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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중앙민족대학 교환학생 종료 보고서 (2012)

bravebird 2021. 2. 5. 23:21

구글 드라이브에 이런 게 남아있다. 읽다가 울었음. ㅜ_ㅠ 잊고 있었던 것이 너무나도 많이 생각났다.

내가 우리 학교에서 중앙민족대로 처음 파견된 학생이었어서 후기를 상세히 쓰려고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당시에는 네이버 검색해도 중앙민족대 정보는 전혀 없었고 그 흔한 블로그 일기조차 전무했다. 일단 무작정 갔는데 결과적으로 베이징대 칭화대 간 것보다 내겐 훨씬 더 좋은 일이었다. 베이징대 칭화대에는 한국 학생들이 워낙 많고 중국 학생들은 워낙 엘리트라 자기 공부 바빠서 잘 안놀아준다고 거기 간 친구들이 그랬다. 그리고 거기 전공수업은 현지 학생들이랑 대등하게 수강하기 너무 어려울 거 아닌가...ㅎㅎ 중앙민족대가 위치가 좋아서 베이징 생활의 꿀은 다 누리면서, 학교 수준이 낮지도 않고, 유학생이 많지 않아서 맨땅에 헤딩해서 뽕 뽑아오기 좋은데다, 소수민족 많아서 콘텐츠까지 다양함. 강추. 나만 알고 싶을 정도.  

중앙민족대학에서 보낸 교환학생 1년은 엄청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경험이라서 절대 잊을 수 없다. 몇 년간 일하면서 저금한 거에다가 장학금 받은 거 합쳐서 집에 돈 한푼 안 빌리고 유학 생활한 게 우선 스스로 너무 자랑스럽다. 틈틈이 여행 많이 다녔고 그때마다 대부분 혼자였는데 사고 겪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거 실컷 공부했고, 간 곳마다 정말 다 좋았고, 하도 저력있게 잘 먹어서 먹보로 유명했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정말 훌륭했다. 이 블로그에서 떠들어대는 여러 관심사라든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많은 것들은 대부분 이 1년간 경험한 지각변동의 여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글은 2011년 여름 ~ 2012년 여름 1년간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학에서 생활한 기록으로, 귀국한 후 2012년 8월 13일 작성했습니다. 2021년 현재 사정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간에 회색으로 적은 부분은 제가 오늘 추가한 내용입니다.

I. 파견대학

 1. 개요

중앙민족대학은 베이징의 하이디엔 구(海淀区) 웨이꽁춘(魏公村)에 위치한 학교로, 중국에 위치한 여러 개의 민족대학의 대표격이자 중국의 주요 대학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56개 민족 출신 학생들이 모두 재학 중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민족 구성이 다양한 곳입니다. 종합대학으로서 인문사회, 이공, 예체능 방면의 전공 과정이 폭넓게 개설되어 있고, 민족대학답게 티베트어과, 조선어과, 위구르어과, 카자흐어과, 몽골어과 등의 소수민족 언어문학 과정 역시 전공으로 개설되어 있습니다. 이외에 만주족, 이족(彝族) 등의 여러 소수민족어 역시 선택과목으로 개설되어 있습니다. 

 

 2. 수강신청 방법 및 기숙사

수강신청 방법은 과목 소개 항목에서 함께 설명하겠습니다. 

수학 신청서 등 교환학생 관련 서류를 처리할 때 기숙사를 신청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학교에 도착한 날 배정 결과를 확인해서 그 날 바로 입주를 했습니다. 학교의 동문과 서문에 각각 하나씩 외국인 기숙사가 있고 교환학생 등 외국에서 온 학생은 저렴한 중국 학생 기숙사에는 살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동문 기숙사는 호텔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상당히 비싸고, 서문 기숙사는 아파트식으로 되어 있고 동문보다는 약간 저렴합니다. 서문에서 가장 저렴한 방은 3인실로 하루 55元이고, 서문의 경우 전기 및 수도 요금은 몇 개월에 한 번씩 따로 계산합니다. 서문 근처에는 식당이나 가게 등이 많아 생활이 편리합니다. 동문에서 가장 저렴한 방은 2-3인실로 약 70元 정도이며, 전기 및 수도 요금은 방값에 포함돼 있습니다. 동문 근처는 중관촌(中关村)에서 뻗어 내려온 대로이기 때문에 버스 정류장은 가깝지만 서문만큼 일상생활에 편리한 시설은 부족한 편입니다. 단, 캠퍼스가 워낙 아담하기 때문에 동문과 서문 사이는 걸어서 이동하기에 전혀 문제없는 거리입니다. 학생들은 보통 서문 앞에서 정수기를 계약해서 방에 들여놓고 룸메이트와 함께 사용합니다. 

