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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인도 여행 생존 팁 (+ 위험에 대한 생각)

bravebird 2020. 1. 6. 02:23

북인도 여행 16박 17일 무사고 생존 팁을 공개합니다. 

 

여자 혼자 인도 여행 간다고 타박(?ㅋㅋ) 많이 받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 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하고 유의했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물갈이나 사기 등을 겪지 않고 무사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 여행이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지구상 어떤 곳에서든 유의해야 할 점들을 준수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대비하고 제대로 대응하면 리스크 헤징이 상당 부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운수가 따랐기 때문에 별 일 없었던 거지만, 제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제대로 해내려고 했고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0. 거지꼴로 감
- 짐과 현금을 적게 들고 감 (미화 400불)
- 카드와 현금을 분산 보관함
- 중요한 물건은 손 닿는 곳에 지니고 최대한 훔쳐가기 어렵도록 보관함 (카메라를 목에 매달면 후리스 안쪽에 넣고 다닌다든가 등)

1. 한국인 여행자들의 메카에서 여행 시작
- 네이버 인도 여행 카페에 올라오는 최신 글들을 확인함
- 여행자들 사이에 평판이 좋은 인도인과 거래하여 정보 수집 등 초기 적응에 도움을 받음
- 목적지가 같은 한국인들을 찾아서 하루하루씩 같이 다님
- 서로 연락처를 등록해놓고 다른 도시 정보를 계속 공유함

2. 원치 않는 친절을 갖다 안기는 낯선 사람들 차단, 세상에 공짜 없음을 기억
- 호객행위 노룩패스 원칙 고수
- 꼭 말을 해야 할 때는 용건만 간단히
- 정부, 공식, 공무원 등등 내세우는 호객꾼들은 특히 거름
- 유적지의 Security Guard들이라고 해서 믿으면 안됨 (자진해서 사진을 찍어주고는 팁 달라고 하는 경우 봄) 
- 같이 사진 찍자는 사람, 전화번호 달라는 사람들 등 대부분 단칼에 거절하고 갈길 감

3. 잘 알려진 곳들만 다니고 빠른 귀가
- 4-5시쯤 일과 마치고 숙소 쪽으로 돌아감 (철저한 주행성 생활)
- 여행자가 보이지 않는 곳은 빨리 빠져나옴
- 도시 이동 시 새벽시간에 도착하는 교통편을 피함
- 부득이 새벽 도착 시 호스텔 거실이나 버스터미널에서 시간 보냄

4. 지인 찬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평판 좋은 숙소 활용
- 지인이 추천해준 장소 위주로 가고 숙소도 추천받음
- 부킹닷컴에서 평점 8점 이상 숙소만 선택
- 숙소 호스트와 안면을 트고 버스 예매, 야간 택시 대절, 트레킹 가이드 등 도움을 얻음
- 도미토리 숙소에 지낼 때는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같이 다님

5. 음식 조심
- 물을 마시지 않음 (ㅋㅋㅋㅋㅋ 변비가 안 온 것이 신기)

- 공신력 있는 브랜드 생수만 마심 (Bisleri, Aquafina, Kinley, Himalaya - 철자가 다른 짝퉁이 판치므로 주의)
- 여행 초기에는 라씨, 아이스크림 등 차가운 유제품류와 얼음 든 것을 피함
- 불에 익혀 조리한 즉시 서빙하는 것이 확실한 것만 먹음
- 길거리 음식을 먹지 않음

6. 버스를 주로 활용
- 기차, 비행기는 지연/취소가 잦으므로 숙박비와 여행시간 세이브가 가능한 야간 버스 활용
- 버스는 짐을 바닥 아래 짐칸에 보관하기 때문에 도난 위험이 낮은 편
- 사설버스는 갑작스러운 승차지점 변경, 지연 등이 더욱 잦은 편이라 정부 버스를 추천

- redbus 앱으로 시간 및 운임 확인 후 예매

7. 교통편 이용 시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확인 확인 또 확인 
- 항공편은 반드시 구글로 취소/지연여부를 수시 확인
- 공항, 기차역, 버스 승차지점에는 가급적 일찍 가는 것이 좋음 (줄이 엉망이거나 버스 안내가 힌디어로만 쓰여있어서 물어물어 찾아가야 하거나 승차지점이 승차 30분 전에 먼 곳으로 바뀌거나 등 다양한 일이 생길 수 있음)
- 기차는 ixigo 앱으로 취소/지연 여부 확인
- 기차는 플랫폼 번호가 급히 바뀔 수 있고(....내 경우 그 내용이 힌디어로만 방송 나왔음) 좌석을 찾기가 어려우므로 가급적 기차역에 일찍 도착해서 영어가 통할 만한 젊은이들한테 최대한 물어물어 같은 기차를 타는 동행을 확보해 놓고 따라다닐 것 
- 기차에는 방송이 없고 알아서 내려야 하므로 주변 사람들한테 최대한 내 목적지를 알리고, ixigo 앱으로는 현재 위치를 확인하면서 도착역 알람 걸어놓을 것 

8. 2-3일 정도씩만 계획
- 꼭 하고 싶은 일과 대략적인 여행 루트는 머릿속에 그려가야 함 
- 구체적인 교통편, 숙소는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앞 2-3일 정도씩 계획하는 것이 좋음
- 전체 일정을 유럽여행 하듯 전부 예매해 놓으면 안됨 (도시 간 이동 시 지연/취소가 많아서 뒤 일정이 전부 틀어질 수 있음)

- 가급적 무료 취소 가능 숙소를 예약하기를 추천

9. 네고 필수
- 우버가 되는 곳에서는 우버 적극 활용, 릭샤를 탈 때는 우버 운임을 참조하여 네고에 활용
- 우버 안되는 곳에서는 택시나 릭샤 시세를 믿을 만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탐
- 어떤 서비스를 제안받을 경우 가격을 항상 먼저 물어보고 네고를 시도해본 다음 수락
- 택시나 릭샤의 경우 운임을 먼저 물어본 다음 절반으로 깎아불러본 다음 차차 조정

 

이외에는 생각나는 대로 추가하겠습니다.

