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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인도 여행 초읽기 - 일정 플랜ABC

bravebird 2019. 12. 14. 02:18

결국 12/19 ~ 1/4 인도를 가기로 했다. 

 

일정 관련해서는 뉴델리 인아웃 항공편, 공항 픽업, 뉴델리 2박 이것만 결정해 놓고 나머지는 미정이다. 플랜A가 하필 날씨 운이 따라줘야 하는 데라 계속 일기예보 보고 빌면서 백업플랜 아웃라인만 잡아놨다. 임박하면 날씨를 봐서 플랜ABC 중 골라잡은 다음, 교통편이나 숙소는 그때그때 해치울 작정이었다. 그러다가 출발이 일주일도 남지 않으니 마치 번지점프 다이빙대에 올라선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두렵고 번거로운 건 도시 간 이동인데 그게 하나도 준비가 안 됐기 때문.

 

기차/버스표 예매앱을 가입해서 표 좀 살펴보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가입인증 SMS가 안 왔다. 아 이것이 바로 그 악명높은 인도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가 ㅋㅋㅋ 겨우 한 군데 가입이 돼서 표를 찾아보는데 실감이 없어서 모든 게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그 와중에 블로그 후기 찾아보니 앱으로 예매하다가 카드 해킹 당했다고 하지, 밤기차 타면 도난 사건 많다고 하지... 와 온갖 괴담이 가득. 그 악명 자자한 중국 밤기차도 즐겁게만 타고 다녔지만 인도 기차는 클라스가 다른 것 같다. 게다가 성수기라 인기 구간은 매진된 것 같다.  

 

...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면서.. 가급적 이동을 덜 하는 방향으로 플랜ABC를 재정비해 보았다. 

 

플랜A: 뉴델리 - 다람살라 - 마날리 - 심라 - 뉴델리이며 히말라야 저지대 코스이자 인도 속 티베트를 느껴볼 수 있음. 뉴델리에서 다람살라까지는 비행기로 쉽게 갈 수 있고 18시간 걸리긴 하지만 버스도 있다. 다람살라 이후부터는 무조건 육로 이동인데, 산간지방 특성상 폭설이 내리면 도로가 폐쇄되므로 도박성이 농후한 선택임. 특히 육로이동 거점인 마날리에 눈이 내릴 것 같고, 마날리 쪽에 오래 살았던 지인은 그냥 이 루트 포기하길 추천함... 그렇지만 아직도 단념을 못해서 계속 일기예보 보며 빌고 있다.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 계신 곳도 가보고, 트리운드 트레킹도 해보고, 마날리에서 가까운 나가르에 있는 레릭 박물관도 둘러보고... 와 정말 버킷리스트 그 자체인 루트다. 기본적으로 여긴 여름 성수기인 곳인데 그땐 또 우기라서 폭우 내리면 못 가는 건 마찬가지라고 함. 이러나 저러나 번거로울 곳이라면 그냥 이번에 과감하게 저질러 버릴까 싶음. 성공하면 최고의 경험이 되겠지만 망하면 산간도시에 갇히게 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옵션.

 

이곳이 바로 트리운드
내 친구 알렉산드르 아저씨가 근무했던 레릭 박물관은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

 

플랜B: 뉴델리 - 데라둔을 거점으로 해서 리시케시와 무수리 - 바라나시 - 뉴델리. 힌두교 성지 두 곳을 찍게 되며 귀찮은 이동을 최소화하는 옵션. 뉴델리 - 데라둔, 데라둔 - 바라나시, 바라나시 - 뉴델리 간은 모두 국내 항공편 이용 가능. 뉴델리와 데라둔 간은 기차나 버스로도 6시간 미만 걸리므로 매우 탈 만함. 리시케시는 히말라야의 관문이자 힌두교 성지이며 비틀즈가 도 닦은 곳이고 전세계 요가 수도라 느긋하게 지내다 올 수 있을 것 같음. 근데 서양 히피가 엄청 많을 것임. 바라나시는 그야말로 인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데 심하게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서 과연 나는 학을 뗄 쪽인지 눌러앉고 싶어할 쪽인지 궁금하긴 함. 

 

리시케시

플랜C: 뉴델리 - 아그라 - 자이푸르 - 우다이푸르 - 조드푸르 - 뉴델리의 라자스탄 일주 코스. 북인도 여행의 정석 루트인데 내가 가는 시기는 연중 최고 성수기라 왠지 사람에 치여 피곤할 것 같음. 지인 말로는 버스편이 많아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일정 계획이 가능할 거라고 함. 근데 여긴 대표적인 여행 코스일 뿐 내 마음을 정말 동하게 하는 건 사실 아님. 파리 가면 왠지 루브르를 가줘야 할 것만 같아서 떠밀려 가게 되는 뭐 그런 느낌. 물론 언젠가는 다 가보고 싶지만 플랜 A, B에 비해서는 확실히 덜 끌린다.

 

우다이푸르

 

리스크와 기대수익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A는 코인, B는 인덱스펀드, C는... 예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상에서라면 대체로 무난하고 적당한 중간 옵션을 취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인도를 가는 이유 자체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베팅을 저질러보기 위해서이다. 애초에 히말라야가 가고 싶었고, 레릭 박물관을 가고 싶었고,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에 가보고 싶었고, 언젠가 꼭 가보려는 잠무 카쉬미르와 길기트 발티스탄의 전단계인 곳이기 때문에 날씨를 조금만 더 보다가 그냥 플랜A로 직구를 던져버릴까 한다. 하지만 현재 마날리 날씨 예보는...

 

젠장^^

플랜A로 풀리든 B로 하든, 심지어 C로 가든 그 어느 하나 나쁘지 않다. 애초에 인도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연과 불확실성을 직면해보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꽉 짜인 예측 가능한 하루하루에서 잠시 벗어나, 내 통제를 벗어난 변수들이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카오스 속에서 최대한 적응하고 헤쳐나가는 훈련을 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어느 길에 처하게 될지라도 긍정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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