어느 방이든 비용이 비싼 만큼 안에 화장실, 세탁기, 냉난방 시설 등이 내부에 다 마련되어 있으며 기숙사 직원께서 정기적으로 청소까지 해주시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 요즘 방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기숙사 방을 스스로 골라 들어갈 여지는 거의 없는 듯하며, 기숙사에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학 때는 외국에서 방학 프로그램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에게 방을 내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첫 학기에는 서문 기숙사의 3인실에 굉장히 만족하며 생활하다가 두 번째 학기에는 비싼 동문의 방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방값을 절약하기 위해서 싸고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은 기숙사식 6인실 방을 따로 구해 나갔습니다. 개인이 아파트를 불법으로 개조해서 기숙사처럼 운영하는 공간이 학교 가까이에 꽤 있지만, 당연히 시설은 기대하면 안 됩니다.  

아 이 사진은 진짜 단 한장 남은 책상 사진인 것 같다. 한국 룸메이트 둘과 같이 살았던 서문 기숙사 내 책상. 

이때 처음으로 코골이를 발견하고 10년 후 양압기를 쓰게 되었읍니다... ㅎ 룸메이트 중 한 명은 잠을 늦게 자거나 놀러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는 편이었고, 저는 밤에는 나가질 않아서 일찍 잤습니다. 제가 먼저 자고 있으면 그 룸메이트가 제 소리 때문에 잠을 못 들었습니다. 비강 호흡하려고 입에 테이프 붙이고도 자봤는데 자고 일어나서 보면 다 뜯어 발겨 버렸더라고요?! ㅋㅋㅋㅋ 결국 룸메이트가 놀다가 새벽에 들어오는 날에는 제가 침실에 자고, 룸메이트가 외출 안하는 날에는 제가 거실 소파에서 자기로 딜을 쳐서 해결했습니다 ㅋㅋㅋㅋ

책상에 미야자키 이치사다 중국사(지금까지도 다 안읽음ㅋㅋ), 미야자키 이치사다 중국중세사, 아틀라스 중국사, 알베르 카뮈 페스트(읽다 때려침), 왕푸징 외국어 서점에서 사서 겨울 여행 중에 읽다가 지금까지도 인생책으로 꼽는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이 보이네요. 펼쳐놓은 책 보니까 아마 그 학기 마지막 남은 시험이었던 위구르어 기말고사 준비 중이었던 거 같습니다. 시험 끝나고 바로 우루무치행 48시간 입석열차 타고 신장으로 여행 떠났었는데 그 기차표가 서랍 안에 있군요. 지금도 그 표는 기념으로 아마 집에 있을 듯 합니다. 춘절 연휴 직전 거의뭐 묵시록적인 귀향 열차를 입석으로... 이거 근데 ㄹㅇ 꿀잼이었는데 진짜 ㅋㅋㅋㅋㅋ

 

 3. 교환 프로그램 담당자, 담당부서 이름 및 연락처

모든 외국 학생들은 학교 도착과 동시에 우선 국제교육학원(国际教育学院)의 사무실에 등록(报名)을 해야 합니다. 이 건물 2층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등록을 한 다음 며칠이 지나 교내 카드(一卡通)와 학생증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교육학원의 중국어 어학 코스를 수강하신다면 그와 관련된 사무도 이곳에서 처리합니다. 