 

 

덧붙여, 위험에 대한 생각도 꼭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인도 여행 내내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위험과 불확실성, 그리고 주사위 던지기에 대한 것입니다.

인도 여행의 위험성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많이 들었고 거기엔 분명 진실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래도 편리하기 때문에 인도의 예측 불가능성이 저도 좀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위험은 사실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운동하다가도 허리를 다칠 수 있고, 요리를 하다가 발등이 칼에 찍힐 수도 있고, 매일 가는 길을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모기한테 물려서 병이 옮을 수도 있고, 잘 아는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단, 이 수많은 이론적 위험 중 어떤 것을 실질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투쟁-도피 반응을 할 것인가는 개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주관이 크게 좌우합니다. 어떤 사람에겐 손에 묻어있을지 아닌지 확실치도 않은 병균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지만, 평생 맨손으로 식사하셨을 어떤 인도 할머니는 올해 100세이시더군요. 이번에 트리운드 트레킹을 같이한 가이드에게 338m 높이의 마카오타워를 몇 시간 동안 '클라이밍'하는 것은 안전한 일인 반면, 단 2분이 소요되는 마카오타워 '번지점프'는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저는 정확히 그 반대라 2분짜리 번지점프는 해볼 수 있겠는데 몇 시간 짜리 클라이밍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우리에게 한국은 더없이 안전한 나라이지만 미국 미시시피의 시골 마을에 사는 80대 할아버지에겐 전쟁이 안 끝난 위험 국가일 수 있습니다. 둘 다 어느 정도 진실이고 어느 정도 틀렸으며 정답은 없습니다. (제겐 그 정답 없음의 자유가 소중합니다.) 저는 우리 동네였던 대구 상인동에서 지하철 가스폭발의 굉음을 들었고,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그리고 대구 지하철 화재 테러를 기억합니다. 요즘도 나무위키에서 한국 미제사건 아티클을 읽을 때마다 치를 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안전하다고 믿고 일상을 살아갑니다. 대참사와 흉악범죄를 부지불식간 아웃라이어 케이스로 분류할 만큼 이곳의 일상이 익숙하기 때문이겠죠. 두려움이 커지려 할 때면 인도 역시 어느 정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위험의 가능성을 최악의 경우로만 상상하여 완벽하게 피하려고만 한다면 집 밖에도 못 나가는 삶, 집 안에서도 떨어야 하는 삶, 경험이 완전히 거세된 삶만 가능할 것이고 그런 걸 원하진 않으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롤 챔피언 트위스티드 페이트. "되든 안 되든 해보는 거야."란 대사가 있다.

 

위험에 대응하는 최고의 방법은 위험이 편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용의주도하게 대비한 다음 한번 맞서보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곳이 아닌 인도에서만 가능한, 반드시 하고 싶고 해내야 할 몇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인도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하는 인도 여행이라는 주사위 던지기를 감행해서 운명을 시험해보되, 나의 과오로 불필요한 위험을 불러들이진 않도록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여행 내내 유의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어떤 위험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꼭 인도가 아니더라도, 동행이 있더라도, 내가 남자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 믿기로 했습니다. 어쩌겠어요, 주사위가 그렇게 나온다면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하고 승복할 수밖에요.

ㅋㅋ 쓰고 보니 막 운명 나오고 ㅋㅋㅋ 너무 거창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인도 여행이 아닌 다른 일도 전부 다 마찬가지 아닐까요. 무언가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약간 도박 같지요. 잘될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는 어찌될지 모르는 것들에 내 무언가를 걸고 모험을 해서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삶은 그런 선택과 행동의 연속이니까 주사위 던지기의 무한 반복이겠죠. 그렇다면 주사위를 쥐고도 겁에 질려 모든 기회를 날려버리는 리스크를 지기보단, 한번 던져서 결과를 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약간의 노력에 커다란 운이 따라주어 무사히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이번엔 운이 좋아 6이 나왔지만 다음엔 1이 나올지 어떨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 불확실성을 풀매수한 것, 주사위를 던진 사실 그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적당히 도전적이고 그런대로 감당해낼 만한 베팅을 감행하고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여 내 주사위가 대체 뭘 말하려는지 계속 확인할 겁니다. 다음 주사위를 또 받으려면 계속 던져봐야죠. 또 다른 여행지 가보기, 새로운 업무나 취미에 도전해보기, 지금껏 안 써본 투자 수단을 활용해보거나 그러지 않기로 하기, 진로를 변경하기로 선택하거나 지금 자리에서 최대한을 하기로 결정하기, 연애나 결혼이나 출산 같은 것들을 하거나 하지 않기로 하기, 심지어 내일 점심을 뭘 먹을지 선택하기 ㅋㅋㅋㅋ 등등 위험이자 기회인 행동의 장, 혹은 운명을 시험하고 캐릭터를 단련시켜줄 주사위의 종류는 정말 무궁무진하겠죠! 전 이번 인도에서 좀더 무거운 새 주사위들을 받아왔고, 그걸 던질 근력을 키우기 위해 몇 가지 훈련에 지체없이 착수했습니다.

주사위들이 어떤 눈금을 보여줄지 저는 전혀 모릅니다. 절대로 6만 나오진 않겠죠. 하지만 1만 나오는 주사위도 없습니다. 그러니 계속 던져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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