 점점 없어질거라 확신해요.

다시 한번, 남자와 여자가 친구나 동료로 공존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선을 넘지 않고 건전한 친분과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남녀 사이에 우정이나 동료 관계는 불가능하다는 말, 서로 엮이지 말라는 말이야말로 저는 노골적인 sexism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더 다양하고 자유롭게 어울리고 정보를 나누고, 서로 돕고 공정하게 경쟁해가며 유리천장이나 페미니즘이나 남녀차별 같은 말은 진부한 옛말로 만들길 바랍니다. 


6. 소유냐 존재냐

작년에 같은 저자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었는데 손에 꼽히는 최고의 책으로 등극했어요. 저는 산업사회에서 자기소외를 겪고있는 인간의 전형이라 에리히 프롬을 읽으니 물 만난 물고기가 된 느낌이었는데요 ㅋㅋㅋㅋㅋ 소유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 이 책을 읽었습니다. 고딩 때 사놓고 이제 보네요; 하지만 지금 보는 게 백번 맞는 것 같아요. 《전락》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대학교 때 휘감겨 왔듯이, 책마다 확 와닿는 타이밍이 있어요. 에리히 프롬은 바로 지금입니다. 

저는 자기 발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발전을 위해서 제일 좋은 방법은 자기 밖으로 나오는 거예요. 익숙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정반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저한테는 시간을 절대 빼앗기지 않고 틀어쥐어야 한다는 막대한 소유욕이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엮여서 대기 야근을 하거나 번개 회식이 생겨서 억지로 따라가야 한다거나 하면 피 같은 자유시간이 뺏긴다는 생각에 불같이 화가 나요. 매 순간 뭔가 생산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자원으로든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풍족하게 가지고 싶은 거거든요. 그치만 시간을 내가 틀어쥘 수 있다는 건 환상이죠. 그 환상을 부수고 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을 내어주는 데 거리낌이 없어질 때 진짜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푸른 유리는 빛이 통과할 때 파랗게 보이는데, 그것은 유리가 다른 빛깔을 모두 흡수해서 통과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유리를 '푸르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 푸른 색의 파장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소유하고 있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방출하는 것에 의해서 명명되는 것이다. 

빨간 줄을 그은 부분이 무수히 많지만 모든 것은 이 하나의 인용구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진 것이 아니라 내놓는 것에 의해서 존재가 규정됩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남들에게도 이로움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나는 무엇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저는 여유를 발산하고 싶어요.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거. 잘못되지 않는다는 거. 지금 스트레스, 3일 후면 사라져 있을 거라는 거. 지금 싫어하는 사람, 5년 지나면 이름도 기억 안 날 거라는 거. 안 서둘러도 된다는 거. 걱정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 꼭 '성공'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거. 그런 여유가 흘러넘쳐서 주변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진 것은 바로 그런 태도였으면 좋겠어요. 물건은 감가상각이 있고 고갈되고 도태되지만, 좋은 태도는 쓰면 쓸수록 주변까지 다같이 좋아지는, 누가 빼앗아갈 수도 없는 진정한 내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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