교환학생 사무는 국제교류처(国际交流处)라는 별도의 곳에서 관리합니다. 그곳의 조선족 직원 분이 한국 출신 교환학생 관련 사무를 담당하십니다. 010(베이징 지역번호)-6893-3355로 연락하셔서 #老师를 찾으시면 됩니다. 선생님의 한국어 성함은 ‘###’이고, 중국어와 한국어 모두에 능통하시며 무척 친절하십니다. 수강신청, 취소, 성적 처리 등의 과정에서 선생님을 거쳐야만 하므로 도착 후에 가급적 일찍 연락을 드리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10년 전 정보라서 현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선생님 오래 전에 이직하셨어요. 국제교류처 전화번호나 조직도 변경되었는지 어떤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직접 방문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II. 학업

 1. 수강과목 설명 및 추천 강의

첫 학기에는 국제교육학원(国际教育学院)에서 중국어 어학 코스의 10반 수업을 주로 많이 들었습니다. OO대 학생들은 어학 코스와 학부 수업을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병행할 수 있으므로 중국어 어학 수업을 듣고 싶으신 분은 국제교육학원에 문의하셔서 분반테스트를 치르시기 바랍니다. 국제교육학원은 외국 학생을 대상으로 중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이곳 소속의 대외한어과 대학원 학생들이 보조 교사 등으로 활동하며 공부를 도와 줍니다. 가장 기초부터 시작하는 1반부터 고급인 10반까지 열 개 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중국 학생들과 직접 교류하고 싶으시다면 학부 수업을 들으셔야 합니다. 학부 수업 시간표 및 수강신청서는 개강 초에 국제교류처의 ### 선생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표를 보고 처음 몇 주간 자유롭게 청강을 한 후 수강 여부를 결정하여 ### 선생님께 제출하는 방식으로 수강 신청이 이루어집니다. 과목 선택에 별다른 제약은 없지만, 제가 갔던 학기에는 외국인 학생이 티베트어 수업을 들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해서 첫 학기에는 어학 코스와 함께 위구르어과 1학년의 전공 수업인 기초위구르어1(基础维吾尔语1)를 병행했습니다. 민족학과의 중국민족지(中国民族志)라는 수업도 들었지만 만족하지 못하여 중간에 ###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 수강을 취소했습니다.

두 번째 학기에는 전공 수업만을 들었습니다. 티베트학과(臧学院) 대학원 수업인 蒙藏民族关系史, 중문과 수업인 现代汉语(下)와 汉语词汇学, 그리고 조선어과의 中国朝鲜族文学史가 그것입니다. 이외에 藏传佛教艺术나 基础藏语 등의 수업을 청강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소수민족어 기초 수업들을 가장 추천해 드립니다. 티베트어나 위구르어, 이족 언어, 몽골어, 만주어 등은 한국에서는 접하기가 매우 어려운 과목들이자 민족대학의 가장 특색 있는 과목들입니다. 게다가 수강생 누구든 처음 배우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언어 수업이다 보니 학생들 및 선생님과 교류가 많으므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중국 친구들을 사귀어 중국어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기초위구르어1 수업에서 위구르어를 배우고 신장 및 간쑤 지역의 친구들을 사귄 다음, 겨울에는 그곳으로 여행을 가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국제교육학원의 어학 수업도 물론 좋았고 제게 무척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곳은 중국어를 배우는 외국 학생들뿐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첫학기에 위구르어과 1학년 전공 수업을 들은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짠 전략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언어 기초 수업이니까 내용도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파티마예요.' 이런 거라서 중국어로 수업해도 무리가 없었고, 심지어 반에서 일등 했어욧!! ㅎㅎ 방금 입학한 신입생들이랑 같이 들으니까 그 반 친구들이랑 다 친해져서 거의 뭐 전공생이나 다름이 없이 같이 다닐 수 있었어요. 학기 끝나자마자 신장이랑 간쑤 여행 갔는데 거기서도 위구르어과 친구들 많이 만났습니다. 위구르어 몇 마디 알아들으니까 기차에서 신장 출신 위구르족 학생들이랑도 친해졌어요. 지금도 명절이면 연락을 나누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좋은 친구들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ㄹㅇ 2011-2012년에 중국에서 거의 로또 급으로 운을 몰아 받았음. 이 이후 몇 년간은 진실로 거지같았다. ^^ 쒸이펄 그 팔팔했던 시절에 전회사에서 세상이 다 그런 줄 알고 뺑이친거 생각하면 정대만 짤만 떠오르지만,,, 중국에서 인간의 선의에 대해 뽕 맞아온 걸 정상화시키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정신승리 하고 있읍니다!! 이제 인간세상에 기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실망할 일도 별로 없고 언제고 착해야 된다는 스트레스도 안 받아서 오히려 더 즐거워짐 ㅋㅋㅋㅋㅋㅋㅋ

