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신계왕 라우웡팟 별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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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신계의 유력인사 라우웡팟(劉皇發, Lau Wong-fat)이 7월 23일 일요일, 향년 80세로 별세했습니다. 하반기에는 마침 신계를 한번 파보려는 중이었는데 라우웡팟은 그 서막으로 더할 나위가 없는 인물입니다.
출처: http://en.bpahk.org/tag/transport/
라우웡팟은 홍콩 신계 원거민의 대부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신계는 1898년에 제2차 북경조약을 통해 영국에 99년간 조차된 땅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일에는 사실 이 신계만 돌려주면 되었지만, 1984년 중영연합성명에서 대처와 덩샤오핑은 그냥 홍콩 전역을 반환하는 걸로 합의를 했죠. 조차 이전의 신계는 중국 광둥에 속했고 오래된 종족 집단 여럿이 집성촌을 이뤄 농사를 짓는 땅이었습니다. 홍콩섬과 카우룬 반도가 워낙 작아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서 배후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조차가 된 것입니다.
20세기에 인구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신계도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신계에 살던 사람들은 땅을 내줘야 해서 반발이 심했습니다. 이 원거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백방으로 활동한 유력자가 바로 라우웡팟입니다. 신계왕으로 불릴 정도로 그의 공식적·비공식적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라우웡팟은 신계 원거민 이권 수호 단체인 향의국 의장을 오랜 시간 동안 맡았습니다. 홍콩 기본법 제40조도 라우웡팟의 작품입니다. 이 조항은 신계 원거민의 전통적인 권리와 이익을 홍콩 정부가 보장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만18세 이상의 신계 원거민 남성은 정부 보조금을 받아 700평방피트 이하의 3층 주택을 지을 권리(ding right, 丁權)를 보유합니다. 이 Small House Policy는 상상을 뛰어넘는 집값으로 유명한 홍콩에서 첨예한 논쟁의 대상입니다. 이 권리가 여성에게는 보장되지 않은 것도 특기할 만한 점입니다. 신계 원거민들은 이외에도 정부 소유의 언덕 공동묘지에 망자를 매장할 특권도 가지고 있습니다.
라우웡팟은 반환 이후에는 입법회 의원으로 오랜 시간 활동했습니다. 의정 활동이 저조하기로 악명이 높기는 했지만요. 최근 건강이 나빠지면서 아들 케네스 라우가 향의국 의장직을 물려받았고 이번 회기 향의국 선거구의 입법회 의원직도 케네스 라우가 맡고 있습니다. 수완과 카리스마가 대단했던 아버지에 비해서는 아직 그 역량이 덜 검증받은 편입니다. 향의국은 신계 각 마을의 유력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기구인데, 아버지 후광을 잃은 케네스 라우가 어르신들한테 꽉 잡혀서 힘쓰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기사가 최근 여럿 나왔습니다.
하반기에는 신계, 원거민, 향의국을 키워드로 삼아서 Rural Hong Kong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라우웡팟 이야기가 종종 나올 것입니다. 친족집단이나 집성촌 이야기도 나올 것입니다. 예전에 이 분야로 연구 계획서도 쓴 적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로워 하는 부분인데, 최근에 재밌는 읽을거리를 많이 찾아 놓았습니다. 신계와 향의국에 관한 이전글도 이미 몇 편 있습니다. 이 중 2016년도 홍콩 입법회 선거 이야기 (2)는 다른 곳에도 한번 올렸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기 라우웡팟 이야기가 꽤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2015/12/15 - [중점추진사업/홍콩] - 홍콩 신계 원거민 부동산 권리 문제
2016/09/13 - [중점추진사업/홍콩] - 2016년도 홍콩 입법회 선거 이야기 (2)
2016/09/23 - [중점추진사업/홍콩] - 9/21 홍콩 행정장관 기자회견 (Wang Chau 흑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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