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홍콩 선거제도 개편안 윤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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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5 아침에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이를 앞두고 어제 저녁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이자 정협 부주석인 샤바오룽이 선거제도 개편안을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내용대로 오늘 전인대에서 이야기가 되었고 그 윤곽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행정장관 간선 선거인단을 기존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2. 행정장관 후보는 이 1,500명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188명 이상의 노미네이션을 받아야 합니다. 선거인단은 총 4개 섹터였다가 5개로 늘어나는데, 이 모든 섹터로부터 최소 18개 노미네이션 이상을 받아야 입후보 가능하다는 요건이 추가될 것 같습니다. 선거인단 섹터 중에는 친중파 비중이 높은 곳이 있습니다. 특히 신규 도입을 논의 중인 다섯 번째 섹터가 완전 친중 계열일 것 같습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홍콩 멤버들이라든가, 홍콩에 진출한 중국 기업, 사회 및 학술단체로 구성이 될 듯 합니다. 5개 섹터 요건이 추가되면서 반중 인사의 입후보는 한층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3. 입법회 의석 수를 기존 70석에서 90석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입법회 의원 선거구는 아래와 같은데요,


현재 반중 범민주 계열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구의원(district councilor)만 출마 가능한 직선 직능선거구(super seat) 5석을 없애고, 현 35석인 지역선거구에서도 5석을 빼서 직능선거구와 지역선거구를 모두 30석씩으로 줄입니다. 여기에 30석을 추가해서 총 90석으로 만드는데, 이 신규 30석은 행정장관 간선 선거인단 1,500명 중에서 뽑습니다.
4. 행정장관 간선 선거인단 선거는 12월입니다. 위 방안대로라면 간선 선거인단이 먼저 정해져야 입법회 선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1년 연기된 입법회 선거는 내년으로 또 연기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선거 제도가 개편될 가능성이 있으며, 선거와 관련된 홍콩 기본법 첨부 문서 1, 2의 내용이 장차 바뀔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입법회 선거가 또 연기되면 현 의원들 임기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 캐리 람은 다 계획이 있습니다. 작년에 이미 임기 연장을 해두었습니다. 차기 의원들이 취임할 때까지 현 의원들이 직위를 유지합니다.

위와 같이, 원래 2020년 9월 30일에 끝나기로 돼 있었던 현 입법회 임기를 다음 회기가 시작할 때까지 1년 이상 이미 연장해 두었습니다. 단 다음 회기부터는 원래 임기인 4년을 고수합니다.
현 입법회 의원들은 2016년 9월에 취임했으니 원래대로라면 2020년 9월 30일에 임기가 종료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 코로나가 심각한 틈(이라고 쓰고 '홍콩 국가보안법이 막 통과되어 반중 여론이 엄청났던 틈'이라고 읽는다)을 타, 캐리 람 행정장관이 수를 씁니다. 중국 전인대에다가 코로나 때문에 입법회 선거를 1년 미루겠다고 하고, 선거 전까지 입법회 공백을 어떡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합니다. 이에 대한 전인대 결정이 바로 저 위에 캡처해둔 인용문입니다. 정말 짧은데, 읽어보면 그 어떠한 법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오직 최종 결정만 띡 나와 있습니다.

홍콩 기본법에는 위와 같이 행정장관 임기에 대한 조항이 있습니다. 이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전인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전인대 유권해석 내력을 쭉 설명한 기존 글에 업데이트도 못합니다. 홍콩 기본법을 전인대가 유권해석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홍콩의 사법 독립을 침해하는데, 이제는 관련된 기본법 조항을 끌어와서 논하는 것조차 생략하고 좋을 대로 결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소름 돋는 것은, 개편안이 이렇게 나오고 보니, 1년 '이상(no less than)'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 해둔 게 입법회 선거를 (선거 제도를 바꾸고 시위가 잠잠해져서 친중파에게 유리한 판도가 형성될 때까지) 또 미룰 수도 있다는 복선을 작년에 심은 것만 같습니다.
※ 참고 기사
- A look at Hong Kong elections and political reforms over two decades
- As it happened: ‘two sessions’ 2021 – China to ‘strengthen constitution enforcement’ in Hong Kong
- Hong Kong polls to be postponed for second year as part of Beijing’s planned overhaul of elections, with expansion in store for legislature, Election Committee
- 中 전인대 ‘홍콩 선거법 개정’ 강행 예고···美에는 ‘상호존중’ 요구
- 일국양제서 일국일제로? 홍콩선거제 손대는 중국
- 中 최고 권력기관, 홍콩·대만 불간섭 재차 경고
- 中, 올 성장률 '6% 이상' 제시…홍콩 선거제 개편 공식화
- Reconciliation of the NPCSC's Power of Interpretation of the Basic Law with the Common Law in Hong Kong
- NPCSC’s decision authoritative: CE
- Solid legal basis for NPCSC decision
- NPCSC Extends Term of Incumbent Hong Kong Legisl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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