 

 2. 외국어 습득 정도

베이징에 가기 전에 중국어입문 1,2,3, 중국어회화, 중국어작문, 중급중국어1 등의 과목을 꾸준히 수강하였고 HSK 5급을 취득하였습니다. 중국어를 실제로 사용할 기회는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오히려 작문이나 독해가 더 쉬웠고, 기본적인 듣기나 말하기마저 다소 어렵게 느껴지던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현지에 도착해서 중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가급적 다양한 환경에 부딪치려 노력하는 과정 중에 말하기 실력이 향상되었고 점차 일상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겨울 방학 동안 혼자 1개월 반 동안 여행을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경험이 실력 향상에 정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다음 학기에는 본격적으로 대학 수준의 중국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전공 수업을 듣고 대략 따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읽기나 쓰기는 여전히 많이 부족했고, 특히 과제물을 작성한 후에는 친구들에게 꼼꼼히 첨삭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중국에서의 생활 및 수업 참여만으로도 말하기나 듣기는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읽기나 쓰기, 단어 공부 등은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여 소홀히 하였습니다. 이 점까지 부지런히 신경 쓰신다면 1년 안에 전 영역에 걸쳐 엄청난 실력 향상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USB 뒤지니까 옛날 싸이월드에 올렸던 시간표가 있음

 

 3. 학습 방법

저는 의식적으로 펜을 잡고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기보다는 친구들과의 교류나 여행 중 좌충우돌을 통해서 실제 사람들이 말하는 중국어를 배우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사전에 나오지 않지만 누구든 듣고 이해하는 구어 표현 등을 친구들로부터 배워 자주 사용하려 노력했습니다. 또 중국 대학생들의 언어 습관 및 언어 문화를 관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대화 내용, 人人이나 QQ, 微波 등 각종 SNS로부터 모은 말 조각들 등이 주된 자료가 되었습니다. 또한 가급적 여러 분야의 표현들을 배우기 위해서 기차역, 병원, 수영장, 사무실, 친구들 고향집, 여행지, 친구들 기숙사 방, 은행, 우체국 등 가볼 수 있는 곳은 가급적 다 가보려 했고, 스스로 말할 기회를 많이 얻기 위해서 혼자 낯선 곳에 갈 기회도 일부러 많이 만들었습니다. 기차 안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이 가는 결혼식을 따라가 구경도 해보고, 여행지에서 탄 택시 기사님 댁에 따라가서 그 분 친척들과 춘절 만찬을 함께하면서 이것저것 여쭤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이런 상황에는 어떤 언어표현이 쓰이는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지 살펴보려 노력하며 배경 지식을 쌓으려 노력했습니다. 이외에 작문이나 리포트 등의 과제가 있으면 미리 작성해서 친한 중국 친구들에게 교정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공부해 나갔습니다. 

여행지에서 택시 기사님 댁에 따라간 이야기 부연합니다. 일단 저런 거 위험합니다. 제가 당시에 기분 좋아서 우쭐하게 쓴 글이라 권장할 만한 사항이 아닌데 써놓았네요. 위험하다고 경고라도 했어야 되는데 그런 게 없네요.

