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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왜 인도인가?

bravebird 2019. 12. 17. 00:35

인도 여행을 가겠다는 말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여자 혼자 위험하다, 

가기 전에 꼭 마지막 인사하고 가라 (ㅋㅋㅋ),

거기를 왜 돈을 주고 가냐, 

너 좀 특이하다,

무슨 일 있냐, 실연 당했냐,

류시화 책 읽고 혹해서 가냐,

깨달음 얻으러 가냐,

 

그러게, 왜 하필 인도일까? 류시화 때문도 아니고, 깨달음 얻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뭔가 성스러움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 면전에서는 너무 개인적이고 진지해서, 그리고 굳이 모두를 설득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ㅋㅋㅋ) 하지 않는 얘기를 여기 해본다. 스스로의 '동기'는 한번 점검해보면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니까. 

 

왜 하필 인도인가?

0. 그냥. 무슨 이유가 필요한지. 아래는 모두 사족임. 

1. 그 자체만으로 대륙 스케일인 커다란 나라, 다민족 국가는 흥미로움. 

2. 중국 실크로드와 네팔이 좋았어서 인도 여행은 당연한 수순.

3. 히말라야 경치 너무 멋지고 트레킹 해보고 싶음. 범 티베트 문화권은 경치가 다 좋음. 

4. 나가르에 있는 레릭 박물관에 가보고 싶음. (모스크바 레릭 박물관을 좋아했다!)

5. 신장 남부에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지나 파키스탄, 북인도 가는 게 버킷리스트 1등임. 

6. 무굴 제국, 영국 식민지배, 그레이트 게임 등등 인도 역사 자체도 재밌음.

7. 믿을 거라곤 내 창자뿐인 골때리는 요지경 속에서 과연 어떻게 임기응변 해낼지 그저 궁금.

8. 매이지 않은 자유의 몸일 때 최대한 다녀야 함. 특히 인도는 임자 있으면 절대 안보내줄듯. 따라가려고도 하지않을듯.

9. 극한 희노애락을 경험하고 싶음. 도박 심리와 유사하고 번지점프대 올라갈 때 느낌과 똑같음. 도파민의 농간으로 보임.

10. 최근 리스크 테이킹의 필요성을 절감했음. 새해 목표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형 선택을 연습해보는 것인데, 인도 여행은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위험감수 행동이라 즉시 실천하고 이걸로 스타트를 끊고자 함. 

11. 몇 년간 미뤄온 일이므로 빠르게 해치우고 다음 진도를 나가야겠음. (인도 다른 지방, 파키스탄, 몽골, 우즈베키스탄, 쓰촨, 윈난, 칭하이 등등)

 

두번째가 나임

 

현지 육로 사정을 알아보려고 히말라야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입해서 뉴델리 - 다람살라 - 마날리 - 심라 루트에 대해 질문했다. 수십 명의 현지인이 매우 잘 짠 루트이며 노쁘라블렘이라는 결론을 내려주었다. 눈이 와도 나머지는 문제없고 마날리가 관건이니 그쪽 날씨만 잘 보고 있다가 일정을 유동적으로 변경하면 된다고 했다. 마날리 길이 막혀서 못 갈 경우 대신 갈 만한 곳도 많이 알려줬다. 이외에도 도움 필요하면 뭐든 물어보라는 사람들이 참 많아서 오후 내내 기분 좋았다. 

 

그 중에 한 분은 이렇게 구구절절 옳은 소리만 하더라.

 

끌리는 대로 해.  

본능은 거짓말을 안하지. 히말라야가 널 부르는구만.

 

그래! 직구가 짱이다. 애초에 인도를 가고 싶었던 이유인 히마찰 프라데시에서 겨울 히말라야를 즐기기로 했다. 신나게 일을 하고 집에 와서 다람살라행 비행기표와 숙소 예매를 드디어 끝내 놓았다. 드디어 뉴델리 다음 갈 곳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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