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타락천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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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돌다가 오랜만에 우연히 봤다. 퇴폐적 영상미.... 와 새삼 대단하네....
왕가위 팬이라 오래 전부터 여러 번 봤지만 그다지 선호하진 않는 영화였다. 홍콩 뒷구석 밤거리 모습을 핸드헬드 기법으로 기똥차게 찍었고 배경음악도 영리하게 사용한 감각적인 영화다. 대신 줄거리는 전혀 치밀하지 않고 그냥 느슨하고 부조리극 같고 광고카피를 길게 늘린 것처럼 멋과 감각에 치중한 거라 이해가 잘 안된다. 취향이 안 맞으면 스타일 과잉 중2병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홍콩의 다크한 모습을 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어서 무슨 사진집, 광고 콜라주 혹은 뮤직비디오 보듯이 봤던 영화이고 별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 다시 보며 여명 & 이가흔 미친 미모에 새삼 놀람. 특히 여명 아우라가 너무 대단해서 움짤을 넋 놓고 반복시청중이다.
이번엔 대사나 인물 설정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았다. 홍콩 반환 직전의 멘탈리티 조각 조각을 감각적으로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별로 현실성이나 개연성이 없고 엉뚱하고 기괴한 내용인데다가 광고 카피 같은 대사와 극도로 스타일리스틱한 이미지의 콜라주이다. 많은 왕가위 영화가 그렇다. 특히 타락천사가 제일 두드러진다. 그래서 인물들이 내 개인적인 경험과 감성에 직접 와닿는다기보다는 우화 같은 것으로 읽힐 때가 많다. 마음만 먹는다면 타락천사의 인물들을 홍콩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어버릴 수도 있다. 기계적이면 재미 없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여전히 왕가위 영화 인물들은 반환 전 홍콩이라는 기이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단초를 많이 담고 있다.
여명. 기억상실증 환자. 결정을 내리기 싫어서 남이 시키는 것만 하는 청부살인업자. 발 없는 새다. 내려앉아 뿌리내리지 않고 뭐든 미끄러져 지나간다. 아비정전 장국영이랑 비슷하다. 동업자 이가흔의 마음을 거절했다가 그녀에게 배반당하고 치명상을 입은 채, 이제는 자기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가흔. 여명의 동업자.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계인데 여명에게 점점 애착을 갖게 된다. 서로 만날 일도 없으면서 여관방 휴지통 속에 여명이 버리고 간 물건들, 여명이 자주 가는 바의 같은 자리에서 듣는 주크박스, 여명이 머물고 간 침대 시트, 향수 등 매우 파편화된 조각 조각에 기대어 그에게 집착한다. 추구하는 대상으로부터 거절당하며 단절되어 있다.
막문위. 여명에게 대시를 하는 분홍머리 여자. 잠깐 함께하게 되지만 여명은 오래 머물려 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간다. 막문위는 여명을 잠깐의 오아시스로 삼아 어딘가 다른 최종 목적지로 가게 될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한다.
금성무. 말을 못한다. 자기 공간이 없어서 밤에 남의 가게 문을 따고 들어가서 장사를 한다. 돈벌기 위해서라면 강제 이발, 아이스크림 강매 등등 뭐든 닥치는 대로 한다. 아버지를 잃는다. 고아 의식.
양채니. 이제 일해야 돼서 생략 ㅋㅋㅋㅋㅋ 양채니 미안!!
움짤은 https://m.blog.naver.com/lovejheee/220609840726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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