그날은 투루판 갔다가 춘절 당일에 우루무치로 돌아왔었는데, 버스터미널에서 게스트하우스로 가려고 택시를 탔었어요. 택시기사님이랑 일부러라도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 베이징에서 공부하는 한국 사람인 것도 얘기하고 뭐 이런저런 대화를 했었던가 봐요. 기사님이 명절이라 시내 다 문닫았는데 외국인 혼자 숙소에 지내면 심심하다고 자기 집 가서 가족들이랑 다같이 저녁 식사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놀라긴 했는데 사실 중국 사람들 춘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승부수를 던져봤어요.

다시 한번, 저런 식으로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돼요... 위험합니다. 저는 인생 최대 모험을 저때 한 거라고 보시면 되고, 나름대로는 정황을 다 살펴서 리스크 판단을 했어요. 기사님이 부모님이랑 가족들이랑 통화하면서 제 얘길 하시는 걸 들었고 수화기 너머로 상대편 소리도 들렸거든요. 만일의 경우 그냥 중간에 내려버려도 될 만큼 사람이 많은 길이고 제가 이미 알고 있는 우루무치 중심가를 지나고 있었고요. 혹시 모르니 조수석 앞에 붙은 택시번호도 따로 기록해놨던 걸로 기억 ㅋㅋ 그날 결국 운이 정말 좋아서 친절한 대가족과 함께 맛있는 춘절 식사 하고 불꽃놀이도 하고 숙소로 돌아갔어요. 중국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으로 사심없는 친절을 꽤 많이 경험해서 감사하긴 한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겁도 없었고 운이 괴상하게 좋았던 것 같아요.


III. 생활

 1. 입국 시 필요한 물품 및 현지 물가 수준

대부분의 일용품은 교내 상점이나 학교 근처에서 다 구하실 수 있으며 물건의 질 자체도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괜히 많이 싸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치실을 준비하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중국에서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가면 양고기나 육포 많이들 드실 텐데, 치실 없이는 좀 괴로운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여자분의 경우에는 생리용품을 조금 챙겨가시면 좋겠습니다. 그것 말고는 현지 물건도 꽤 괜찮았습니다. 처음에 등록비, 보험료, 기숙사 보증금 등을 현금으로 내야 하니 현금을 넉넉잡아 2000元 정도 준비해 가시기 바랍니다. 기숙사비는 천천히 내도 됩니다. 

베이징 물가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간단한 小吃나 학교 식당 밥으로 때우신다면 한 끼에 10元 내외이지만, 반찬을 몇 종류 갖춘 조금 좋은 밥을 친구들과 함께 드신다면 1인당 적어도 20~30元, 특식을 드신다면 그 훨씬 이상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음료나 군것질을 추가하신다면 물론 더 듭니다. 이외에 대중교통비나 핸드폰 요금 등은 한국에 비해 많이 저렴한 편이므로 자세히 적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가 공통적인 사항이고 나머지는 개인의 생활 스타일에 많이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보다 물가가 낮아 보이고 특별히 돈 쓸 데도 없는 것 같지만, 희한하게도 최소한 한국에서 썼던 것만큼은 매달 쓰게 됩니다. 

 

 2. 식사 및 편의시설(의료, 은행, 교통, 통신 등)

학교 안에 여러 종류의 식당이 있고, 서문 근처에 여러 음식점이 많이 있습니다. 

4호선 웨이꽁춘(魏公村) 역과 국가도서관(国家图书馆) 역으로부터 도보 10분 내외 거리에 학교가 있습니다. 동문 근처에는 버스도 많이 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교통카드(一卡通)를 발급 및 충전하실 수 있습니다. 택시 기본료는 10元입니다.

학교 안에 보건소가 있고 이곳에서 매우 싸게 진료를 받고 약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친구들에게 부탁하면 친구 학생증을 갖고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으로 약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건소 진료만으로 불충분한 경우에는 근처의 병원을 찾으셔야 합니다. 사립병원은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립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갑니다. 114 전화 서비스를 통해서 미리 예약(挂)하시면 오랜 줄을 기다리는 불편함을 더실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베이위엔루(北苑路) 가까이에 베이징대학 병원인 北三院이 있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씨티은행(중국에서는 花旗行으로 통합니다) 카드를 많이 가져가실 텐데, 학교 동문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약 3정거장쯤 이동해서 新中이라는 쇼핑센터로 가시면 1층에 ATM이 있습니다. 서문 근처에 工商行과 行, 그리고 동문 맞은편에 中国银行 등이 있어 쉽게 계좌를 개설하실 수 있습니다. 한 곳에서 발급받으신 은행카드를 여행 중 다른 행정단위에서 잃어버리시면 그 지역에서 재발급이 불가능하므로 꼭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베이징에서 발급받은 은행 카드를 여행 중 간쑤성에서 소매치기 당해 당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항상 여러 결제 수단을 마련해 놓으시고 카드나 현금을 철저히 분산하시기 바랍니다.  

교내와 서문 근처에 우체국이 있습니다. 

교내에 양대 이동통신사인 中(China Mobile)과 中国联通(China Unicom) 대리점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요금제를 살펴보시고 USIM 카드를 구입하셔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보통은 선불 충전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번, 교내 카드(一卡通) 등을 발급받으신 다음 카드에 돈을 충전하고 프로그램을 다운받으셔서 로그인하면 기숙사 방과 교실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은 친구가 해결해주어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기숙사 직원 분께 문의하면 안내해주실 것입니다. 교내 국제교육학원 건물 1층의 No.5 카페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음료 맛은 전혀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교내 카드에 돈을 충전하셔서 슈퍼마켓, 교내 식당 등에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카드 충전하는 곳은 학생들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서문 근처에 기차표 파는 곳이 있습니다. 여행 가실 때 이곳에서 표를 구입하시면 편리합니다. 그렇지만 학생들 귀가철이나 주요 연휴 기간에는 이곳에서 표 구하기가 많이 힘듭니다. 12306.cn이 가장 공신력 있는 기차표 예매 사이트이고, 95105105로 전화하셔서 예매하실 수도 있습니다. 

교내 도서관은 자리가 부족합니다. 빈 교실에 들어가서 자습하시면 됩니다.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산실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교내에 복사집이 많이 있습니다. 복사 및 인쇄 비용이 A4 1장당 1毛로 매우 저렴하고, 단행본을 통째로 갖다 맡겨도 복사해주는 진실로 아름다운 곳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복사랑 논문 인쇄 정말 많이 했음. 논문은 그래도 읽었는데 책은... 쌓여있어요^^;)

 

 3. 여가 생활

대운동장에서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기 좋습니다. 자죽원 공원(紫竹院公)도 가까이 있습니다. 또 동문 바로 근처에 중국국가도서관이 있습니다. 베이징 시내 구경을 가시기에도 부담 없는 거리입니다. 근처의 베이징외국어대학과 인민대학에는 유료 수영장이 있고 외부인도 입장 가능합니다. 둘 다 평일에는 오후 4시부터, 주말에는 아침 10시부터 개방합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무렵에는 국제교육학원 앞 공터에서 티베트 학생들이 둥그렇게 둘러 모여 티베트 전통 춤(庄)을 춥니다. 티베트 학생들뿐 아니라 원하는 학생 누구든지 아무 때나 끼어들어 춤출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시작했으며 상당히 오래된 민족대학 학생 문화라고 하고, 이것 때문에 금요일 저녁을 기다리는 학생들도 무척 많으며, 실제로 매주 공간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4. 기타 보고 사항

 

IV.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감

간단하게 써버리고 제출해 버려야지 했지만 결국 길게 쓰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길게 써도 차마 담아낼 수가 없는 재미난 기억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중국어로 일상생활 하는 데 문제 없을 만큼이 되고, 중국 각지를 여행하고, 한국에서는 배울 수 없는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호기심들을 많이 얻어오자는 처음의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 큰 자신감과 함께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값진 추억들을 많이 얻었습니다. 이곳에서 받은 자극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 앞날을 힘차게 계획해 나갈 수 있었고, 온갖 희로애락을 함께한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 1년간의 흔적을 담은 이 글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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